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산 ; 시부야의 기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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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디자인일반,융합디자인,소셜트렌드,컬러/소재 등록일2024.06.20 작성자 박혜연(phy330) 조회수286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더딘 걸음으로 힘겨워하는 일본 사회의 이면에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적 측면이 있다.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거대한 흐름이 단단하게 형성된 이 사회에서 ‘새로움’이란 한걸음은 정말 힘겨워 보인다. 전통과 혁신의 줄다리기에서 전통 쪽에 힘을 싣는 사람이 아직 더 많은 듯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며 균형 있는 혁신을 향한 국지적 한 걸음들이 모여 일본에도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나름의 진실한 노력들은 언제나 지지를 받아야 마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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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建築土産 ma_]

시부야의 역사와 도큐백화점 동요쿠점

시부야는 에도 시대까지 지역의 유력 가문이었던 시부야 가문(渋谷氏)의 거점으로 시작한 작은 농업과 어업 중심의 마을이었다. 에도(현 도쿄)와 지방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들의 교차점으로 상업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1885년 시부야역이 개통되었다. 이후 일본의 근대화와 함께 급속히 도쿄의 중요한 교통 중심지로 자리 잡은 시부야는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 시기 동안 도큐백화점 토요코점[東急百貨店東横店], 파르코, 타워 레코드 등 상징적인 건물과 상점들이 세워졌다.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부야를 오가는 사람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던 도큐백화점 도요코점은 시부야의 상징적 건물이었다. 그러나 건물의 노후화와 시부야역 주변의 재개발로 인해 토요코점은 2020년 폐점하고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가 새로 지어졌다. 이 과정에서 해체된 토요코점의 남관[사카쿠라 준조(1901-1969)설계]의 콘크리트를 재활용하여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디자인된 ‘건축 기념품’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탄생했다. 이번 크라우드펀딩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내 협력 시설인 시부야 큐즈[SHIBUYA QWS, 시부야내 공동창작 시설]의 지원을 받아, 시부야 기념품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브랜드 '건축 기념품 ma_'[建築土産 ma_]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콘크리트 유산 _ 건축 기념품으로 재탄생

"건축 기념품 ma_"는 재개발로 인해 해체되는 건물의 일부를 소재로 하여 “도시와 건축의 '사라짐'과 '탄생' 사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제품 브랜드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ma_desk organizer”는 토요코점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외관의 남관 파사드를 형태에 녹여낸 7종류의 소형 케이스 세트이다. 단순한 책상 위 소품 케이스를 넘어 시부야의 역사와 건축 유산으로 남겨진 콘크리트 잔재를 통해 작지만, 실용적인 새로운 사용 가치를 부여해 시부야의 오래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