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로 이룩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대량소비를 위해 만들어지는 ‘기성품manufactured goods’은 생활의 편의와 획일화를 동시에 가져왔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기(利器)인 기성품들은 한편 이 같은 획일화사회에서 몰개성화된 대량생산품에 개인의 취향을 불어넣고자 하는 열망을 자극한다.

커스텀 페인팅(custom painting)은 의류나 가구, 가전제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에 나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이동수단의 하나인 자동차나 모터 사이클에 그림을 그리는 특정용어로서 자리를 잡고있다. 이미 자동차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미국, 유럽 등지에는 일부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커스텀 페인팅에 다양한 관심을 보이며 단순히 공장에서 제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자동차의 디자인에 개인 취향에 맞는 터치를 가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다.

“Auto-Motive”展은 ‘자동차’라는 낯설지 않은 공산품을 매개로 커스텀 페인팅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의 작업을 보여주는 박기일, 필승, 한영권 작가의 작업을 선보인다.

획일화된 디자인과 공장에서 대량생산 과정을 거쳐 제조되고 판매되는 자동차를 소비한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것으로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소박한 열망을 담은 한영권의 커스텀 페인팅 작업, 자동차의 내부에 복잡다단하게 연결되어 모바일(mobile)의 기능을 수행케 하는 각종 회로와 엔진의 외형과 그 기능을 탐닉하는 듯하여 마치 기계 문명을 찬미하던 미래파(futurism) 화가들의 작품을 상기 시키는 박기일의 평면 작품 시리즈, 자동차를 구입하는 특별한 소비형식을 차용한 필승의 핑크 미니카 설치 작업들이 쌈지길을 찾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