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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입니까: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뉴욕 크리에이터 이야기

 

지콜론북에서 ‘도시와 디자인(City and Design)’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지난가을 발간한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로 <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입니까>가 나왔다. 런던만큼이나 뉴욕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데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책 제목이 미묘하게 바뀐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런던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서술하고 있다. 런던 편의 제목이 저자에게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면, 뉴욕 편에서는 “당신”에게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이때의 “당신”은 런던 편과 마찬가지로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책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일 수도 있고, 혹은 이 책의 독자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은 의문형의 주 제목 말고도 2개의 부제가 더 있는데, 영문 제목은 “뉴욕 2,598일: 뉴욕에서의 창의적인 마주침에 대한 기록(NY 2,587 days: A record of creative encounters in New York)”이고, 이외에도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뉴욕 이야기”라는 국문 부제가 별도로 있다. 다소 미묘하고 복잡한 이 제목’들’은 이 책의 지향점, 혹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책은 한국에서 자신의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던 저자가 뉴욕으로 떠나 어학 공부를 하며 외국인으로 낯선 도시에 적응하던 시기, 디자인 학교에 다니며 현지의 디자인계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던 시기, 뉴욕 현지의 디자인 사무실에 취직해 회사에 적응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의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보면 저자의 일기에 가까운 뉴욕 디자인계 적응기와, 저자가 만난 뉴욕의 창의적인 사람들과 인터뷰의 두 개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뉴욕에서의 7년이 조금 넘는 기간 저자의 경험담은 도시와 디자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나 객관적인 비평문이 아니다. 때로는 다소 감상적이고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며 받았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바로 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지점에서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외국인으로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상처와 감상은 낯선 도시에 적응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가 바로 뉴욕에서 살아남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담 속에 뉴욕 디자인 교육에서 중시하는 디자인 방향과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 현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허가증과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발급받는 방식, 그리고 미국식 디자인 기업 문화에 대해 꽤 상세한 기술을 녹여내고 있다. 뉴욕은 우리의 상상 속 막연히 세련된 도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가 버리는 냉혹한 곳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도시 뉴욕에서 크리에이터로 살아남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책의 또 다른 중요한 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의 보편성을 확장해 보여준다. 인터뷰는 디자이너와 디자인 회사의 경영자, 작가, 교수 등 다양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인터뷰이의 작품 혹은 삶의 철학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뉴욕의 인상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작업 세계를 가진 그들의 이야기가 뉴욕이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로 가면 대답은 결국 비슷해진다. 뉴욕은 다양성의 도시라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뉴욕으로 몰려든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다름의 인정, 그리고 이를 통해 받은 자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태도가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이제야 제목이 3개나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듯 다른 표현, 그 다양함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와 그곳의 디자인에 대한 하나의 단상이다. 뉴욕의 매력은 그곳의 고색창연한 건물이나 뉴욕만의 고유한 문화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사회,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에너지를 열정으로 흡수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관계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만 가면 뉴욕만의 향기가 가득한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실천하고 겪어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내가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신기루가 되어 허망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 뉴욕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입니까: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뉴욕 크리에이터 이야기

 

-저자: 이우진
-출판: 지콜론북
-153x215 mm / 386 쪽 / 22,000 원
-ISBN 978-89-98656-16-4
 
-목차
Prologue 여는 글
Part 1.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기
_원하는 것을 위한 지구력 이야기
_뉴욕, 막연했으나 늘 가슴 속에 있었던 그림
_뉴욕 디자인 업계에 잠입하기
_뉴욕에 있는 한국 회사들?
_다른 문화 이해하기
_시간에 관한 계산들
_섹스 앤 더 시티
_한국 택시기사 아저씨의 당부
_연결
_프리 스피킹 레슨
_아름다운 그녀들
_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 사람들
_한국 친구만 만나는 한국 사람들
_뉴욕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Part 2. 나의 사사로운 디자인 분투기
_긴장하던 첫 학기
_작업실
_학생 비자 F1과 취업 허가증
_스스로 방법을 찾게 하는 그녀만의 노하우
_TLA 워크숍 - 익스페리멘탈 젯셋
_프레젠테이션과 플로팅 픽셀 워크숍
_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일 vs. 학생을 가르치는 일
_어워즈
_인턴십 Ⅰ, 재빨리 가지치기
_인턴십 Ⅱ, 첫 주급 받던 날
_프리랜스 디자이너로
_스폰서십, 그 달콤한 유혹
_취업 허가증과 H1B 비자
Part 3.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
_오라클 클럽
_피트 스테인
_리 매가
_리 뇌레고르
_조지 로이스
_스테판 사그마이스터
_제프 벨안토니
_알리사 자미어
_가브리엘 바르시아 콜롬보
_프레데릭 본
_스티븐 크리스토퍼 톰슨
Part 4. 뉴욕 디자인에 스며들기
_레이저피시의 문화
_전화미팅
_다른 언어권에서 의사 표현하는 일
_그래도 약점은 보이지마
_사이클
_피해자 되지 말기
_사람을 성장시키는 두 가지 방법
_가슴에 멍이 드는 디자인
_콜라보레이션Ⅰ
_콜라보레이션Ⅱ
_가슴으로 디자인하는 일
_뉴욕의 아트페어
Epilogue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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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Tag
#인터뷰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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