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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_ 나조영

향후 10년
 
글  나조영
 

© heech Moon
 
급속하게 변화되는 지금, 향후 10년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측은 언제나 원칙에 근거한 일반론이 되기 십상이다. 2008년 봄을 떠올려 보면, 물론 앞으로 경기가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여러 징후들로 알 수는 있었지만, 뉴욕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새로운 공황 운운하는 한파가 몰아 닥칠 것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80년대 스타일의 귀향을 보면서, 살짝 80년대의 불경기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은 말 그대도 ‘불황’의 풍경이다. 정부에서는 연신 우리는 위대한 한국인이고 그래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공익광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시민 일반이 체험하는 불황의 그림자는 지난 IMF 구제금융시기 보다 더 냉혹하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그 시절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 시절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또 다시 우리와 상관없이 불황이 몰아 닥쳤다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자,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까. 통계청은 뉴욕발 금융위기가 신문 지면을 도배했던 지난 1월 20일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이하게도 이 보고서에는 불황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불황을 암시하는 듯한 몇 가지 언급들은 했다. 물론 정부에서 앞장서서 불황을 운운하기가 좀 꺼림직했을지도 모른다. 통계청은 예상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인구감소’, ‘고령화 및 노인 빈곤화’, ‘사회 고학력화’, ‘양극화’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출처 : 2009년 1월 20일자 통계청 보도 자료
 
인구 감소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구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세대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생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를 촉발시키고 있는 세대들이다. 이들이 향후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급속도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이후 산업인력으로 투입될 세대들은 그 수에서 지난 세대들과 비교해서 급격히 떨어진다. 60대 정년 이후 은퇴라는 사회의 공식이 무너진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들의 은퇴는 지난 10년 전 40-50대의 은퇴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10년 전 개발세대의 은퇴는 두둑한 (명예) 퇴직금이나 부동산 버블과 더불어 같이 성장했던 자산의 규모등과 같이 할 수 있었던 어떤 차원에서는 그래도 짭짤했던 은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급속한 유입과 적용 속에서 사회 생활을 하게 된 지금의 3-40대의 은퇴는 부모의 유산이 아니면 그다지 기댈 것 없는 속 빈 은퇴가 되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중간에 벤처 신화라는 것이 있긴 했지만, 그것 역시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고, 직장 생활하면서 그래도 머리를 굴려 보면서 증권이다 펀드다 투자했던 직장인 일반들은 지난 뉴욕발 금융위기를 통해서 텅 빈 통장만을 바라봐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은퇴가 아니라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세대들이 맞이하게 될 10년 후의 모습은 더 벌어진 양극화와 빈곤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인구는 감소하는데 가구수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있다. 통계청은 2000년 수치에서 1가구당 가구원수를 3.1명으로 산출했고 2008년에는 2.8명으로 산출했다. 이러한 근거로 2018년에는 2.5명, 2030년에는 2.4명으로 가구원수를 예상했다. 보통 가구원수가 1명에서 2명 정도로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혼가능 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혹은 결혼을 한다고 해도 자녀를 낳지 않고 생활한다는 것, 그리고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 사회의 소비 시스템 대부분이 보통 5인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가구원수의 변화 추이는 앞으로의 서비스 산업을 전망하는데 유효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2009년 1월 20일자 통계청 보도 자료
 고령화 및 노인의 빈곤화의 경우는 정부의 역할을 요청해야 할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유한 노인들의 경우 자신의 앞가림은 알아서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양질의 서비스 산업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의 경우 정부의 공적 역할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래적이면서 획기적인 어떤 사회 복지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고령화와 사회의 고학력화를 연동해서 생각해 본다면, 교육 서비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요청된다. 현재 한국에서 교육은 대학교육을 향해 집중하는 교육 서비스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사회는 일반화된 고등교육을 받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고등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이 적은 사람들보다 많아지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의 교육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어떤 예측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양극화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삶의 풍경이기도 하다. 새롭게 얻은 직장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이도 저도 안 되어서 자영업을 해보지만, 그것 또한 요원하다. 그래서 고용되어도 언제나 사람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단지 사회 구성원의 5-10%에게만 허용하는 부유한 계층에 진입하기 위해서 자기 개발서나 부자되는 법 등의 실용서들을 탐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이러한 양극화의 상황 속에서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저성장’의 의미이다. 60년대 경제개발 이후 9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저성장은 이해할 수 없는, 경험해 본 적 없는 문화이다. 노력하면 누구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신화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 그래도 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낳게 한다.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 무엇을 통해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소 불가능한 게임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이제 저성장의 사회 속에서 예전과 같은 대박 신화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통일이 되어서 한국 사회의 경제규모가 확대된다면 또 모를 일이다. 하여튼, 이제 저성장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찾아야 한다. 저성장이야 말로 앞으로 10년간을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가 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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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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