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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황금시대_<아이> 2009년 봄 호

활자의 황금시대_<아이> 2009년 봄 호

   
글  유지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활자의 ‘황금시대(Golden Age)’인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테크닉의 발달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유통시장을 발판으로, 큰 폰트 회사는 물론 개인 단위의 폰트 디자이너들까지도 이전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적·질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디지털 폰트들을 상업적 목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아이>는 이번 호 이슈로 ‘활자 특집(type special)’을 마련했다.

특집| 활자의 황금시대

바야흐로 ‘활자의 황금시대’를 맞이하여, <아이>는 12명의 아트 디렉터와 디자이너에게, 현재를 ‘황금시대’라 묘사하는 데 동의하는지 묻고, 오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폰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거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12인의 실무자들은 서로 거의 교집합이 없는 다양한 폰트들을 거론했으며, 이 시대를 보는 각기 다른 견해를 진술했다. 제퍼리 키디(Jeffery Keedy)의 경우, 테크닉과 접근성의 측면에서는 현재가 ‘황금시대’일지도 모르지만,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암흑시대(Dark Age)’라며, <아이>의 ‘황금시대’ 정의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아이> 2009년 봄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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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연 활자의 황금시대를 맞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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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BC의 DNA(The DNA of ABCs)’는 비교적 최근 등장한 개념인 폰트 패밀리의 ‘대가족(superfamily)화’ 추세를 조명한다. 특히 세리프(Serif)형 폰트와 산 세리프(San Serif)형 폰트가 하나의 ‘족속’으로서 패밀리를 형성하는 경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감지되는 ‘슈퍼패밀리’의 대표적인 증후일 것이다. 이렇듯 서로 관계가 멀어 보이는 폰트 스타일이 한 가족으로 묶이도록 하는 공통된 형질을, 이 칼럼은 ‘폰트의 DNA’라 비유하고 있다. 한 가족 안에 다양한 인격을 가진 개체적 일원으로서, 개별 폰트 스타일들은 하나의 지면에서 통일성을 잃지 않는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경향을 가능케 한 원인 역시, 오픈 타입이라는 파일 포맷과 폰트 에디팅 소프트웨어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하나의 폰트 스타일 속에서도 6포인트, 12포인트, 72포인트의 활자는 각각 수행하는 기능이 다른 만큼, 그에 합당한 서로 다른 외형을 부여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캡션용(9pt 이하), 본문 텍스트용(9-15pt), 부제목용(15-23pt), 디스플레이용(23pt 이상) 폰트들을 구별해서 디자인하는 것이다. 작은 활자들이 큰 활자들에 비해 제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좀더 엑스 하이트(x-height, 타이포그래피에서 소문자 x의 높이를 지칭)가 크고 획이 굵어야 한다. 큰 활자들은 보다 날렵하고 디테일이 곱게 다듬어져야 시각적으로 서로 같은 폰트 스타일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즉, 활자의 크기에 따른 일종의 착시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다.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디스플레이용 폰트를 따로 디자인하려는 데 포커스를 두었지만, 최근에는 캡션 등 작은 사이즈 폰트로 점점 관심이 전환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신문과 잡지에서 폰트 디자인의 소비가 증가해가는 추세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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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능의 폰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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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같은 스타일의 폰트라도 크기에 따라 각각 따로 제작되었던 과거 납 활자 시대의 영혼을 일깨운다. 이 ‘크기에 따른 착시를 교정한 폰트(optically sized font)’들을 이 칼럼의 필자는 타이포그래피의 ‘슬로우 푸드(slow food)’에 비유한다. 이 차이를 향유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아직 적지만, 간접적이면서도 오래, 널리 지속되는 영향력을 가질 현상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얀 미덴도르프(Jan Middendorp)가 오늘날 폰트 디자인 교육의 맥락을 짚어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훌륭한 칼럼을 썼다. 그는 학생들에게 폰트 디자인의 테크닉적 트릭만 습득하게끔 하는 형식적이고 규격화된 접근은 ‘위험한 어설픈 지식’을 양산해낸다고 지적했다. 대신 전통적 가치에 뿌리를 둔 래딩(Reading)과 헤이그(The Hague) 학교 석사(master) 과정의 예처럼, 장인(master)적 도제 교육의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지혜와 재능, 최신 테크닉 감각을 갖춘 지도력 있는 선생님을 통해 폰트 디자인의 이론적·미학적 원칙에 근거한 디지털 테크닉을 통합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이안 앤더슨(Ian Anderson)과 메타헤이번(Metahaven)

