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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그리드 오두막: 작은것이 아름답다, 그리고 선하다.


사진: 하라다 치카코

 

핀란드의 오월은 연중 여느 달 보다 가장 찬란하다. 영원히 얼어있을 것 같던 바다와 호수가 녹으면 숲 속에서도 짙은 녹색의 자작나무 새순이 돋아나고, 봄과 여름 꽃들이 폭죽 터지듯이 순식간에 피어난다. 이때, 핀란드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짐을 꾸려 숲속 물가에 있는 작은 오두막 집으로 떠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대자연 속에서 재택 근무를 하거나, 가족들과 조용한 주말을 보낸다. 이러한 하절기 오두막 집은 핀란드어로 묘끼(Mökki: 번역하면 시골 집 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전체 인구의 열명 중 한명은 묘끼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가족은 가족 묘끼를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묘끼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묘끼 문화는 핀란드인이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오늘 소개하는 묘끼는 최근 새롭게 개발된 핀란드 발트해의 군도에 있는 건축가 페카 리토우의 오두막 ‘마야마야(Majamaja)’이다. 이 오두막은 ‘그 이상도 이하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컨셉으로 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중 정수를 압축한 아주 작은 오두막 집이다.’ 마야Maja 라는 이름은 핀란드어로 오두막보다 더 작은 개념인 지붕이 있는 움막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름에서도 작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보여진다.

 

건축가는 핀란드와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늘날 건설되는 높은 타워 하우스, 대형 쇼핑센터 등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비록 공간이 제한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도시에 살더라도 크고, 빽빽하며, 높은 건물을 설계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리토우는 그의 건축적 출발점이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설명한다.

 

"저는 아주 작은 씨앗도 더 큰 의미가 있고, 씨앗에서 생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야마야는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것을 목표로 사람들이 더 작은 공간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페카 리토우(Pekka Littow)

 

 

 

 

 

‘오프-그리드 라이프스타일’

 

오프 그리드 현상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오두막이나 임시 가옥을 말하며, 오프 그리드 건설은 에너지 공급, 물 관리, 폐기물 처리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프 그리드 라이프 스타일은 자연재해와 사회적 위기에 의해서 무너지기 쉬운 공공 네트워크에 의존 하지 않고, 도시 중심 라이프 스타일을 지속하는 대안으로 각광받고있다. 오프 그리드 또는 작은 집은 건축가 리토우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에서 시작한 오두막 렌트 플랫폼 스타트업인 언요크드(Unyoked)는 숲속에 지어진 친환경 오두막에서 고객에게 고립을 선사한다는 컨셉으로 작년까지 약 48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파리와 같은 도시 환경에서 산다는 것은 아주 밀집된 주거 공간을 의미합니다. 공간은 비싸고 어느하나 낭비될 수 없게 디자인됩니다. 오직 매우 부유한 개인들만이 핀란드 사람들만큼 넓은 공간에서 거주할 여유가 있습니다.”_페카 리토우

 

건축가는 파리의 사무실에서 다양한 주택 디자인을 한다. 이때,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공간 감각을 향상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철학은 마야마야를 설계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이는 오늘날의 핀란드 건축 문화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이것은 현재 핀란드에서 건설되는 높은 건축물과 대규모 건설 노력에 반대하는 겸손한 선언이며, 핀란드인들이 경제 호황기를 맞았을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도시의 비례감과 규모감은 상실됩니다”라고 건축가는 비판한다.

 




사진: 하라다 치카코


 

처음 문명 사회와 떨어진 작은 오프-그리드 오두막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리토우의 가족은 헬싱키의 군도에 작은 오두막집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오두막을 보수 할 시기가 되자 건축가는 낡은 오두막을 수리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육지에서 떨어진 외딴 바다에서 건축물을 만든다는 것은 육지에서 보다 더욱 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리토우와 그의 가족은 단순한 오두막 이상의 무언가를 원했다. 그러나 전기, 수도, 폐기물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편의시설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지반공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는 결국 필연적으로 지형과 주변 자연 환경을 해칠 수 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헬싱키 주변의 군도와 같이 전 세계에는 아직 이러한 네트워크가 아직 제공되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제공되지 않을 수많은 지역이 많이 있을 것이다. 건축가는 어떻게 하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해변 바위나 언덕 꼭대기와 같은 이상적인 위치에 건물을 배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은 건축 기술로 최대한 완성된 상태의 오두막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건축가의 아이디어에 관심 있었던 프랑스의 파트너 그룹이 함께 이 컨셉의 오두막을 공동 개발했다. 마야마야는 2019년 파리에서 처음 선보였다. 에너지와 깨끗한 물 공급, 폐수 처리, 화장실 폐기물 관리 등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디자이너는 핀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깨끗한 물의 공급이 어려운 실정에 변기 물을 내릴 때 깨끗한 식수를 사용하는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폐기물은 흙 첨가물을 활용하여 퇴비화되어야 하며, 사용한 물은 바다 혹은 호수로 배출되는 대신 재사용 하거나 정화 후 땅으로 침투하기 위해 정화되도록 했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앙 집중식 해결책에 의존하는 것보다 나은 해결책이라고 건축가는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집집마다 또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지역적으로 폐수를 정화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책임감 있는 건설이라는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마야마야는 이 변화의 선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_페카 리토우

