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Leyla Reynolds 

전 세계 주요 건축회사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지난 5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다섯 명 중 네 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디자인전문 매체 디진(Dezeen)이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건축회사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21%다. 이는2017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10%에 비하면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임원으로 확대해 보면,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9%로, 5년 전 18%와 비교해 60%나 증가했다.

이와 같은 관리직 여성 비율의 비약적 증가는 환영할 만하지만, 건축업계의 성 평등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보가 공개된 48개의 기업 가운데 절반은 고위 관리부서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고, 웹사이트에 게시된 임원 명단에 여성을 찾아볼 수 없는 기업도 12개사나 된다. 그나마 2017년의 16개 사에서 줄어든 수치다.

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 대표를 역임한 Angela Brady는 이를 “엄청난 도약”이라며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학의 여성 졸업생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업계의 성평등을 달성하는 일은 시간문제다”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런던스튜디오 dRMM의 공동설립자 Sadie Morgan는 변화가 너무 느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건축 산업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 많이 있음을 데이터가 보여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50 대 50이 당연한 거다. 업계가 젠더 논쟁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급 직위에 남성보다 많거나 같은 수의 여성을 채용한 업체는 Gensler, GF & Partners, Sweco, 그리고 White Arkitektur 등 조사대상 가운데 4개 업체에 불과하다.

2017년에는 White Arkitekter와 Tenbom 단 두 곳 뿐이었다. Tengbom의 경우, 이 후 세계 100대 건축회사 순위에서 밀려나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회사 Gentler는Gensler는 고위직에서 고른 남녀 성비를 보이는 몇 안 되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1월에 실시된 조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조사자료는 Building Design지가 매년 작성하는 세계 100대 건축회사 리스트 World Architecture 100(WA 100)에 오른 업체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수집되었다.

웹사이트의 “인물” 부문에 올라온 남성 및 여성 임원의 수를 센 후, 이를 3단계로 나누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성별 구분은 이름과 사진을 보고 자체 판단했다.

최상위 단계에는 founder, president, 그리고 C-suite executives가 포함된다. 두 번째 단계는 주로 board member와 principal 또는 partner로 구성된다. 세 번째 단계는 associate, department leader,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직책들로 구성된다.

조사 결과는 2017년과 2022년 공통으로 WA 100 리스트에 오른 67개 기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여준다.

관리직 여성 18%에서 28%로 늘었다.

조사된 세 단계 총 5,319명 가운데 1,516명이 여성으로, 28%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비중은 낮은 단계의 관리자 층에서 더 높다.

“3단계에 있는 여성의 숫자가 증가한 것을 보면 임원이나 경영자 훈련을 받고 있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White Arkitekter의 Alexandra Hagen은 말한다.

가장 높은 단계에는 총 628명의 인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132명이 여성으로, 21%를 차지한다. 2017년에는 10%로 조사되었다.

2단계에 있는 1,528명 가운데, 여성은 388명이고, 이는 전체의 25%에 해당한다. 2017년에는 18%였다.

3단계에 있는 3,045명 가운데 여성은 950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21%였다.

임원 여성 수는 11개 기업에서 감소했다.

조사된 업체 가운데 16개 사에서 여성 비율은 유지되거나 1% 미만으로 증가하였고, 11개 사에서 여성 비율이 감소했다.

임원직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기업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급증은 회사 상층부의 조직개편과 관련있어 보인다. 주로는 일부 소수에 집중된 의사결정권을 줄이고 수평적 관리모델로 이향한 경우다.

2017년(왼쪽), Foster + Partners의 임원 중 여성은 한 명에 불과했다. 현재 이곳의 웹사이트를 보면, 여전히 남성이 많긴 하지만 여러 명의 여성 임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녀 비율이 균형을 맞춰가는 현상은 승진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여성 시니어 파트너가 단 한 명 뿐이었던 Foster + Partners에는 현재 13명의 시니어 파트너가 있다.

영국 여성건축가 단체인 Women in Architecture 회장인 Anna Schabel은 임원급 인사의 성비 균형에 대해 건축회사가 가능한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고위급 여성의 증가와 모든 단계에서 역할모델이 되는 실력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일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일부 기업들이 그들의 성평등 수치를 “세탁(gener-wash)”하기 위해 웹사이트의 임원 명단 게재 방식을 바꾸는 꼼수를 쓴다고 지적했다.

 “잘 꾸며진 웹사이트는 문제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일종의 “젠더 워시”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최고위직에 있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관행은 그들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가용 인재의 절반에게 매력적인 고용주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그들의 사업에도 손해다”라고 Hagen은 일갈했다.  

Schabel 역시 비슷한 경고를 날린다. “더 이상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여성 인력은 말한 바를 실천하는 조직으로 옮겨가거나, 이 업계를 떠날 것이다.

원문기사 보기: Women make up just one in five top positions at biggest architecture firms (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