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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질감을 자연의 온기로 덮어버린 SoA(이치훈, 강예린)의 작품 ‘지붕 감각'

 

 

 

재료가 가진 특수성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와 형태, 심미적 기능들이 빛을 발한다. 마치 흙 속에 진주를 발견하듯 작고 볼품없는 재료 일지라도, 그 안에 담겨진 특유의 질감과 에너지들은 절대로 무시될 수 없는 강한 흡입력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자연의 재료는 여러 기능들을 수행하며 최상의 가치를 구현해낸다. 자연의 물성은 인위적인 산물에서 느껴볼 수 없는 친밀감과 따뜻함, 평온함이 내재되어 있다. 특히 어떠한 공간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은 여유로움까지 더해 깊이와 호흡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는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빌리온이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잊혀져 있던 자연의 재료가 하나의 건축물로 탄생되어 사람들과의 교감을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부터 현대카드, 뉴욕현대미술관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은 뉴욕현대미술관(MoMA-PS1)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공모 프로그램이다.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PS1)부터 시작되어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MAXXI), 이스탄불 현대미술관(Istanbul Modern), 산티아고 컨스트럭토(Constructo) 그리고 지난해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 다섯 개국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가운데, SoA(이치훈, 강예린)가 제안한 ‘지붕 감각’이 최종 선정되어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 나라의 현대미술관에서 젊은 건축가를 소개하고, 건축을 문화로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여느 수상보다도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SoA(이치훈, 강예린)가 제안한 ‘지붕 감각’은 한국적 소재인 갈대의 재료적 특성에 창안한 작품으로 갈대발의 유연성을 잘 활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SoA 그룹의 건축가 이치훈, 강예린을 만나 수상작품 ‘지붕 감각’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SoA 디자이너 이치훈, 강예린

 

 

 

Q. 현대 건축에서 지붕보다는 전체 파사드의 개념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잊혀지기 쉬운 지붕의 소중함을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금 일깨워 주었는데……

 

A.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당을 먼저 살펴보았다. 굉장한 에너지로 다가왔다. 특히 마당은 열려 있으면서 확 트인 공간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지붕은 마당을 차지하지 않고 ‘들려 올려진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공간이기에 우리가 무엇을 만들던지 차지하는 것보다 비워내자는 개념부터 살피게 되었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삼청동에 위치해 있어 북촌 일대의 모든 지붕에서 장소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 있었다. 위치적으로도 경복궁이 가까이 있고, 북촌에서 지붕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주변 환경과 지붕의 어우러짐 속에 지붕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굉장히 크다. 지붕은 다른 곳에 비해 쉽게 잊혀지기 쉬운데, 공간에서 지붕이 주는 요소들이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우리의 안식처가 되고 그늘막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Q. 요즘 보기 드문 추억의 갈대발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갈대발을 통해 자연의 평온함과 휴식, 느림의 미학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A. ‘지붕 감각’은 공간적인 특수성인 지붕과 시간적인 특수성인 갈대를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5개국의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매년 여름에 열린다. 그래서 여름에 맞는 지붕이 뭘까 고민하다가 지붕을 덮기 위해 여름을 상징하는 재료였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갈대를 떠올리게 됐다. 어렸을 적에 누워있으면 갈대가 걸려있고, 방에서 혹은 마루에서 갈대의 흔들거림과 같은 그런 상징적인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아마도 갈대를 기억하는 세대들은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갈대와의 기억들이 여름에, 특히 시간이 느리게 간다라는 부분에서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단단하면서 매트한 걸로 덮어버렸으면 느낌이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갈대라는 소재로 인해 빛의 느낌과 시간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Q. 그 말에 공감한다. 나도 갈대를 추억하는 세대다. 지금 ‘지붕 감각’ 아래서 관람객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일단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사실 여름이 조금 느리게 왔다 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 여름의 미학 중 하나가 느림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지치기도 하지만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어린 시절에 여름방학이 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시간이 느리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 여름은 멈춤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활동이 저하되는 것도 사실이고, 너무 모든 걸 하라고 하는 게 많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CF 속 대사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웃음). 그런 것과 어울리는 것이다. 저런 모습들을 보면 편하게 눕고 쉬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이렇게 공공장소 드러누워 휴식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새롭고 또한 유쾌하다.

 

 

Q. 작품을 살펴보면 철구조물이 갈대발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자연의 재료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의도한 것인가?

 

A. 그렇게 생각했다면 다행이다(웃음). 사실 나무를 활용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갈대발을 지탱할 만큼 사이즈가 나오지 않고, 태풍이 불어서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오래전 철을 다루기 힘든 시기에는 나무들을 엮어놓은 매듭 방식으로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런 부분도 고민했지만, 강도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무는 계산하기 힘들었다. 어느 정도 바람에 견딜 수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철구조물을 선택했다. 철구조물 위에 갈대발을 얹고 연결했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선택으로 인해 이런 조화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비롭다.