최근 주목할만한 궤적을 보여준 디자이너와 디자인 그룹으로는, 영국의 이안 앤더슨과 네덜란드의 메타헤이번에 각각 포커스가 맞춰졌다. 올해 1월, 이안 앤더슨은 약칭 TDR이라 불리는 자신의 스튜디오 ‘더 디자이너스 리퍼블릭(The Designers Republic)’을 자발적으로 청산했다. 1986년에 창립된 이후 23년이나 유지되던 회사를 창립자 스스로 청산했다는 뉴스는 디자인계에 충격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많은 지면이 할애된 이안 앤더슨의 인터뷰에서는 TDR의 지나온 족적들을 회고하고 정리하며, 청산을 결정한 이유와 앞으로 그의 계획에 대한 견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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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앤더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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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헤이번의 기이한 작업들은 디자인 역사가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외형에 머무르지 않는, 사변적인 구상과 연구, 제안만으로서의 그래픽 디자인이란 것이 옹호될 수 있을까? 메타헤이번은 기존의 관습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의 역할과는 다른, ‘싱크 탱크(think-tank)’로서 그들의 모델을 개척해나가며 ‘경계선(borderline)’을 질문한다. 그들은 ‘사상가이자 스스로를 통제하는 전략가’로서, 신종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제안한다.

이번 호 이슈 ‘활자의 황금시대’란 취지는 결국 급변하는 환경이 도전적인 시도들을 유발토록 자극하는 이 시대의 특성을 압축해서 표현해보고자 하는 <아이>의 의도일 것이다. 이안 앤더슨과 메타헤이번의 논쟁을 일으킬만한 거취는, 이 ‘도전의 시대’에 디자인 스튜디오의 역할은 무엇일지 다시금 심사숙고하며 돌아보도록 한다.

신간|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 작품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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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프루티거 작품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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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신간 리뷰에 소개된 주목할 만한 서적들 가운데서도, 작년 2008년에 80세 생일을 맞이한 ‘미스터 유니버스(Mr. Univers)’, 아드리안 프루티거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집대성한 책이 특히 눈에 띈다. 두 명의 발행인 하이드룬 오스터러(Heidrun Osterer)와 필립 슈탐(Philipp Stamm)이 수 년에 걸쳐 철두철미하게 내용을 편집하고 직접 디자인한 묵직한 책으로, 본래 작년 아드리안 프루티거의 생일에 맞추어 발간할 목적이었으나 올해에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아이>에 실린 리뷰 자체는 아쉽게도 읽기 따분한 편이다. 이 책의 핵심적인 가치를 꿰뚫기보다는, 작심한 듯 듣기 민망할 정도로 과도한 칭찬만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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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09년 봄호

목차

02  Editorial  By John L. Walters
04  Picture: Naples graffiti / Football, politics and the mafia  By Jessica Jenkins
06  Critique: Illustration / Risk and ritual  By Rick Poynor
08  Common Knowledge: Tractor badges / Heavy metal  By Anthony Oliver
10  Reputation: Ian Anderson / Early in 2009, cult studio The Designers Republic shocked its fans by going into voluntary Liquidation  By Liz Farrelly
22  Profile: Metahaven / Borderline  By Rick Poyner

TYPE SPECIAL
38  Contemporary faces / Golden age?  By Deborah Littlejohn
46  Britanica / Britain’s signature  By John L. Walters
50  Superfamilies / The DNA of ABCs  By Sofie Beier
56  Lettering history / Drawn to be wild  By Rian Hughes
62  Size-specific fonts / Scale and spirit  By Paul Shaw

UNCOATED
81  Letters
     From the blog
     Education / Is type design teaching losing its ‘soul’?  By Jan Middend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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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활자 #아이 #타이포그래피 #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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