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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사고와 디자인적인 표현

인문학으로의 회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릴정도로 "창조"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커져 갈 수록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다. 결국 새로운 생각을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 비단 예술이라 일컬어어지는 미술, 음악, 문학 등의 쟝르는 그 태생은 동일하다 볼 수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황인원씨가 지은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라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에서의 표현이 어떻게 시각적 아이디어로 연결 될 수 있는지 - 문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디자인적 해결방식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의인화

시인들이 모든 사물을 의인화하는 이유는 서정시 창작의 기본인 자아와 세계의 일체화에서 비롯된 생각법이기 때문이다. 자아는 나(시인)이고, 세계는 시를 쓰는 소재가 되는 대상이다. 자아와 세계를 일체화해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인 서정시 생각법이다. 예를 들어 꽃과 사람을 일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꽃을 사람으로 만들든지 사람의 마음을 꽃 속에 집어넣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사물을 사람으로 만들어야 일체화가 가능해진다.

"풀이 눕는다. 비를 돌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이런 의인화 생각법을 디자인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아래의 소금 후추 통은 포옹하는 사람으로 의인화된 표현이  따뜻하고 정감있는 감성적 디자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차가운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표현 - 바로 의인화의 마법일 것이다.

Hug Salt And Pepper Shakers (Alberto Mantilla, 2002)

 

2. 의미 부여

의미부여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가치나 의의를 붙여주는 것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이미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의미에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통찰이다.

- 새로운 의미의 호칭을 찾아라

원래 단어나 문장에서 남들이 찾지 못한 특징을 찾아 의미부여를 하는 방법이다. 이 생각법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연상작용이 필요하다.

"이 / 창가에서 / 들어요 / 둘이서만 / 만난 오붓한 자리 / 빵에는 쨈을 바르지요 / 오 아니예요 /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에요 /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 빵에 얹어서 먹어요" - 전봉건 (관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연인과 빵을 먹으면서 바르는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연상작용으로 쨈에서 새로운 호칭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 활용한 디자인적 사례를 살펴보자. 이제석이 광고 디자인한 Don"t eat / eat은 On / Off를 대체하여 금융위기 이 후 불황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의 상황을 표현한 말로, 불을 켜면 전기료를 내기 위해 한 끼를 굶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on"t eat / eat (이제석)

- 플러스 알파를 넣어 재해석하라

재해석 생각법은 ㄱ에서 ㄴ을 플러스 알파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방법이다. 플러스 알파는 새로운 의미의 호칭 찾기 생각법처럼 연상에 의해 돌출되는 게 아니다. 전혀 다른 의미가 덧보태지는 것이다.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 나는 그녀의 상처를 덮는 날개입니다 / 쓰라린 불구를 가리는 붕대입니다 " - 문정희 (머플러)

머플러의 원래 기능은 어깨를 감싸 바람을 막는 것이다. 물론 멋으로 머플러를 두르기도 하다. 그렇다면 머플러는 멋을 내고 바람이나 추위를 막는 물건이다. 그런데 이 시는 "상처를 덮는 날개", "불구를 가리는 붕대"이기도 하단다. 원래의 기능을 전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플러스해 마치 먹물이 화선지에 번지는 것처럼 머플러의 개념을 넓히고 있다.

시계와 화이트보드가 결합된 TaskWatch 디자인의 사례를 살펴보자.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시간을 관리하는 Task memo가 함께 결합됨으로서 플러스알파를 통한 유용성을 확장시키는 디자인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TaskWatch whiteboard (ArtLebedev Studio)

- 입장을 바꿔 치환하라

치환하기 생각범은 원래 사물이 아닌 다른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을 전개해 새로운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 여자처럼 / 어느 술집 /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 거의 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 그 여자처럼 /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 창문에 반짝이는 / 저 밤 빗소리" - 박형준 (빗소리)

시인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기존의 빗소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생성해낸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User centerd design"의 그 모든 사고 방식이 입장을 바꾸어 치환하는 사고과정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가 싶다. 예를들어 시각장애우를 위한 휴대폰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디자인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래 컨셉폰은 시각장애우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각각의 키마다 차이가 있는 딤플 효과를 주어 보이지 않아도 정확하게 누를 수 있게 하고 버튼은 건드리면 음성으로 피드백 해주어 정확한 키의 위치를 알려준다.

Sens Phone concept for the blind (Takumi Yoshida)

 

3. 단순화

단순화 생각법은 제거 단순화와 통합 단순화로 나뉜다. 말 그대로 제거 단순화는 기존에 있는 복잡함을 제거해 단순화하는 방법이고, 통합 단순화는 둘을 하나로 합쳐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애플의 iTunes도 고객이 불편해하는 작업을 단순화한 경우다. iTunes는 사용자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MP3 음악파일 구입을 클릭 한번으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니 대표적인 통합 단순화의 예라고 볼 수 있다.

"늦가을 청량리 / 할머니 둘 / 버스를 기다리다 속삭인다 /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 유자효 (인생)

시인에 따르면 신설동에서 청량리 가는 거리만큼이 바로 인생이란다. 할머니와 신설동-청량리의 거리를 한 편의 시에 합쳐 놓으니 인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정의된다. 그동안 우리는 인생을 복잡하고 어렵게 정의해왔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얼마나 단순하고도 쉬운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것이 통합의 단순화이다.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보이며 숫자를 가리키는 레드 볼,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 숫자판 주위를 여행하는 그 한 점만으로도 유명세를 타기에 충분하다. 디자인은 최소화, 시계의 기능은 최대화했다는 설명과 함께 미니멀 디자인의 정수로 평가되는 Gideon Dagan의 시계 디자인은 단순화된 디자인이 갖는 독특함과 미학을 보여준다.

Timesphere Clock (Gideon Dagan, 2002)

 

 

Tag
#문학 #시 #아이디어 #시에서 아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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