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그래픽(Super Graphic) 디자인

이인정

  예전에 비해 우리의 삶 속에서 미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 중, 슈퍼그래픽은 일부러 예술 작품을 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일상의 삶 속에서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먼저, 슈퍼그래픽은 아파트, 공장, 학교 등의 건물 외벽을 그래픽으로 작업해 장식함으로,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멕시코와 미국의 벽화운동에서 유래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에 나타난 환경 디자인의 유형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였다. 이는 실생활 속 공간에 적절한 변화를 줌으로, 사람들에게 쾌적함과 생동감을 제공한다. 무질서하고 획일적이며 딱딱하고 침체되어 있던 도시의 시설물들은 어느덧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슈퍼그래픽은 때로는 상업 광고 기능을 하여 제품을 선전하는 데에 큰 몫을 하기도 하고, 낙후된 거리의 환경 예술 기능 혹은 공간 조절의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낙후되어 있는 곳을 개선해주어 공간의 이미지를 밝게 해 주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획일적인 공간이 될 염려가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그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고, 지역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할 것이다.

  슈퍼그래픽 디자인이 사용된 가까운 예로, 서울 충무로 신세계 백화점을 들 수 있겠다. 신세계 백화점 리모델링 공사 당시, 공사장의 가림막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겨울비>가 사용되었다. 기존의 공사장에서 사용되던 딱딱한 가림막이 아닌, 초현실주의자 마그리트의 대 작품을 가림막으로 사용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미술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마그리트의 이 작품이 건물의 외벽에 사용되곤 한다고 한다.

  또한, 명동성당의 공사 현장에서도 슈퍼그래픽이 적절하게 사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동성당은 성당 공사 당시, 직접 건물을 촬영해 가림막으로 사용함으로 공사 중에도 명동성당의 건물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슈퍼그래픽 디자인의 예를 찾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슈퍼그래픽이 많이 사용되곤 한다. 다양한 예를 살펴보자.

춘천 에디오피아 기념 벽화

남산 별관 입구 터미널

길음 뉴타운 대우푸르지오 외벽

뉴욕지하철 벽면

수원 skc공장 벽면

그 외의 작품들

  미술, 그리고 디자인이란 먼 곳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 환경 속에, 도시 속에 깊숙이 녹아 들어가 사람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재미를 주고 그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큰 비용을 투자하고 거창한 계획을 세워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 보다, 보다 나은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이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