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극장과 무대를 주제로 하는 이번 <이미지 극장>전은 현대미술이 연극과 무대의 조건을 수용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조망해보자 마련되었다. 또한 현대미술가가 무대 미술 등 타 문화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 문화 생산자로서의 실천적 역할을 가늠해 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주요 목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직ㆍ간접적으로 무대 경험이 있는 조형예술가와 무대미술가, 배우 및 연출가들이 참여하여 실재와 가상의 무대 및 연극과 무대에 대한 해석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제시한다.

설치나 영상 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미술은 일종의 무대 공간 내에서의 경험과 같은 연극적 경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연극성을 담지 한다. 현대미술이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과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1910년대 이후 작가들이 예술과 삶의 통합을 주장하고 총체예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무대미술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또한 현대 미술이 연극과 무대와 만나면서 자체의 확장을 도모한 것은 퍼포먼스와 연극적 사진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대, 배우, 관객의 개념을 포함하는 연극적 요소는 현대미술이 전통적인 예술개념과 그 자체의 범주를 넘어 삶과 소통하는 미술을 지향하기 위한 전략적 요소이기도 하였다. 한편 극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연극 역시 1960년대 이후, 등장인물의 대사와 줄거리 보다는 시청각적 리듬과 조형적 이미지에 더 많이 의존하는 이미지 연극의 등장으로 미술언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미술과 연극이 서로의 영역을 필요로 하였으며 상호 소통해 왔다는 사실에 근거하며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째는 실재 혹은 가상의 무대를 전시장에서 작품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무대 경험이 있는 무대미술가와 조형예술가가 참여한다. 둘째는 무대와 연극의 해석과 수용에 의한 작품들로, 기존의 공연작품을 재해석하거나 배우ㆍ관객ㆍ무대ㆍ드라마 등을 창작의 견지에서 번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는 조형예술가와 영상 미디어 작가에 의해 연출된 실험극과 퍼포먼스, 미디어 댄스씨어터 등의 연극적인 공연이다.

<이미지 극장>전은 미술과 연극의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고 현대미술이 무대와 연극의 조건을 수용하고 해석해가는 과정에서, 혹은 직접 무대 제작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미술의 확장을 이루어내는지를 조명해 보았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전시의 일회적 개최를 넘어 향후 현대미술가가 연극의 무대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무대미술을 독자적인 예술작품으로 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