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육과 사회적 환원
(대학생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미술교육을 받았으며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 우리는 지식인이라 가정하겠다. 이러한 지식인으로서의 대학생은 그것을 소유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함을 알리고자한다. 지식인들이 지켜야 할 의무 중 특히 ‘대학생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노블리스와 오블리주의 의미 변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고귀한 신분‘이라는 뜻의 노블리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로 이루어진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를 의미한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거 귀족제도에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그 주체가 뚜렷하였다.
  그러나 귀족제도가 없어진 현대사회에 와서 그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물질로만 계급을 나누어 부르던 ‘상류층’이 귀족의 신분으로만 한정지어졌던 것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서 ‘사회 지도층’, ‘사회 지식인층’ 등 다양하고 폭넓게 쓰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부유층의 의무로 보는 것은 큰 한계가 있고, 따라서 더 이상 노블리스는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귀족이 아니며,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층과 지식인을 포함하여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생은 ‘노블리스’일까. 대학 시절은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시기를 보낸 대학생들은 미래에 디자이너가 되기도 하고 교사가 되기도 한다. 개인 사업을 하기도 하며 기업에 들어가 기업을 위해 일을 하기도 하고 자선사업을 통해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어떤 분야에 있든 그들은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은 미래의 지식인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준비를 하는 것이며, 그러한 대학생을 노블리스라 할 수 있겠다.
  노블리스의 개념이 현대에 와서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오블리주의 개념도 변화되었다. 대학생들이 지켜야 할 오블리주는 물질적, 경제적인 것으로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를 이끌어갈 지식인은 지식을 사회에 기부하여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노블리스는 자신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며 이것을 지식 상류층의 오블리주 실천이라 말할 수 있겠다.

지식의 사회 환원- 재능기부
  진정한 지식인이란 오로지 학문적인 양심과 소신을 갖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 사회적 참여를 하는 학자를 말한다. 재능을 기부함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환원하는 일은 본인을 위해서도,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서 ‘재능의 기부’라 함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의 기부방식을 말한다. 미술치료사가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 치료 봉사에 나서는 것, 회계사가 사회적 기업을 위해 무료회계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등이 재능기부의 예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뿐 아니라, 이 사회 지식인으로서 대학생의 ‘지식의 사회 환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교육받은 것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개인에게 혹은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금전적인 기부 또한 여전히 존경 받고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금전 기부는 특성상 소극적이며 일회성에 그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모금의 70%가  연말연시에 이루어진다는 사실만 해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재능 기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기부형태라는 것이다.
  지식인, 특히 예술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예술작품으로 끝내버려서는 안 된다. 예술을 다양한 것들의 수단과 방법으로 사용해야지, 그것 자체만을 목표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 좋은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대학생들은 마음만 먹고 눈을 돌리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지식을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능 혹은 지식은 자신을 위해 쌓고 말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대학생의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하나의 작은 예로 교육 봉사활동을 들 수 있겠다. 우연히 알게 된 봉사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자원하여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유익한 것이었다. 본인은 토요 휴업일 다양한 주제의 교실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담당하였고 아이들에게 성의껏 가르쳐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었고 토요휴업일 갈 곳이 없어 고민하던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개최된 수업이었다. 교육의 내용부터 커리큘럼까지 전부 대학생 봉사자들이 짜고 계획하는 것이었으므로 작은 것 하나하나에 성의를 다하였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재능 기부를 위해 학업과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억압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책임의식이 없고 특권의식에 가득 찬 엘리트를 만들어 내는데 앞장서고 있다. 치열한 경쟁심과 그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특권의식은 더욱 더 학생들의 생각을 교만하게 만든다. 때문에 대학생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환원의식을 갖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재능기부의 효과
  고려대학교 이기수 총장은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을 갖추었더라도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리더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였다 한다. 이처럼 깨어있는 지식인들은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미래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성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지식을 길러야 마땅하지만, 기른 지식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능 기부는 자신의 만족감에서 끝나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 약하고 불평등한 곳에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실천하는 것은, 이전의 기득권층이 자만과 교만으로 이루지 못하였던 것을 이루어 낼 것이며, 우리 사회의 큰 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결론
  부유층의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 들어보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수준 높은 교양으로 가정하고 또 대학생을 지식의 상류층으로 가정하는 것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대학생들이 지식 환원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며, 가지고 있던 신념에 대해 더욱 확신할 것이다.
   대학생은 예비 지식인으로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봐야한다. 사회복지 분야가 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잘못된 생각이며, 주체 의식이 약하였던 과거를 뉘우치고 ‘내’가 있는 이 분야에서의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일이다.

참고자료
<노블레스 오블리주-세상을 비추는 기부의 역사> 예종석, 살림
<노블레스 오블리주 혁명 (유럽의 거울로 보는 한국의 미래)> 최연구, 한울
<행복해지려 기부합니다> 권혁철, 신정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치인, 지식인, 대학생에게 고함)> 현택수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