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미디어폴 홈페이지(www.mediapole.or.kr)

해가 지고 퇴근하는 길에 강남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심심하지가 않다. 바로 미디어폴(media pole) 덕분이다.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도심의 한 가운데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영상작품 감상.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어진 대로변에 설치된 미디어폴은 이제 강남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미디어폴은 지난 해 서울시의 ＇디자인서울＇ 프로젝트에 따라 12.4m 높이로 강남대로 구간에 총 22개가 설치되었으며,
대형 터치 스크린으로는 보행자들을 위한 키오스크를 제공하고 반대편 패널로는 옥외광고나 예술작품을 상영한다.

애초 일방적인 광고가 아니라 시민과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매체로 계획되어
게임이나 사진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뉴스, 날씨, 지도, 교통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서비스 되고 있으며 특히
즉석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웹에서 공유하거나 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처음 미디어폴을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안그래도 갑갑한 도시에 검은 설치물이 잔뜩 생겼다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높아서 불안정해 보이기까지 했던 미디어폴. 하지만 지금은 그 직사각형의 공간을 재치있게 활용하는
영상물들을 보며  미디어폴을 구석구석 감상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보편적인 비율의 광고는 생활 속에서 접하기 쉽지만
가로변과 세로변의 비율 차가 큰, 그것도 세로로 긴 직사각형 속에서 펼쳐지는 이미지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폴을 보는 남다른 재미가 있는 것이다.




BMW X1의 미디어폴 광고 장면 중 4컷을 이어 붙여본 것이다.
상자가 돌아가는 듯한 영상효과와 함께 나오는 이 광고는,
자동차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연결되어 완성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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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대한항공 / 2_G마켓 / 3_백설 / 4_신한카드 / 5_신한카드)

미디어폴만의 직사각형을 활용하면 광고 속 원근감도 더욱 살릴 수 있다.
지퍼를 열면 쏟아지는 상품들이라든지 바닥에 쌓이는 동전 등,
 미디어폴이라는 매체가 아니었다면 저런 느낌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마치 슬라이드 필름을 보듯 밑으로 연결되는 컷을 통해서 영상이 전하는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1        2        3         4        5

(1_모닝케어 / 2_제일모직 빈폴 / 3_영화, 소피의 연애매뉴얼 / 4_영화, 지아이조 / 5_소니카메라)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좁은 면적에서 강렬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기도 한다.
세로형 타이포그라피를 눈여겨 보는 것도 흥미롭다.




비주얼에 대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이벤트 참여로 얻는 즐거움도 있다.
미디어폴 키오스크에서 직접 응모,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광고뿐만 아니라 이렇게 나눔의 실천을 돕는 캠페인도
앞으로 더 많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외에도 미디어폴을 거쳐간 모든 광고는 홈페이지의 광고갤러리에서 감상 할 수 있다.
 

작품 갤러리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졸업 시즌에 맞춘 기획 전시로
각 대학교의 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꽤 클 것이다.
하지만 공간의 특성 상 무음으로 진행되는 영상 속에서도
아이디어와 재치를 발견하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미디어폴이 우리 앞에 등장한 지 어느 덧 일 년.
예술작품 보다는 상업적인 광고가 주를 이루고 키오스크의 서비스가 자리잡지 않아 미성숙했던 지난 시간을 지나
지금은 우리 곁에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으로 친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생김새만 보면 차갑고 딱딱한 매체이지만 그것을 통해 세상에 보여지는 많은 빛이
도시의 거리를 아름답게 밝혀주길 바라며, 앞으로도 즐거운 감상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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