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까지도 코로나19 관련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던 미국에서 최근 확진 사례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가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을 뒤덮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 중인 ‘델타 변이(Delta variant)’가 바로 그 주범이다.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전염된다고 알려진 이 델타 변이를 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CDC)는 그 전염성이 수두(Chickenpox)만큼 높다고 했을 정도다. CDC뿐만 아니라 다수의 지역에서 이미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 혹은 의무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미국의 기업들과 소비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듯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이는 듯했던 팬데믹 터널의 출구, 델타 변이로 가로막히나
올해 초부터 신속한 백신 보급과 각종 경기 부양책의 실행 등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됐고, 지난달 초까지도 그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하는 듯했다. CDC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에는 미국 전체 일일 확진 건수가 8000건대까지 하락해 근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대다수의 지역에서 팬데믹 관련 규제들을 빠르게 완화하는 등 희망이 지속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리턴 투 노멀’에 대한 기대도 잠시, 7월 들어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기존 바이러스 대비 더욱 강력한 전파력을 장착한 이 변이는 현재 미국 전역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CDC의 코로나19 일일 확진 건수 데이터를 살펴보면, 8월 5일 확진 사례는 무려 12만5400여 건으로 껑충 뛰었고 확진 건수의 일주일간 이동 평균 수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이다. 얼마 전인 8월 12일에는 지난 1월 피크 시즌 이후의 최고치인 하루 확진 건수 14만1300여 건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이전보다 확연히 늦어진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은 주로 백신 미접종자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완전한 백신 접종자도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사례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20.1.~2021.8.12. 미국 코로나19 일일 확진 건수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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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DC 웹사이트(https://covid.cdc.gov/covid-data-tracker/#trends_dailytrendscases)
美 연방정부 및 주요 기업들의 델타 변이 대응 현황
델타 변이가 이끄는 이번 코로나19의 재확산은 미국 정부 및 주요 기업들의 팬데믹 대응 방식에도 빠른 변화를 주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29일,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기관 및 정부 시설의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연방 공무원과 하청업자(Federal employees and contractors)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의무 규정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근무 중 상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일부 지역 정부에서도 점차 이러한 연방 규정을 따라가는 양상이다. 사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The New York Times에 따르면 Apple, Google, Facebook, Netflix 등 주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작년 팬데믹이 한창일 때만큼의 강력한 예방 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움직임이다.
Apple은 미국 전역 절반 이상의 Apple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과 소비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Google의 경우도 회사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당초 9월 예정이었던 사무실 복귀 일정을 늦춰 10월 18일까지 자발적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한 바 있다. Facebook 역시 미국 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해당 지역별 규제에 따라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할 계획이며 가능한 경우 풀타임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드 셰어링 플랫폼 기업 Lyft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일정을 내년 2월로 미뤘다. 금융 서비스 기업 Citigroup 역시 미국 전역 사무실의 공용 공간에서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더욱 활발해진 비디오 스트리밍 업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비디오 스트리밍 업계의 대표 기업 Netflix는 동종 업계에서 최초로 모든 미국 내 제작 현장의 출연진 및 관계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무실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및 리조트 산업을 대표하는 The Walt Disney Company 역시 7월 30일부터 2세 이상의 모든 방문객 및 공연 출연진들에게 미국 전역 디즈니월드 및 디즈니랜드 리조트 시설의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7월 30일부터 다시 모든 방문객의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월트 디즈니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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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alt Disney World 웹사이트
(https://disneyworld.disney.go.com/experience-updates/#drawer-card-faceCoverings)
소비시장에는 어떤 영향 있나
지난 7월 27일 CDC는 기존의 ‘백신 완전 접종자는 마스크 착용 불요’ 지침을 뒤집어 백신 완전 접종자를 포함한 모두가 전염 위험지역의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지침의 변화는 곧 소비시장 내에서도 우려를 야기한 듯하다. 물론, 작년 초 소매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이미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이나 각종 규제들을 한 차례 경험했기에 그때만큼의 두려움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델타 변이의 기세 앞에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낙관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소식에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에서는 “바이러스의 위협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는 것이 잘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이 부활했음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며,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소매업계에서도 CDC의 지침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따르며 고객뿐 아니라 업계 구성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한 많은 소매 매장들은 당장 소비자들에게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는 듯하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 속도 역시 느려진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타인에게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일부 목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NRF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다수의 소매기업은 연방 및 지역별 방역 규제를 적극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며,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모습이다. 또한, 규제가 다시 강화된 만큼 각 매장의 마스크 착용 규제나 마스크를 착용한 다른 소비자 및 직원들에 대해 ‘적대감’보다는 ‘존중’을 당부하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이어지던 소비 시장 회복세에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델타 변이 재확산이 작년 초기의 팬데믹이 소비시장과 경제에 끼쳤던 엄청난 피해와 동일한 영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여전히 약간의 경기 둔화는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소매업계 전문 매체 Retail Dive에 따르면, 개학 시즌을 앞두고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많은 지역 교육 당국들은 개학 시기를 미루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학부모들도 연이어 직장 복귀를 미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용시장의 순환과 소비시장의 성장 역시 가로막을 수 있어 업계가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Retail Dive에서는 이미 소비자 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 역시 살짝 흔들리고 있음을 언급했다. 지난 7월 28일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7월 1일과 비교해 약 4.6포인트 하락했으며, 이는 올해 3월 9일 이후의 최저치이다.
CNBC에서도 델타 변이에 의한 소비시장 위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는 다가온 ‘백 투 스쿨(Back-to-school)’ 개학 시즌의 쇼핑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증하는 델타 변이 확산에 우려가 커진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소매점 방문을 꺼리기 시작했고, 일부 소비자들은 지출 규모까지 줄이는 양상이다. 이를 보도한 CNBC는 올해가 역대 최대 규모의 백 투 스쿨 쇼핑 시즌이 될 것이라는 기존 6월까지의 전망이 빗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8월 11일부터 병원을 비롯한 모든 의료 시설 방문 시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비단 캘리포니아주의 이야기만이 아닌 듯하다. 최대의 한인 규모를 자랑하는 LA 인근 지역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각종 실내 시설이나 매장 등 입장 시 백신 증명서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델타 변이로 인한 영향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시장 위축뿐만 아니라 각종 원료나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차질이 이어지는 것도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이 초래하는 문제들 중 하나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다양한 관련 업계는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 보건당국의 지침에 귀 기울이는 한편 조심스러운 소비시장 접근이 요구된다. 강화되는 방역 지침 속,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마스크 등의 개인 보호 장비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으며 원활한 제품 수급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The New York Times, CNBC, Retail Dive, National Retail Federation,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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