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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디자인과 미술 – 1945년 이후의 관계와 실천

Design and Art- book cover img

요즘 미술은 담론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가 싶을 만큼 전시 자체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주목 받곤 한다. 이에 반해 디자인은 좀 더 직접적인 소비와 연관되어 있고 담론보다는 실제적인 생산과 그것의 사용에 집중한다. 이런 부정할 수 없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요즘 디자인은 전시를 통해 선보이기도 하고 미술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일어난다. 얼마 전 번역 출판된 미술 평론가 알렉스 콜스의 <디자인과 미술>은 디자인과 미술의 혼성적 움직임에 대한 36편의 글과 인터뷰를 모아놓은 선집이다. 그렇다고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미술로서의 디자인, 즉 ‘디자인미술’이라 불리는 것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제목처럼 ‘디자인’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미술사적으로 봤을 때, 1945년 이후 미니멀리즘과 팝아트의 등장은 ‘미술’ 자체의 범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전에 관습적으로 미술로 분류됐던 기준이 무너지고, 이제는 과연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담론을 생산하는 과정이 미술활동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아서 단토는 <예술의 종말>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통해 “하나의 대상이 예술작품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해석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무너진 미술의 경계에서 디자인은 ‘디자인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미술’은 어찌 보자면 디자인의 하위 분류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디자인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고 미술과의 관계에서 디자인을 고찰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거나, 편협한 미술적 담론을 디자인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요식 행위라고만 볼 수는 없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해석’이라는 도구를 통해 읽어내는 미술과 디자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현대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세심히 볼 수 있다. 이 책을 엮은 알렉스 콜스 역시 ‘디자인미술을 넘어’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디자인과 미술의 접점에 중점을 둔 활동에 관한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끌어내고자 한다는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책은 디자인과 미술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다룬 ‘패러다임’과 역사적으로 미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진 주제인 ‘유토피아와 협업’, 그리고 그 실천적 사례들을 다룬 ‘조정자들’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카테고리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디자이너와 문화이론가, 미술사가들은 때로는 비평문을 통해 때로는 인터뷰 원고를 통해, 서로의 위치에서 바라본 디자인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이야기 하는데 각각의 글이 결국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결된다. 즉 하나의 글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글을 다시 들춰보게 되는 식이다.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시 들여다 본 이론가의 이론 혹은 작가의 작품은 처음과는 또 다른 의미로 읽힌다. 엮은이 알렉스 콜스는 이렇게 글들을 엮어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디자인과 미술에 대한 담론을 디자인했다.
 
단숨에 읽히는 말랑말랑 글이 모인 책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곱씹으며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그러한 책이다.  
 
 
<디자인과 미술 : 1945년 이후의 관계와 실천>
- 저자 : 알렉스 콜스 / 번역 :  장문정, 박활성
- 출판 : 워크룸 프레스
- 145x220mm / 332쪽 / 20,000원
- ISBN 978-89-94207-26-1 03600
 
- 목차

알렉스 콜스 — 서문: 디자인미술을 넘어
 
1장 패러다임
조지 넬슨 — 좋은 디자인: 무엇을 위한 것인가?(1957)
리처드 해밀턴 — 디터 로트(1961)
클레멘트 그린버그 — 조각의 근황(1967)
노먼 포터 — 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1969)
폴 랜드 — 디자인의 정치학(1981)
댄 그레이엄 — 디자인으로서 미술, 미술로서 디자인(1986)
도널드 저드 — 좋은 램프를 찾는 건 어려워(1993)
빌렘 플루서 —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하여(1993)
호르헤 파르도 — 프리츠 하에그와의 인터뷰(1999)
조 스캔런 — 자, 명품을 드세요(2001)
할 포스터 — 디자인과 범죄(2002)
권미원 — 호르헤 파르도의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2002)
키스 도르스트 — 아니, 그게 미술인가요?(2003)
루이세 스하우벤베르흐 — 헬라 용에리위스와 나눴을 법한 대화(2003)
릭 포이너 — 미술의 동생(2005)
익스페리멘틀 젯셋 — 루시엔 로버츠와의 인터뷰(2005)
 
2장 유토피아와 협업
피터 쿡, 아키그램 — 플러그인 시티(1972)
만프레도 타푸리 — 아방가르드의 변증법(1974)
디터 람스 — 미래의 전망과 유토피아 개념: 프랑수아 부르크하르트와의 인터뷰(1980)
베냐민 베일과 안드레아 지텔 — 집이란 미술이 있는 곳 / 안드레아 지텔의 답변(1994)
유프 판 리스하우트 — 으뜸과 딸림 유닛(1994)
루시 오르타 — 폴 비릴리오와의 인터뷰(1995)
N55 — 미술과 현실(1996)
슈퍼플렉스 — 아사 내킹과의 인터뷰(1998)
더글러스 커플랜드 — 멋쟁이 과학자(2000)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2002)
토비아스 레베르거 — 반 고흐 위에서 잠자기: 앤서니 스피라와의 인터뷰(2004)
 
3장 조정자들
메리 앤 스타니제프스키 — 프레데릭 키슬러의 설치 디자인(1998)
앤디 워홀 —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레첸 버그와의 인터뷰(1967)
데이비드 보든 — 출판인(혹은 책쟁이) 루쉐: 에드 루쉐 인터뷰(1972)
찰스 임스 — 디자인이란 무엇인가?(1972)
마크 위글리 — 토털 디자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1998)
마리아 린드 — 어떻게 될까?(2000)
리암 길릭 — 캐추 로버츠와 루시 스티즈와의 인터뷰(2000)
폴 엘리먼 — 너무 많은 정보(2005)
M/M — 영국 왕립예술학교 데이비드 블래미와의 토론(2006)
 
저자 및 작가 약력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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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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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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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디자인과 미술 #알렉스 콜스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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