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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근대의 역습 – 우리를 디자인한 근대의 장치들

 

우리의 근대화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신, 급변하던 당시의 세계정세 속에서 외세의 강제에 수반해 이식되었고, 그리하여 근대는 식민지배의 어두운 역사와 떼놓을 수 없는 무엇이 되었다. 강제되었든 이식되었든 혹은 선망되었든, 당대에 밀려든 근대적 장치들은 당대 삶에 스며들며, 우리를 ‘디자인'하였다. 오창섭 교수의 <근대의 역습- 우리를 디자인한 근대의 장치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근대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시계와 투시법, 미인대회, 우량아선발대회, 문화주택, 백화점, 기차라는 일곱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생활의 매트릭스로 자리한 근대를 조명한다. 

 

‘시계’에서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던 전근대의 시간 개념이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근대의 객관적 시간 흐름으로 변화하며 조직문화가 도입되는 풍경을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투시법’에서는 데카르트의 ‘순수한 지각’ 개념에서 슬라보예 지젝의 ‘왜상의 지점’이라는 개념까지, ‘보는 방식’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정의를 배경으로 근대가 가져온 새로운 보기 방식이 삶을 대하는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밝힌다. 이 논의에 따르면 소실점에 따르는 대상을 보는 투시법은 근대의 지배구조를 상징한다. 이렇게 앞의 두 챕터에서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시간 개념과 보는 시각이 근대의 산물이며 우리가 여전히 이러한 근대적 유산 아래 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미인대회’와 ‘우량아선발대회’는 근대가 우리의 몸을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근대의 미의식은 우리 몸을 수치로 계량할 수 있는 측정 대상이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끊임없이 가꿔야 하는 학대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서의 ‘어린이’라는 개념은 변화한 가정 개념 안에서 어머니가 몸무게와 같은 대외적으로 증명 가능한 수치로 환원해 양육의 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도록 만들었다.

 

‘문화주택’에서는 서구 부르주아의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동경한 근대의 풍경을 다루고 있으며, ‘백화점’에서는 우리의 욕망을 통해 증식하는 자본주의의 생태를 다양한 당시 풍속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챕터에는 우리가 서구적인 것, 이것을 들여온 일본 제국주의를 동경과 욕망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과정을 폭로한다. 마지막 ‘기차’에서는 근대의 상징으로 기차를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결국 근대에 길들어졌으며, 현재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많은 부분이 근대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일깨운다.
 

 

근대가 현재의 우리를 어떻게 디자인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에서는 우리의 삶을 이루는 방대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당시 신문이나 잡지 등 풍성한 자료들을 사용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지금 보기엔 다소 낯설기조차 한 당시 풍속이 담긴 자료들을 보다 보면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후일 어떤 식으로 읽힐지 궁금해진다.
 
 
근대의 역습 – 우리를 디자인한 근대의 장치들

-저자: 오창섭
-출판: 홍시
-145x190 mm / 306 쪽 / 13,000 원
-ISBN 978-89-93941-81-4
 
-목차
머리말
 
1. 시계: 제국의 시간을 넘어 시간의 제국으로
- 시간 여행자의 물음
- 기차를 타고 온 근대적 시간
- 시간 기계
- 오만, 그리고 편견
- 근대를 가르치는 스승
- 손목시계, 제국의 점령군
 
2. 투시법: 외눈박이 근대의 차가운 시선
- 유령들에 둘러싸인 눈
- 관찰하는 지식
- 앎과 경험, 그리고 보는 방식의 변증법
- 투시법을 장착한 눈
- 마법의 순간
- 명령하는 시선, 통제받는 시선
- 특권을 가진 자리
 
3. 미인대회: 아름다운 몸의 탄생
- 미학적 경험
- 섹슈얼리티의 대상이 된 제2의 피부
- 아가씨 다리들이여 꼿꼿하고 날쌔시라!
- 미인투표
- 비만, 건강에서 비정상으로
 
4. 우량아선발대회: 어린이의 발견과 계몽이라는 이름의 신화
- 호명된 어린이
- 세 가지 시선에 담긴 세 가지 욕망
- 기계, 혹은 전쟁터
- 아동예찬
- 신화 너머 신화
 
5. 문화주택: 스위트 홈의 이미지, 행복의 소품들
- 새우잠을 자더라도
- 문화주택
- 즐거운 나의 집
- 스위트 홈을 위한 소품들
 
6. 백화점: 거부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유혹
- 백화점을 백화점이게 하는 것
- 예언자 아케이드
- 백화점, 식민지 경성을 점령하다
- 나르키소스의 거울
- 소비하는 주체, 혹은 자본주의의 신민
- 나는 훔친다, 고로 존재한다
 
7. 기차: 미끈한 근대의 비정한 질주
- 서울역과 근대 체험
- 비정한 근대
- 매끈한 기계 이미지
- 질주, 그리고 전통의 죽음
- 아직 오지 않은 근대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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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Tag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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