 

 

 

 

하수설비 모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두막

 

건축가에게 오프-그리드식 사고는 상식과 현대 기술의 접점이다. 그는 빌딩 기술이 내장된 위생 모듈을 개발했다. 외장, 재료, 그리고 색상 체계는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리토우는 하수설비 모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정 오두막의 필요에 따라 구성 요소를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기술 업데이트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마야마야 오두막에서는 물과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미터기로 가시화된다. 건축가는 이를 통해 주민들이 천연자원을 더 의식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가시화는 사람들이 샤워를 더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또한 방 온도를 낮추고, 울 양말을 신으며, 옷을 더 껴입도록 유도한다고 믿는다. 건축가는 작은 오두막에서의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건강한 사고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처음 제작 된 4개의 마야마야 오두막은 2021년에서 2023년 사이에 헬싱키 해변에 있는 라야살로 지역의 해안가에서 완공되었다. 이는 해양 환경에 적합한 전통적인 보트 하우스의 디자인을 가져왔다. 이 오두막은 임대가 가능하며, 이는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도심의 군도 지역을 개방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헬싱키시 목표의 일부이다.

현재로서는 모든 마야마야 오두막 건설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고, 하수설비 모듈의 비용이 높아서 기존 건설 프로젝트보다 다소 고가이다.

 

 

 

 

촘촘한 마을 공동체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

 

건축가는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가족이 소유한 어업용 배를 여름 오두막으로 사용하며 핀란드 해안가를 여행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추억이 반영된 그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배를 닮았다. 전통적인 나무로 된 보트 하우스와 소금 저장고에서 가져온 작고 아담한 형태, 대부분의 핀란드 시골과 군도의 오두막 집에서 사용되는 붉은 황토, 노란 황토, 피치 블랙의 색상 팔레트를 가지고있다.

 


 

 

"광활한 바다 풍경을 눈앞에 볼 수 있을 때는 작은 객실의 크기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야가 탁 트이고 아름답다면 작은 공간에 있는 것도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오두막은 자연과 자연의 힘에 맞서는 안전한 공간을 대변합니다.”

 

리토우는 마야마야 오두막이 멀찍이 떨어져서 건설되는 것을 상상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가까이 붙어 마을 같은 촘촘한 공동체와 같은 환경을 조성했다. 건축가가 강조하고 싶은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마을 같은 정착지가 가져다주는 안전과 안도감이다.

 

"클러스터 같은 마을은 여러모로 이롭다. 환경친화적이다. 휴양주택 같은 경우에는 자연 전체를 차지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오두막집을 짓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안전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작은 마을은 경제적인 목적과 기능적인 목적, 그리고 정신적인 경관을 모두 제공한다. 핀란드인은 이미 숙련된 오랜 고독과 1인 가족 기반의 코티지 문화로 인해 숲 속에서 스스로 지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건축가는 설명한다. 함께 모여있는 마을은 사람들이 부두나 풍차 건설과 같은 혼자 하기 힘든 공유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대량 생산을 위한 개발

 

마야마야 오두막의 상업적 개발은 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가 담당한다. 이미 오리지널 제품을 기반으로 남유럽 버전이 만들어졌다. 남유럽 버전의 빛과 태양의 다른 각도 등 현지 요인을 고려하여 남유럽인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되었다. 마야마야회사는 현재 오프 그리드 마을을 개발하고, 회사의 하수설비 모듈을 산업적으로 생산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자본과 전문 지식이 모두 필요한 실정이다.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염원하는 선한 핀란드 건축가의 작은 씨앗이 전 세계에 퍼져 아름답게 피어나길 기원 해본다.

 

 

https://majamaja.com 

서정애(핀란드)
Aalto University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현)AAA Design collective 디자인그룹 아에오 공동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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