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 ) 하다.
(공부)
(세상구경)
(위로)
(...?)
( )를 채워줄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책의 가볍고 무거운, 즐겁고 슬픈, 새롭고 낡은 그 어떤 이야기를 찾고 만들고, 직접 소통하는 이들이 있다. 책이 담은 수많은 나와 너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책과 마주하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할 때, 정보가 필요할 때 우리는 책을 찾는다. 책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것, 그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괜시리 손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보고 내가 읽는 책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책의 메시지보다 책을 읽던 순간과 상황이 기억날 때가 있다. 책의 물성은 참으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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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이 있는 존재는 인간의 5감에 자극을 준다. 그리고 미각, 청각, 후각, 시각, 촉각에 도달한 자극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보다도 종이책이라는 존재는 우리를 동하게 할 수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책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짙지는 않으나 특유의 향이 있고 넘길 때마다 미세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무모하기는 하지만 맛을 볼 수도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책은 종이 위의 글자가 의도하는 바 외에도 존재 그 자체로서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제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혹은 그와 반대로 혹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독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오래된 일기장 (냄새 맡기)
책장에서 가장 (두꺼운 책 찾기)
책으로 (도미노 만들기)
책 (뒤집어 보기)
이 얼마나 즐거운가!
전쟁에 나갈 준비를 한 듯,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있는 반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기꺼이 옷을 바꿔 입고 집 안을 떠나 기꺼이 문 밖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듯 한 책들이 있다.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보다 작고 볼품없을지 몰라도 나의 이야기를 작게 속삭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책 안에 담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책으로 (사진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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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ile.designdb.com/EDITOR/68/320328201211010124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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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진기
디자이너 신민
150*150(mm)
다음은 제작자 신민의 작품 소개글이다.
딸기코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손맛 나는 사진기! 딸기코가 온몸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매달 손으로 그려내어 현상한 뒤, 멀리 서울행 버스를 타고 인쇄소에 맡겨서, 또 손으로 하나 하나 칼질하여, 접어서 발간하는 미치도록 매력적인 잡지!
사진기를 찰칵! 할 시에는 사진기 가슴 속의 내용물을 다 꺼내고 하는 것이 좀 더 기분 좋습니다. 그리고 습한 날에는 사진기도 노곤노곤 해집니다. 사람이랑 똑같으니 조심히 다뤄주시기 바랍니다.
소개글이 꽤 유쾌하다. 유명 소설도 아니고 꽤 공을 들인 그림이 담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손수 제작한 콘텐츠가 책의 형태와 결합하여 디자이너 특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즐거운 이 작업은 벌써 4번째 발간되어 한 달에 80명의 독자에게 전달된다. 즐거운 소통을 향한 디자이너의 유쾌한 시선이 돋보인다.
책은 사전적 의미로, "종이의 묶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 종이의 묶음은 꼭 본드로 제본이 되거나 실로 엮여 있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널리 보편화된 제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기 안에 수십 장의 종이를 나름의 방법으로 "묶어낸" 이 작품도 일종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으로 (훔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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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기, 2호
어느 아줌마의 일기
40 페이지
다음은 제작자의 소개글이다.
매 호, 한 사람의 일기를 발행합니다. 일기를 발행하는 사람은 그동안의 나를, 독자는 새로운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본문 중
아이들이 곤하게 자고 있다. 남편도 저쪽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무엇이 그리 밉고 난 서러웠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다. 내일 아침 당장 갈 곳이 있는데 말이다. 이젠 싸우지 않겠다던 다짐이 어디로 가고 한창 미울 때는 또 어떻게 사나 해결책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나의 이런저런 오만가지 쓸데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다듬으면서 잠을 자버린 남편이 오히려 나은 것이다.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나의 수련이다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입장이 되어버렸으니.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누군가의 일기이다. 일기란 본래 몰래, 누구도 보지 못하게 은밀하는 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일기를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것은, 꽤 짜릿하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당신의 일기도 책이다. 책 꽂이 가장 밑 줄에 꽂혀 있는 낡은 내 어릴적 일기장도 누군가에게는 궁금하고 알고 싶은 책이 될 수 있다.
책으로 (기억하다).
![](https://file.designdb.com/EDITOR/68/32032820121101020406.jpg)
Recollections of the trip
수집 + 수집 : 티켓 수집에 의한 티켓 수집을 위한 아트북
디오브젝트
105*210(mm), hand binding
48 pockets
디오브젝트는 일상에서의 발견으로 수집된 오브제를 통해 경험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2인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여행 중 사용했던 티켓의 이미지를 수집한 아트북으로 실제로 티켓 수집의 기능이 있다. 표지는 실크스크린 프린트(3도)로 작업하였고 접지 및 제본 등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별것 아닌 듯한 티켓이 "책" 안에 담기면 어떤 이가 궁금해 하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종이 책의 매력이며 커뮤니케이션 가치이다.
사진 출처: 유어마인드, www.your-mi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