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는 비단 피시앤칩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농업 대국임과 동시에 각종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 강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취약해진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국가 간 전쟁은 영국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영국의 대러시아, 대우크라이나 무역 동향
영국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경제적 연결고리가 유럽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에 속한다. 2021년 기준, 영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38억 달러, 수입은 248억 달러로 영국 전체 수출입에서 0.8%, 2.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수출 8억4000만 달러, 수입 11억 달러로 그 비중 또한 각각 0.2%, 0.2%로 매우 낮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무역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영국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Institute for Government'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영국 경제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의 대 러시아 및 대 우크라이나 수출입 통계>
(단위: 천 달러, %)
구분 | 연도 | 수출 | 점유율 | 수입 | 점유율 |
---|
대러시아 | 2019년 | 3,375,962 | 0.7 | 14,123,854 | 3.6 |
2020년 | 2,758,999 | 0.7 | 24,501,768 | 3.9 |
2021년 | 3,818,001 | 0.8 | 24,819,124 | 2.0 |
대우크라이나 | 2019년 | 658,087 | 0.1 | 756,605 | 0.1 |
2020년 | 515,015 | 0.1 | 698,846 | 0.1 |
2021년 | 834,835 | 0.2 | 1,116,232 | 0.2 |
[자료: ITC Trade Map]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① 에너지 가격 상승
영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받는 직접적 피해나 영향은 적을지라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같은 전쟁의 여파로부턴 자유롭진 못하다. 러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의 약 17%, 원유 공급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EU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EU는 전체 가스 사용량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유럽 간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반면, 영국은 러시아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 영국은 해상 운송을 통해 러시아산 LNG를 주로 수입하는데 2020년 영국의 전체 가스 수입량의 약 6%에 불과하다.
<영국의 국가별 가스 수입량>
(단위: 백만 큐빅미터)
연도 |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입 | 해상운송을 통한 수입(LNG) | 총수입 |
벨기에 | 네덜란드 | 노르웨이 | 카타르 | 러시아 | 트리니다드토바고 | 미국 | 기타 |
2018년 | 291 | 1,581 | 26,984 | 8,526 | 2,888 | 910 | 2,868 | 2,684 | 46,732 |
2019년 | 325 | 997 | 24,156 | 8,897 | 2,279 | 1,037 | 4,942 | 1,285 | 43,918 |
2020년 | 1,832 | 2,333 | 32,467 | 5,687 | 3,121 | 155 | 3,629 | 1,847 | 51,070 |
[자료: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가 영국 에너지 시장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매우 작아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EU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영국 에너지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실제 영국과 유럽의 가스 가격은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유럽 대륙 내 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유통업자들이 영국에서 가스를 구매해 EU 국가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영국산 가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 추이>![](https://dream.kotra.or.kr/attach/namo/images/000086/20220318195345507_H9XFL0ZY.jpeg) | <EU 천연가스 가격 추이>
![](https://dream.kotra.or.kr/attach/namo/images/000084/20220316201404900_BG0YQ7BY.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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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곡물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전 세계 식량 생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의 14%,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또한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해바라기씨유는 전 세계 무역의 80%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나라 간 전쟁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5월물 런던 소맥 선물가격(London Wheat Futures)은 3월 15일 296.90파운드를 기록,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 243.75 파운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21.8% 상승했다.
한편, 러시아는 세계적인 희귀금속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다. 그 중 팔라듐과 니켈은 각각 전세계 공급의 43%와 10%를 차지한다. 팔라듐은 반도체 생산, 차량용 배기가스 저감장치 촉매제에 주로 쓰이고,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에 사용된다. 핵심 원자재에 대한 공급 차질은 해당 원자재에 대한 가격 상승은 물론 이들 금속이 쓰이는 휴대폰, 자동차, 항공산업 등에 전방위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미 팔라듐과 니켈 가격은 러-우크라 전쟁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크게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팔라듐 가격은 지난 3월 7일 3,339달러로 전일 대비 19.6% 가까이 올랐다. 니켈의 경우 지난 8일 장중 한 때 111% 급등해 역대 최고가인 톤당 10만 1365달러까지 올라 런던금속거래소가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시사점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침체됐던 영국의 경제가 회복기로 돌아서려는 시점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영국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21년 실질GDP 성장률 7.5%를 기록하며 GDP 규모 자체로만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러-우크라 사태로 인한 국내외 공급망 교란은 영국 경제 성장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1월 5.5%로 지난 1992년 3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영란은행은 2022년 1분기 영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0.0%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래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으나, 팬데믹 이후 영국의 경기 회복세를 크게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앞으로 영국은 원자재 등의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ITC Trade Map, BEIS, ONS(영국통계청), LME(런던금속거래소), Tradingeconomics, Institute of Government, BBC, ITV 및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