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배우다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거나,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 디자인 지식을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선호하거나 혹은 싫어하는 교수님이 있을 것인데 이는 인격적인 부문도 분명 존재 하겠지만 대부분 가르침의 역량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곤 한다.

가르침을 주는 교수님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식은 그것을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역할에 따른 책임감만이 강조되지만, 지식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기에, (강요하지는 않겠다.)

교수님들이 전달하는 지식에 대해 100%(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고, 100%(전부) 받아드리기만 하는 것도 궁금증 하나 갖지 못하는(궁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벙어리 같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 이는 공감 가능한 정의를 내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무엇을 설명한들 그것이 답은 아니다. 디자인은 답을 요구하는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어느 것 하나 단정 지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학생인 당신보다 지식이 높고 넘치는 교수님께서 말한다. “이 디자인은 형편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보기에도 형편없어 보이기에 긍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형편없는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간혹, 우리는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어 낸다. 무엇은 좋은 디자인 무엇은 나쁜 디자인, 하지 말아야 할 것, 꼭 해야 할 것. 하지만 그것이 꼭 그러한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칙은 아닌가?

디자이너는 왜 굴림체를 사용하지 않는지, 굴림체를 사용하면 왜 교수님이나 주변 동료들로부터 숱한 핀잔을 들어야 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그저 굴림체는 가독성이 떨어져서, 보기 좋지 않으니까, 성의 없어 보여서 라며 누군가에게 배운, 혹은 주워들은 규칙들을 만들어 낸다.

누구보다 규칙이라는 틀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굴림체가 정말 가독성이 떨어지는가? 굴림체가 정말 좋지 않은 폰트라면 폰트의 선택이 무궁무진한 현대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누구보다 먼저 굴림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몇몇 눈이 예민한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도 그 차이를 명확히 알아채지 못한다. 아니 안다고 해도 굳이 굴림체를 사용하지 말아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굴림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센스가 떨어진다고 한심해 할 텐가? 그 센스가 떨어지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요구하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지식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의 지식을 이해하려고만 해서는 남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뿐이다. 디자이너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에 대해 가장 탁월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할 뿐, 해결책이 명확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답이 없다면 생각은 얼마든지 자유로워 질수 있다.
 
질문해라. 자신이 던진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그것이 맞든 틀린든 스스로의 개념을 명확히 해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질문이 황당하다고 느끼는가? 모든 창의적인 생각들은 황당함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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