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사진작가의 ‘첫눈’
저는 에티오피아 출신 망명 신청자이기 이전에 창작자이고, 그 이전에 인권 활동가입니다.
처음 한국에 와 이제는 폐허가 된 지역 비영리 조직의 군사기지에서 겨울을 보내며 카메라에 얼음 조각들을 담기 시작하기도 전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해주는 NGO, “Music Mayday Ethiopia”에서 활동했으며, 사진과 비디오 촬영 문서화 프로젝트(documentation pro-jects)를 진행하던 와중 풍경 사진에 매료되어 창작자 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열대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한국에서 처음 겪은 한국의 겨울은 '첫눈'의 설렘과 거리가 멀었 습니다. 낯선 땅의 추위와 쓸쓸함으로 점철된 우울한 나날을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하지만 2017년 겨울 제가 벽제동에서 마주한 겨울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과 겨울 의 고유한 패턴, 질감, 그리고 빛...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향연이었죠. 저는 여러분과 이 경이로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계기로, 어떤 연유에서 제가 겨울을 새로이 조명할 수 있게 되었는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름다움은 '밖'이 아닌 '안'에서 개화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피사체가 아닌 우리의 시선에 깃들어 있다 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실험 예술을 통해 겨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제 시선 안에 담아보고자 했습니 다. 겨울의 파편을 떼어와 빛, 공기, 물과 같은 성분들과 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제 시선으로 겨울을 재조 명하고자 한 거죠.
제 시선 안에 담긴 겨울은 여러분의 시선 안에 어떤 식으로 담길까요?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개화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