 

 

 

 

 

 

 

 

 

 

Q.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외 심사위원들이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해외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A.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MAXXI)의 피포 쵸라(Pippo Ciorra) 건축 선임큐레이터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분이 평가하기를 “건축에 쓰이기 힘든 미미한 재료를 기념비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며, “갈대라고 하는 재료는 소소한 소품인데, 큰 규모의 파빌리온에 이용되는 방식이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 현대건축 큐레이터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작업이어서 장소, 주제들이 마치 의도에 했던 것처럼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런 극찬을 들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그들에게는 생소한 재료인데, 국적을 넘어 보편적인 감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미한 재료이기에 건축에 쓰이기는 힘들었다. 끝까지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이 재료를 가지고 시공할 수 있겠어?, 만들어낼 수 있겠어?"라는 말들이었다. 그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만들어냈다. "끝까지 믿어보죠"라고 기다려준 이들에게 감사하다.

 

 

Q. 앞서 언급했듯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굉장한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설계 과정에서 두 달 동안 하루하루가 새로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갈대를 엮고 있는 검은색 실은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끊어져 버린다. 3개월 정도 노출되고 바람에 흔들리면 끊어져 버릴 텐데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부터 고민이었다. 그래서 코팅된 철사로 갈대발을 엮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실제로 만들어놓고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아랫부분은 용수철을 만드는 선으로 처리했다. 바람에 반응하고 빛의 조도에 적응해야 했다.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자연적으로 느끼며, 비를 맞고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까지 계산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갈대발이 너무 약해서 비를 맞으면 축 처져 버린다. 그래서 아랫부분은 강선으로 형태를 잡아줬다. 바람이 불면 갈대발이 둥실둥실 흔들리며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또 바닥은 소나무 껍질을 활용했다. 너무나 부드럽고 포근해 밟으면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사실 갈대를 사는 것도 힘든 여정이었다. 순천이나 오포는 습지대가 많아서 갈대를 많이 만든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지방 자치단체와 연결해서 제작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많은 갈대를 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중국에서 공수를 해왔다. 중국은 여러모로 스케일이 크다. 갈대의 껍질을 까서 매끄럽게 만든 작업은 중국 장인의 솜씨를 빌린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전체 갈대를 연결한 길이가 2km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Q. SoA 그룹은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리는 전시 위주의 작품을 기획하고 책을 내기도 한다. 물론 건축도 병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토끼집이라는 다세대 주택을 준공했다. 건축 안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수영상스튜디오 설계와 미술관 작품을 하면서 인천 도시 리서치 공간 설계도 기획하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하는 중견작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와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집을 짓는 것도 건축이지만, 콘텐츠로서의 건축도 있다. 건축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도시 리서치를 구상하는 것이다. 전시에서도 많은 건축가를 불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콘텐츠로서의 건축이 갖는 것들이 크게 관심을 받고 있다. 되도록 건축 스펙트럼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

 

 

Q. 건축의 역할이 점점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건축은 미술과 다르게 변화하는 속도가 느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건축은 역사적인 산물이기도 하고 아주 기본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기도 한다. 또 물론 돈을 벌려고 건축을 하기도 한다. 그 건축이 속해있는 사회나 풍조, 이런 것들이 자유롭기가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맥락을 잘 파악하고 만들어야 함을 직감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다른 작업이 되어 버린다.
재료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재료를 이용한다거나, 기존 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연의 재료들은 한정되어 있다. 나무와 돌, 유리 정도를 건축에 활용할 뿐이다. 재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건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들과의 공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찾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건축이야말로 좋은 건축이라 말할 수 있다.

 

 

Q. 앞으로도 SoA처럼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수많은 디자이너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나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이 프로그램은 현재 5개국에서 돌아가며 진행되고 있다. 각국에서 하는 작품이 모두 다르고, 같은 국가에서 하는 작품들도 매년 다르다. 한국은 올해 두 번째인데 주제의 다양성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이번 프로젝트 주제가 물, 그늘, 쉼터였다. 이를 토대로 파빌리온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미국 같은 경우 주제 의식이 다양하다. 국내는 공간에 들어가서 느끼는 감각과 전통적인 건축에 주제를 가지고 작업했다면, 미국은 혁신적인 것에 대한 실험, 환경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 주제들이 보여지고 있다. 건축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와서 작품이 설치됐을 때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그만큼 건축은 잘 모르지만, 건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된 주제라 할 수 있다. 건축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미술관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주제를 찾는 게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라프 시몬스(Raf Simons) x 스터링 루비(Sterling Ruby) AW14/15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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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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