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웬 홉킨스(Owen Hopkins), 건축기고가이자 역사학자 겸 큐레이터

스마트폰의 속도가 빨라지고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고 있지만,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애플 블로거 존 그루버(John Gruber)는 최근, 오리지널 Mac OS가 처음 10년간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에 비해 같은 기간동안 iOS는 얼마나 변화가 적었는지에 주목하면서 iOS가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하면, Mac OS나 윈도우는 1990년 중반 디자인정점을 찍은 후 거의 발전이 없었다. 아이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과 동일하며, 그 시기가 훨씬 빨라졌을 뿐이다.

한편으로, 스마트폰이 2007년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품이 이룬 디자인적 성과를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바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만들어 냈다. 애플은 기존의 아이폰 8 디자인에 대한 후계자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 되었다.

변화를 향한 관성은 이전의 PC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붕괴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물론, 스마트폰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PC를 사용하듯,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사용하겠지만, 이전처럼 가장 중요한 디지털 기기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애플은 차기 아이폰이 어디서 올 것이냐는 질문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스마트폰 산업 전체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의 후계 자리는 단일 기기가 이어받지 않을 것이며, 인간의 디지털 생활은 분산될 것이다.

아이폰은 하나의 기기 안에 모든 것을 끌여들였다. 모든 일을 수행하고, 모든 것이 아이폰을 거쳐간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이 방식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인간은 단일 기기가 아닌 여러 기기들과 상호작용을 할 것이며, 그 전조는 이미 등장했다. 음성제어 스피커, 스마트 팔찌와 시계, 스마트 헤드폰, AR 고글 등과 같은 형태로 말이다.

애플 또한 이미 느려진 아이폰 교체주기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고 후속 게임을 선도하고 있다. 애플 와치는 소리소문없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에어팟은 크리스마스 시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AR 분야에 대한 애플의 투자가 아이폰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술을 담아낼 “킬러 앱”이다. PC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나, 아이폰의 모바일 인터넷과 인터페이스와 같은 역할을 할 킬러 앱이 스마트폰 후속 주자들에게는 아직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하나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여럿이 모여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삶을 향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테크 대기업이 애플 혼자만은 아니다. 또,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앞으로의 시장을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위에 서 있다. 그러나 현상태에 매여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상하게도 기술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혁명을 선도하게 될 이들은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의 차고지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료출처: www.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