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취미의 대명사였던 '독서', '음악감상'에 대한 계보를 이어 최근에는 '여행', '사진찍기'에 대해 관심있어하는 사람도 부쩍이나 많아진 듯 하다. 주변 서점을 둘러보아도 여행정보에 대한 안내책자부터 각종 지역은 물론 테마별로 (주말에 떠나는/ 자전거로 떠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등등)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전문적 여행수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여행작가가 되는법' 이라는 책까지 여러권 눈에 띌 정도이니 여행 자체의 즐거움은 물론 여행을 통한 사진이나 글, 정보 공유 등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갖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극이나 아마존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만큼 좋은 여행 책들도 직접 그 나라를 여행 한 것처럼 긴 감흥을 남긴다. 디자이너들이 읽으면 좋은 여행 관련 책들을 몇권 소개한다.
박훈규 -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영국은 많은 여행가들이 선호하는 나라인 만큼 정말 관련 서적이 최근 몇배로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관광객이 아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영국을 돌아보고 싶으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는 2005년에,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2007년에 출간되어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가 제목에서부터 후속편인 듯 하지만 개인적 에피소드 보다 디자인 정보가 더 풍부한 오버그라운드를 더 추천하고 싶다. 박훈규 저자 자신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영국에서 꼭 봐야한다고 생각한 디자인의 성지(?)와 같은 곳을 둘러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일반 여행책자에서 보기 힘든 명소들에 대한 소개가 많다.
권민 - 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순례기
왠 마케팅이 제목에 있는 책을 추천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주목할 만한 구성은 트렌드 발굴을 위해 여행하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여행' 으로서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저 명소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찍는 관광의 개념이 아니라 어떤 점을 전략적으로 배워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행을 통해 디자인적인 감각과 트렌드를 익히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그라픽스 - 디자인 여행 씨리즈
여기서 소개하는 4권은 출판사와 디자인 여행이라는 책제목이 같다는 점 외에도,
각 국가별로 소개하는 디자인 이야기들이 알차고 재미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가 보고 듣고 느낀 지역적 디자인 특징들에 대해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이상은 - 삶은 여행 이상은 in Berlin
가수 이상은이 베를린에서 생활했던 내용을 에세이적으로 푼 책이다.
유명인들이 낸 여행서적도 참 많지만, 내용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그저 이쁜 사진으로만 도배된 것이 아니라 보헤미안적인 이상은의 예술적 감성을 함께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몇권 생각나는 대로 짚어보았는데 의도치 않게 모두 유럽권 디자인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에 대한 통념이나 관심은 유럽쪽에 대한 내용들이 제일 많은 듯 하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도 좋지만, 직접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느낌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영국 여행을 가면서 "Sale"이라는 포스터만 백여장 정도 찍어서 그 안에 담겨져있는 유럽적 타이포그래피나 색감에 대해서 발견을 해보고자 시도한적이 있다. 또한 각 국가별로 신호등, 남여 화장실 표시, 간판 등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자인 메타포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자료를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갈 때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던지 책, 음악들을 꼭 먼저 예비탐방하듯이 챙겨서 보거나 듣는다.
이런 시도들은 여행에 대한 경험에 이야기거리와 감동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책소개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인 경험에 이르기까지 두서없이 이야기를 썼지만
적어도 디자이너라면 여행을 할 때 그저 기념사진찍고 다녀왔노라에 의미를 넘어서, 좀 더 풍부한 디자인적 감각과 경험을 쌓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보고 생각하고 느끼길 바란다.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