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옷이 친구를 만든다 ㅡ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



올해 디자인 마이 행사중 가장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폭트와 바이쩨네거 사무실인 V + W (Vogt + Weizenegger, 올리버 폭트, 헤르만 바이쩨네거)에서 고안한 이야기가 있는 옷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려는 프로젝트인 <릴레이션 칩Relationchip>이다.

독일 작가 고트프르트 켈러의 희곡 <옷은 사람을 만든다>에 비유해서 <옷은 친구를 만든다>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 이 <릴레이션 칩>은 간단하게 말한다면 헌 옷 물물 교환의 현대 디자인적 접근과 해결책이라 보면 된다. 여기서 디자인적 접근과 해결책이란 <릴레이션 칩>이 단순한 헌 옷 물물교환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 디자인의 힘을 빌려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이다.

즉, 사람들이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길이를 줄이거나, 염색을 하거나, 형태를 변형하고, 장식을 달거나 해서 새로운 옷을 만든다. 릴레이션 칩측에서는 이를 모딩(Modding)이라 부르는데, 전시장을 찾은 관객 또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미리 준비된 모딩된 옷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자신이 입고 온 옷과 교환을 한다. 손님들이 놓고 간 옷은 다시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새로운 옷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때 키 포인트는 옷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세탁이 가능한, 아플리케이션 형태로 된 RFID칩을 옷에 달아주는 것이다. 이 칩은 매장에 있는 칩 리더기로 읽으면, 처음 옷을 가져온 사람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사진, 그리고 그 옷을 거쳐간 사람들에 관한 정보, 옷을 모딩한 디자이너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그 옷이 거친 과정과 이야기를 읽고, 짧은 댓글을 남겨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 칩에 있는 정보를 읽는 기계


┕ 릴레이션칩의 현장 작업 장면

예를 들면, 릴레이션 칩 홈페이지에는 소개가 된 0001번 체인의 경우, 작년 생-테티엔 행사때 디자이너 올리버 폭트가 자신의 자켓을 기증하는 것으로 옷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폭트의 자켓은 릴레이션칩 팀에 의해 모딩되고, 이것을 이반다-맘바가 교환해 갔다. 이반다-맘바는 그 대신, 자신이 입고 온 자켓을 두고 갔고, 릴레이션 칩 디자이너들이 모딩한 그 자켓은 이번 베를린 행사때 나드지가 가져갔다. 나드지는 대신 자신의 보라색 자켓을 두고 갔는데, 이 자켓은 지금 하이케 손에 들어가 있다. 이처럼 처음 시작한 옷을 기준으로 체인 번호가 정해지는데, 간혹 옷에 담긴 재미난 에피소드들이나 특이한 사연이 공개되기도 한다.






┕ 0001번 체인의 발전 모습과 칩에 저장된 정보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작년 겨울 생 테티엔드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Biennale Internationale Design in St. Etienne)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나탈리 크라셋이 생 테티엔 비엔날레 프로그램 중 <코하비테이션. 함께 살기 Cohabitation, Living Together> 전시회에 폭트와 바이쩨네거를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것이다, 전시회의 주제에서도 알 수 있지만, 릴레이션 칩의 배경은,현대사회의 넓은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생활, 즉 함께 살아가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당시 릴레이션 칩 멤버로 슈테판 디에쯔 Stefan Diez , 애릭 레비 Arik Levy, 나탈리 크라세 Natali Crasset 등 (제품)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클라우디아 스코다 Claudia Skoda, 에이칫 보스탄 Ayzit Bostan, 플로린다 슈니첼 Florinda Schnitzel, 코스타스 무쿠디스 Kostas Murkudis 등 패션 디자이너들이 함께 했다. 그 결과물들은 릴레이션 칩 Relationchip Organisation 측이 마련한 온라인 데이터 뱅크에서 추적할 수 있다.

올해 베를린 행사에는, 블레스 BLESS의 이네스 카악 Ines Kaag, 클로딘 브리노 Claudine Brignot, 에이칫 보스탄, 하만 수트라 Haman Sutra, 프로린다 슈니첼 등이 의류 리-디자인의 방향을 모여주는 의류 자키(CJ: Cloth Jockeys)로 활동했다. 이처럼 릴레이션 칩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음악을 소개하는 디제이나 영상을 다루는 비제이의 개념처럼 의복을 소개하는 클로드 자키인 씨제이(CJ)의 개념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 0066번 체인의 변화과정. 디자인 팀 블레스가 기증한 외투에서 시작해서 현재 델리아가 잠바를 두고가기까지를 보여준다.

사실, 누구나 한 번 쯤은 입지 않는 옷 처리로 고민을 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세컨드 핸드 의류매장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재활용이 활발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남이 입던 옷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헌 옷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해도 헌 옷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나 일부 지역에 몰려있는 과다생산과 과다소비라는 사회구조의 단점을 돌아볼 때, 헌옷이나 헌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화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폭트와 바이쩨네거의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바로 물물교환, 의류 재활용 시스템, 현대 소비사회의 상표(브랜드) 문화 그리고 이런 제도의 문제점들을 보안해서, 새로운 의료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으로 보면된다. 다시 말해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과소비를 부축이는 새로운 물건 생산이 아니라, 헌 것, 낡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장치로 이용한다는 점, 낡은 것이 가진 세월의 흔적을 아끼게 되는 가치관의 전환과 새로운 문화 창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 옷이나 사물을 통해 점점 익명성이 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낡은 것, 남이 사용하던 것, 다시말해 남의 흔적이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문화코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휴머니즘적 사고가 사회전반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릴레이션 칩 홈페이지
www.relationchip.org

"옷이 친구를 만든다 ㅡ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