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디자인 민주주의’라는 말을 좋아한다. 디자인 민주주의에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을 포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디자인은 제품의 판매 촉진과 구매 유도라는 큰 의미에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디자인은 제품의 과잉 생산이라는 문제점을 들어낸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는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한다. 이는 휴대폰의 발전주기가 빠르다는 것에 영향도 있으나 무엇보다 필자는 디자인의 영향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한창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은 휴대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사고 싶게 유혹한다.

  문제는 누구나 책상 서랍 속에 한 두 개 씩 있는 구형 휴대폰이다. 혹자는 디자인과 제품 과잉 생산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휴대폰의 개수에 있다. 휴대폰 가계에 가보면 수십종에 휴대폰들이 매일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환경과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두 개의 큰 갈림길에서 아직은 기업 이윤추구의 입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는 경제 논리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지속 가능 디자인의 접근이 많은 기업에서 시도 되어 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폭넓게 실천 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디지털을 선호하지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난 아날로그를 더 선호한다. 디지털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주어졌던 향수를 빼앗아가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컴퓨터와 게임기에 더 익숙하며 휴대폰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감성적인 측면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울 어디에 가도 흙을 구경하기는 힘들고 하루 하루 사람들은 디지털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지속가능한 디자인,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하면 누구나 제품 또는 재료의 재사용, 종이같은 환경 친화적인 재료의 선택과 쓰레기를 줄이는데 너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한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들이 틀리다는 말은 아니지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소한의 기능과 디자인을 남기고 모든 것을 없애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잉 생산을 줄일 수 없다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기능과 디자인을 최소한 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대안은 아닐까?  잘 쓰지 않고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는 일, 그로인해 제품의 부품을 최소화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의미는 아닐까?

  서론에 언급된 "디자인 민주주의"는 그런 의미에서에 나의 해석이었다. 남들이 가지지 않는 나만의 디자인을 가진다는 특혜,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의 이용들이 아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가격을 지불하고 제품의 혜택을 누리를 세상, 그게 바로 디자인의 민주주의라고 난 생각한다.

  충분한 물량의 확보와 생산이 가능함에도 적은 물량을 생산하여 사람들을 몇일씩 기다리게하고 제품을 구입했을 때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는 애플의 마케팅 방법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인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품의 가치와 의미는 소수가 누리는 특혜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되어야한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 민주주의의 의미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의미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불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을 줄여 원가를 낮추는 일 그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디자인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Rocky Radio (Designer: Cheol-Ki 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