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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일상을 바꾸는 쓰레기들

 

 

 

 

근대 이후 산업의 발달에 따라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많은 것이 과잉의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하나의 물건을 오래오래 귀하게 쓰기 보다 빨리 새로운 것으로 바꿔 소비하는 게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한 버려지는 것들도 많이 생겨날 수 밖에 없을 터. 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쓰레기들의 처리는 현대인들이 풀어야 하는 큰 숙제 중 하나다. 많은 예술가와 발명가, 그리고 디자이너가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는데 몰두했고,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실패했다.

 

지난 2008년 가을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최정화 작가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외벽을 버려진 페트병들로 둘러쌌던 ‘천만시민 한마음 프로젝트 모으자모으자’도 그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무려 1,712,462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된 이 거대 프로젝트는 단연 화제였다. 하지만 만약 작가가 아닌 디자이너가, 대지예술 개념의 조형물이 아닌 디자인 제품을 만들었다면 어떤 식으로 페트병들을 활용할 수 있었을까?

 

 

 

 

이번에 지콜록북에서 새로 나온 <일상을 바꾸는 쓰레기들>은 바로 그런 버려진 물건들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흔히 말하는 재활용이 분쇄하거나 다시 공정을 거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개념은 원래의 물건을 그대로 사용해 더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버려진 주방 용품에 구멍을 뚫어 조명기구로 만든다던가, 다 사용한 폐드럼통을 의자로 변신시키고 낡은 책을 책꽂이로 만드는 등 기존 형태와 기능을 디자이너의 영감과 생각을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실려있다. 새로 만들어내는 제품과 달리 업사이클된 제품에는 이전에 사용됐던 디자인의 기능적 의미가 디자인적 요소로 살아있으며 실제 사용된 기간 동안 물건에 덧붙여진 시간의 흔적이 풍성한 시각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온 빈티지 직물과 테피스트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만든 보크자의 의자는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집중해서 이를 악 물고 격파하듯 정독해 나가야 하는 책이 있고, 뒤적이다 맘에 드는 부분을 골라 하나씩 읽고 덮어뒀다 다시 펼쳐 들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이전에 사용됐던 용도나 변형된 방식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의 커다란 카테고리로 나뉜 업사이클 사례들은 다양한 디자인 사례가 모여 하나씩의 완결된 이야기를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계로 변형된 쓰레기들의 사연인 “쓰레기 속 소우주”에서는 시계의 발달사에서 현대인의 시간 개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고민 끝에 하나씩 골라먹는 초컬릿 상자처럼 예쁘고 맛있는 이야기책이다.

 

<일상을 바꾸는 쓰레기들>

 

-저자: 조창원

-출판: 지콜론북

-140x215 mm / 260쪽 / 15,000원

-ISBN 978-89-98656-14-0 03600

 

-목차

 

Prologue 사사로운 사물들의 두 번째 삶

 

Part 01 집 안의 고물들

부엌에서의

전자기기의 사체들

쓰레기 속 소우주

아이맥과 여행가방

책의 쓸모

폐지의 시적 의미

 

Part 02 도시의 쓰레기들

드럼통의 미래

은촛대가 된 수도관

거리의 사물들

스트리트 뷰티

도시의 하드웨어

 

Part 03 낯설지만 즐거운 결합

자연과 문명의 화합

나뭇가지 사용법

보통의 특별함

프랑켄슈타인의 의자

빛을 품은 유리병

 

Part 04 다수(多數)의 일체(一體)

세상을 비추는 안경

책상 밖으로 나온 문구

아주 특별한 쇠사슬

실크로드의 콜라주

일상적인 옷들의 변신

 

Part 05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다

경계를 넘은 휴식

과일향이 나는 가구

의자가 된 박스들

파도가 가져온 선물

세상을 위한 럭셔리

비와 바람으로 깊어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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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Tag
#업사이클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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