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시내에 ‘무용수의 페어’The Dancer's Fair’라고 이름 붙은, 평소에 보기 어려운 독특한 놀이공원이 펼쳐졌다. 재활용 금속 조각들과 생활 폐기물을 조합하여 놀이기구를 만들고, 사람의 운동 에너지로만 운행할 수 있게 디자인한 바르셀로나의 ‘안티구아 이 발부다Antigua i Barbuda’의 작품을 통째로 시내 중심부 잔디밭에 펼쳐놓았는데, 비가 추적하게 내리는 밤에 집시같이 옷을 차려입은 예술가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한여름 밤의 꿈을 지어냈다.

댄서

댄서@designforwhat 

거대한 뮤직박스에서 나온 발레리나를 모티브로 만든 5미터 높이의 움직이는 피규어로, 세 명의 예술가가 크고 작은 관절들과 눈꺼풀까지 세심하게 작동시켜 거대한 무용수를 실제로 보고 있는 것 같은 감흥을 느끼게 했다. 행사의 처음을 열고, 마지막을 닫는 주요 장치였다.

대관람차

대관람차@designforwhat 

안전상의 이유로 착석자의 몸무게에 맞춰 추의 무게를 조정하는 모습@designforwhat 

망가진 변기가 좌석인 놀이기구로, 성인 한 사람이 운동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로 돌아간다. 각 좌석 뒤에 착석한 사람의 몸무게에 맞춰 무게 추를 달고, 사방에 몸무게가 균일하게 분산될 수 있게 좌석 배정을 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운영 방법이 돋보였다. 

해먹

해먹@designforwhat 

놀이공원의 대부분 어른이 아이들을 태워주는 컨셉인데, ‘해먹’만큼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재워주고 쉬게 해주는 코너였다. 피곤한 어른들이 누워 있으면, 아이들이 해먹을 흔들고 조용히 기다리며 쉬게 해준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기상 종이 요란하게 울려 코믹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미니 회전목마

미니 회전목마@designforwhat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조르다 페레Jordà Ferré(@xordanix)가 딸의 탄생을 기념하며 만든 것으로 어른 한 명이 자전거 페달을 구르면 회전목마가 돌아간다.

아이언 트리

아이언 트리@designforwhat 

철로 만든 나무에 달린 세발자전거, 썰매, 2인용 자전거, 로켓이 과일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어른이 작동 바를 잡고 펌프질을 힘차게 하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외에도 ‘사격 갤러리’, 똑같은 색의 공이 세 개가 연달아 나오면, 팝콘을 선물 받는 기계, ’빙고 팝콘’, 참여자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테이블 위에 자전거 피규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특이한 투어’ 코너가 마련됐다.

특이한 투어@designforwhat

자유롭고 과감하면서도 시적인 예술가들의 놀이공원이 금융회사들이 가득 들어선 시내 한복판에 운영되고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흩뿌려져서, 규격에 맞고 전형적인 것들로 이뤄진 나라인 싱가포르의 새로운 탄력이 생겼다.

차민정(싱가포르)

designforwhat@gmail.com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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