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소재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찾아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단순히 읽는 만화가 아니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공간으로 흥미롭게 만화의 세계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우선 왜 수많은 일본 만화 작품 중 9개의 작품이 선정되었나 궁금했는데, 도슨트 백민수씨와 개별적으로 작품 설명을 들을수가 있어서 작품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본 전시는 2000년 이후에 나온 만화를 대상으로 하여 현대 일본 만화의 흐름과 새로운 표현 양식들, 사회상들을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으며 올 중순에 일본에서 전시를 진행한바 있고 (일본에서는 20세기 소년 작품까지 포함하여 10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다고 함) 앞으로도 해외에 전시 순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수의 아이>는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경력 답게 섬세하고 회화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바다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벡>은 3screen을 활용하여 콘서트 현장을 재현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가운데 스크린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면 side screen에서는 관중들의 모습이 함께 나오는 등 라이브의 현장성을 전달하기 위한 시도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만화에 나온 기타를 실물 제작하여 함께 전시하고 있고, 유명 뮤지션의 CD 쟈켓 디자인을 패러디하여 만든 포스터등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교류에 대한 재미있는 시도라 생각되었다.  <신만이 아는 세계> 는 게임 오타쿠의 세계를 교실을 꾸며놓은 셋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칠판을 활용하여 작품 설명을 사용하고, TV 스크린을 통해 실재 게임 화면을 보여드는 다양한 공간 활용이 엿보였다.

<넘버파이브>는 미래의 모습을 사이보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간다고 하는데 만화 프레임까지도 수작업을 하는 작가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던 작품이다. <소라닌>은 감자의 싹에 있는 독을 의미하는데 흑백의 만화 독백을 통해 주인공의 생각을 엿볼수 있게 하고, 20대 일본 청년들의 방을 실제로 꾸며놓아서 직접 들어가서 앨범을 넘겨보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게 전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역에서 5분>은 두 주인공의 만화 컷을 교차형식으로 배열해놓아서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지만 엮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었다.

<슈가슈가론>은 과거 유행했던 눈크고 약간 과장된 소녀 스타일의 순정만화 형식으로 돌아가서, 복고풍의 형식이지만 꿈을 재현할수 있는 소녀들의 로망을 담을 수 있도록 아르누보 스타일의 모형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센넨화보>는 강풀의 순정만화처럼 블로그에 연재된 만화로 인터넷을 통해 파생되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의 블로그는 참고로 다음과 같다. http://juicyfruit.exblog.jp/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담담한 표현과 절제되고 오픈된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만든 작품인데, 작품속에서 중요했던 음악을 자동 연주 피아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작품 별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다채롭게 꾸며진 전시공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재미있게 본 전시였다.
특히 가이드북 <만화로 이해하는 망가전>이 전시를 보면서 대여가 가능한데 만화를 통해 작품을 설명한다는 형식 또한 참신하게 느껴졌다. 전시 기간중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누구에게나 권유하고 싶은 전시이다.

전시 기간: 2010년 12월 4일 - 2011년 2월 13일 (총 60일)
관람 시간: 11am - 7pm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당일 휴관)
전시 투어: 2pm, 3pm, 4pm, 5pm 일일 4회 진행
관람요금: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참여 작가: 마쓰모토 타이요, 이가라시 다이스케, 안노 모요코, 니노미야 토모코, 해롤드 사쿠이시, 와카키 타미키, 아사노 이니오, 교 마치코, 구라모치 후사코
문의: 아트선재센터 T. 02-733-8945 (http://www.artsonje.org/a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