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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요리책, 맛있는 영감

즐거운 요리책

요리책은 단순히 요리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요리책은 요리를 소개함은 물론 독자를 주방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요리책은 바로, 요리를 매개로 하는 또 다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예술로서의 파스타를 만나다.

파스타의 기하학 = 완벽한 형태 + 완벽한 소스

글/ 제이콥 케네디
옮긴이/ 차유진
양장본
255*165mm
288페이지









뜨거운 여름날 찾게 되는 한국의 음식, 냉면은 사실 겨울에 먹는 음식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에 태어난 음식이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미리 담가 놓은 동치미 국물에 소고기 육수를 적당히 부어 간을 맞추고 추운지방에서 주로 생산된 메밀로 만든 면을 넣는다. 이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충청지역은 닭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을, 진주지역은 해물로 육수를 우려낸다. 여러 지방에서 냉면을 즐겨 먹었지만 모두 서로 다른 모습과 맛을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방색은 저 멀리 이탈리아의 파스타에도 해당된다.



다음은 유어마인드에서 소개하는 <파스타의 기하학>의 책 소개이다. 

반죽의 종류, 모양을 만드는 기술, 맛과 내려온 전통들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특정 파스타와 어울리는 소스의 교집합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난한 남쪽 지방의 파스타는 세몰리나와 물을 넣어 만든 반죽을 이용해 손으로 만들어 피가 두꺼운, 소박한 시골풍이며, 이탈리아 중남부 지역은 남부와 비슷한 세몰리나 반죽이기는 하지만 기계에 반죽을 넣어 압착해서 빼내어 길고 가는 국수 모양을 비롯한 상당히 복잡하고 작은 모양의 파스타들을 만든 다음, 건조와 포장을 거쳐 상품화 시킨 파스타들을 사용한다.

가장 부유한 중북부와 북부 지방에서는 달걀노른자와 곱게 정제된 밀가루를 이용해 금빛의 샛노랗고 비단같이 부드러운 리본 파스타를 만드는데, 속을 넣어 예쁘게 빚은 파스타들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아름답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 동유럽과 독일과 맞닿아 있는 추운 지방을 살펴보자면 빵가루, 밤 가루, 메밀과 호밀 같은 다른 곡물들이 흰 밀가루를 대신하고 있다.



파스타가 냉면보다 즐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형태’의 즐거움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길고 가느다란 스파게티가 보편적이지만 나비모양의 파르펠레에서 조개껍데기 모양의 콘킬리에까지, 파스타의 세계는 끝이 없다. 쌀을 주식으로 다양한 찬(饌;반찬)이 발전해 온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는 다양한 소스와 함께 파스타 요리를 환상적으로 창조해냈다.

파스타가 흔하지 않던 어린 시절, 엄마께서는 마카로니를 삶아 마요네즈와 옥수수를 넣고 종종 간식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반달 모양의 그것이 무언지는 잘 몰랐지만 특이한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한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파스타의 기하학>에서 기하학적 그래픽으로 승화한 파스타 역시, 맛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맛있는 예술적 영감이 마구 샘 솟는듯하다.




그림으로 배우는 요리
요리그림책 두 번째, 밤10시 이후의 요리

발행/ 유어마인드
편집/ 이로iro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 김준혁, 김혜영, 눈군, 무탄산, 박윤지, 애슝, 오나경, 임진아, 한지선, Soo Choi, Yina Kim














열심히 저녁 식사를 준비하신 엄마께서 가끔씩 밥 한 숟갈에 배가 부르시다며 일찍이 식사를 마치실 때가 있다. 식사 준비를 도와드리지 않은 것이 괜히 찔리는 내가 멋쩍어 하면 말씀하신다. 요리하다 보면 먹지 않아도 이미 다 먹은 것 처럼 배가 부르시다고. 진짜? 그리고 가끔은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시다고! 

소규모 출판물과 독립 출판물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 유어마인드(your mind)에서 발행한 <요리그림책 두 번째, 밤 10시 이후의 요리>를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음식"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주제 아래 진행된 열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친절한 레시피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요리그림책 두 번째, 밤 10시 이후의 요리>를 보는 순간은, 마치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요리를 한 수 배우는 기분, 친구가 주방에서 만들고 있는 요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어떤 맛일까 기대하는 기분이다. 요리를 만들어 보지 않아도, 먹어보지 않아도 정성 가득한 일러스트에 이미 포만감이 느껴진다.





이기적 식탁, 사치와 평온과 쾌락의 부엌일기

글과 사진/ 이주희
디자인/ 스트라이크 디자인
출판/ 디자인하우스


하나의 책, 두 개의 시간


이주희 작가의 요리 에세이 <이기적 식탁>은 이국적인 레시피와 감성적인 에세이가 절묘하게 마음을 동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의 질 좋은 콘텐츠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책의 디자인이다.

오전과 새벽을 위한 레시피로 나뉜 콘텐츠의 구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진한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요리를 하는 시간의 감성을 표현했다. 새벽을 알리는 분홍색은 향긋한 로제 와인을, 오전을 알리는 파란색은 지중해의 해산물이 떠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푸른 계열의 색도 이 책에서 만큼은 아침의 신선함을 더욱 자극하는 듯하다. 음식의 신선도를 보여주는 뻔한 초록색이 아니라 더욱 신선하다. 이는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요리의 레시피 혹은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와 감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라 사료된다.

이 뿐만 아니다. 오전과 새벽을 위한 책이 따로 존재하듯, 책을 반으로 나누어 양면에서 각각의 콘텐츠가 개별적으로 시작되게 구성하였다. 이로써, 책의 양면이 모두 시작을 위한 커버가 된다. 책 한 권으로 오전과 새벽의 레시피를 온전히 “이기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연필 하나면 가능한 책 속의 이기적 식탁

특히 책의 왼쪽 중간 부분에 뚫린 작은 구멍 하나가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데, 사실 이 구멍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힌트는 이 책이 엄연히 요리책이라는 것이다. 요리책은 용도상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도 쉽게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제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리책은 360도 회전을 할 수 있고 또 종이가 쉽게 펴지는 pur제본을 흔히 활용한다.

"책에 구멍 뭐지?" 처음에는 시각적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의 구멍은 그 용도를 알면 이내 감탄사를 내뿜기에 충분하다.

구멍의 용도는 바로, 막대를 꽂아 요리를 할 때 책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요리를 하는 시간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지만 그것보다도 한번쯤 주방에서 튼튼한 나무 젓가락을 꽂아 요리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일차적인 편리함을 넘어 구멍 하나로 요리를 하는 즐거움, 요리책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디자인한 <이기적 식탁>의 “구멍”은 그 어떤 기술적인 제본방식보다도 기발하고 혁신적이다.

주변의 지인은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오직 책을 고정시키는 즐거움으로 <이기적 식탁>을 구입했다. 처음의 디자인은 요리할 때의 편리함을 위해서였지만 이내 이 책의 가치는 “책을 펼쳐보고 싶은, 책을 고정시켜 보고 싶은, 책을 소유하고 싶은” 존재로 확장되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튼튼한 연필 하나면 이기적인 식탁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사진 출처: 유어마인드(your mind)

Tag
#북디자인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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