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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아가시 개인전, 작품으로서의 책들

이도 아가시 개인전, 작품으로서의 책들


읽지 않고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혹은 서점에 가는 것만으로도 지식이 쌓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책은 꼭 보고 읽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동의하는가?

삶이 각박해질수록 부족한 무엇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는 카페를 찾거나 취미생활을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전자책의 수요가 보여주듯, 우리는 지속적으로 책을 찾는다. 하지만 책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어떤 이유로 책을 찾는지 고민해 본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미디어어로서의 책 VS 존재로서의 책, 그리고 이도 아가시


여전히 우리는 책을 통해 무언가 얻기를 바란다. 시험 대비용 서적을 찾고,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찾는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책을 통해 책 이외의 다른 것을 찾는 것이지, 엄밀히 말하자면 책을 찾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책이 미디어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책의 존재와 책의 가치를 탐닉하는 일은 어불성설일까. 글자와 그림이 없다고 책이 아닌 것이 아니듯, 존재의 이유에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지는 일은 책과 사람간의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바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북 아트 디자이너, 이도 아가시는 미디어로서의 책이 아닌, 존재로서의 책에 집중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서, 6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홍대 부근의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전시는 책의 존재에 무관심했던 우리에게 책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의미 깊은 전시였다.

대형 서점의 서가에 꽂힌 책들은 마치 전쟁에 나갈 채비를 마친 전사들의 무리처럼 똑같은 형태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서 있다. 그들은 소통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수많은 무리 속에서 입을 꾹 다문 채 선택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이도 아가시 작품 전시장의 책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듯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온몸으로 자기 존재의 가치를 드러낸다. 작품을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만져보고 싶고, 여기저기 사방에서 내 몸을 움직여가며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유는, 이도 아가시의 책이 단지 그림과 글자로만 이루어진 기존의 책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도 아가시의 책을 본다면,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지?’ 하는 물음보다는, 책 그 자체를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읽지 않아도 그 책은 충분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시장 초입을 장식하고 있는 <Don Quixote, 2007> 그가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60번째 생신을 맞이하여 만든 작품이다. 돈키호테의 일부를 히브리어로 번역한 책으로, 중세시대의 칼을 책 커버에 빼고 또 꽂음으로써 책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이다. 돈키호테의 기사도 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Pointe Shoes by Ronny Someck, 2009>는 패브릭 커버에 핑크 리본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특히 핑크 리본은 장식적 역할을 넘어, 접착제를 대신하여 책의 제본을 담당하는 중추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Bejuquero, 2003>는 제본을 위한 빨간 실이 책등은 물론 책의 표지를 감싸고 있다. 완성된 형태를 위해 일반적으로 제본의 구성이나 재료를 숨기기 마련이지만 이도 아가시는 제본의 속성을 미적 가치로 승화시키고 있다.




<The Cornet by Rainer Maria Rilke, 2009>는 중세 갑옷을 표현하기 위해 5mm 크기의 구멍이 50,000번 이상 찍힌 가죽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In Everyone There Are Four Songs, 2007>




<Miniatures from the bible by Metavel, 2012>


전시 명: 이도 아가시 개인전, 작품으로서의 책들
전시 기간: 2012. 06. 27 - 2012. 07. 05
전시 장소: 인더페이퍼 갤러리

 

Tag
#북디자인 #아트북 #이도아가시 #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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