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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티드> 2009년 봄 호

 <슬랜티드> 2009년 봄 호

   
글  유지원  
   

PORN. 독일의 타이포그래피 및 그래픽디자인 잡지 <슬랜티드 Slanted>가 2009년 봄 호에 내세운 다소 도발적인 표제다. 제7호에서는 ‘기하학적 도형(geometrics)’을 토픽 삼아서 집중 조명하는 바, 기하학적인 폰트들은 획이 육감적으로 통통한 경우가 많고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어필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의 눈에 쾌감을 준다는 게 이 ‘포르노’라는 표제에 대한 편집자의 변이다.

<슬랜티드>는 2004년에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매체로 출발했다가, 2007년부터 인쇄된 잡지의 형태를 병행하여 갖추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매일 새로운 디자인 소식을 발 빠르게 업데이트하며 부단히 움직이고, 인쇄된 잡지도 블로그의 미디어적 성격을 일부 포섭한다. 나아가 오프라인 잡지에서는 각 호마다 토픽을 선정하여, 블로그 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심도 있는 내용을 파고든다.
 

  
 <슬랜티드> 2009년 봄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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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랜티드>의 첫 펼침면은 항상 ./S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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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티드>는 이렇게 매 호마다 하나의 토픽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잡지다. 최근의 이슈와 트렌드가 자연스럽게 언급되기는 하지만, 디자인계의 최신 뉴스들을 전달하려는 목적에 치중하는 잡지는 아니다. 매번 새롭게 선정되는 토픽은 해당 호 잡지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잡지의 토픽에 따라 갓 디자인된 폰트들과 이들을 사용한 타이포그래피 자체가 이 방면의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이 잡지는 타이포그래피‘를’ 말할 뿐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로’ 소통한다. 제목용 폰트로는 이번 호 <슬랜티드>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네오팝S7(Neo Pop S7)과 지오미(Geomi), 본문용 폰트로는 플라네타(Planeta), 그리고 표지에는 디지털 싯(Digital Shit) 등의 서체가 사용되었다. 모두 기하학적인 베이스로 디자인된 폰트들이다. 플라네타, 지오미, 네오팝S7은 올해 새로 개발된 서체들이니, 이번 호 잡지는 한편 이들의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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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 본문의 주요 폰트인 플라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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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1   Geometrics

엄격하게 기하학적인 형태들이 글자의 외관을 규정하도록 의도한 그래픽 작업들은 시각적으로 어떤 형상일까? 이번 호에서는 2백 여 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을 통해 이런 화두에 답을 한다. ‘기하학적 도형’이라는 토픽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첫 번째 섹션은 잡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지면을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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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은 기하학적인 타이포그래피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있는 디자이너나 그룹들, 덴마크 출신 에밀 코작(Emil Kozal)과 영국의 스튜디오 논 포맷(Non Format)의 작품들로 시작한다. 논 포맷의 디자인 중, 획이 굵은 기하학적 폰트를 활용한 잡지 <버룸 Varoom>이나 음반 커버들은 새로운 이슈랄 것 없이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의 기하학적 헤드라인 타이포그래피는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지만, 장식적인 느낌이 강해 잘 읽히지는 않는다. 기하학적인 폰트들은 디테일을 잃기 십상이라 철자 간의 판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불거지는 문제, 즉 기하학적 요소의 활용과 가독성 확보라는 과제 간의 첨예한 긴장 관계가 다음 지면에서 이론적으로 다루어진다. 기하학적 폰트들의 역사부터 폰트 디자인의 실제에 이르기까지 3편의 이론화된 기사들이 차례로 선보인다.

SECTION #2   Miscellaneous

두 번째 섹션은 이번 호 토픽을 일부 연장하는 인터뷰, 기하학적 폰트들을 적용한 기성 디자이너들의 작업들, 학생 작품들, 그리고 토픽과 무관하게 ‘그린 프린트(Grünes Drucken)’를 다룬 4부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디자인계에서 잘 알려져있는 3명의 인물들 ─ 타이포그래피계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우는 에드 벤갓(Ed Benguiat), 마이 폰트(My Font)의 팀장인 존 콜린스(John Collins), 그리고  얀 미덴도르프(Jan Middendorp)가 인터뷰에 응했다. 에드 벤갓은 ‘기하학적 타입의 연원’을 이론적으로 기술한 첫 번째 섹션 기사에서 1975년에 만들어진 바우하우스(Bauhaus)체의 디자이너로 언급되고 있어, 그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요청 받게 된 것 같다. 에드 벤갓은 폰트계의 포르노 스타를 꼽아달라는 인터뷰어의 요구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허브 루발린(Herbert F. Lubalin)이 디자인한 벤갓(Benguiat)체가 볼 때마다 흥분된다는 넉살 좋은 답변을 건넸다.

잡지 <아이 Eye>등에 글을 기고하며, 디자이너 겸 편집자로 활동하는 얀 미덴도르프는 금전 문제 등 디자이너들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과 사회적인 처우를 주제로 삼은 인터뷰에 응했는데,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와 독일 디자이너들의 환경 비교가 흥미롭다. 그는 독일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더 명료하고, 분석적이며, 훈련이 잘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독일보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목소리가 위계 없이 잘 수용되는 분위기를 제공하며, 좋은 디자인에 대해 기꺼이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있어, 독일에 비해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고무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SECTION #3   Blog life

세 번째 섹션은, 온라인 블로그에서 벌어진 담론들 중 일부를 선별하여 별색의 종이를 사용한 지면에 담았다. 독자 의견, 편집자들의 포스팅과 그에 달린 답글들은 물론, 소위 악플들까지 날 것 그대로 옮겨놓았다. 블로그 기반 잡지 특유의 독자 참여적 성격이 드러나는 섹션이다.

<슬랜티드> 제7호는 ‘기하학적 도형’이라는 그래픽적으로 경직되기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폰트의 형태들을 현대적인 감성과 잘 버무려 디자인적 측면에서 이전 호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잡지는 2009년 독일 연방공화국 디자인상 수상을 비롯해, 2007년의 창간 이래 많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다만, 편집상의 작은 실수들이 너무 빈번히 눈에 띄는 점이 흠이다.

제8호(6월)는 ‘2d3d’, 제9호(9월)는 ‘스텐실’, 제10호(12월)는 ‘헤비 메탈’을 토픽으로 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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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티드> 2009년 봄 호

목차

SECTION #1   Geometrics
020 Emil Kozak: Shapin’ Shapes
030 Non-Format: Kjell Ekhorn / Jon Forss
040 Type Essays: Dan Reynolds / Florian Walzel / Ian Moore
052 Fontlabels, Fonts & Families
080 Music Reviewed
082 Typolyrics
090 Pools: Taro Hirano
102 Fontnames Illustrated
112 Royan-Ville Nouvelle: Dirk Altenkirch

SECTION #2   Miscellaneous
124 Interviews: Ed Benguiat / John Collins / Jan Middendorp
136 Works
153 Studienplatz
168 Grünes Drucken: E&B Engelhardt und Bauer

SECTION #3   Blog life
172 The Reader’s Response
174 Fanblog
176 Brandstifter
184 www.slanted.de/Schriften
186 Lieblingsbücher und –magazine von Soda
187 www.slanted.de/Bücher
190 Lieblingsmagazine von do you read me?!
191 www.slanted.de/Magazine
193 Links
194 Impres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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