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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과 디자인_나조영

지속가능한 삶과 디자인
 
글   나조영
 

최근 유독 ‘사회적 기업’에 관한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청년 실업과 빈곤층의 확대로 인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며, 모 대기업의 경제연구소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성장가능성’이라는 글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과 생태,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대안적 삶의 형태가 다양한 분야에서 제안 실천되고 있는데, 신자유주의의 파국 속에서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시민운동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 같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의 성격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혼합형 조직으로 조직, 단체 혹은 기업의 목적과 이익이 적극적으로 사회로 환원되어야 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2007년 관련법을 제정 공포하고, 이후 노동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면, 해당 사회적 기업은 다양한 행정 서비스 및 세제 혜택, 보조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정부가 담당할 공공 서비스의 어떤 축을 사회적 기업이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 단체 및 대안적 운동 주체들은 사회적 기업을 자신들의 활동을 자생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가 보다 민주화 되어감에 따라서, 노동 및 계급 운동으로 대표되는 사회 운동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운동 방식을 NGO, NPO 등과 같은 시민 운동의 형태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역시 '생존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삶의 질'의 차원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다 쾌적한 삶(amenity)으로의 이행을 사회와 그 구성원 모두가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근대화와 산업화가 야기한 다양한 병폐들에 대한 내부적인 성찰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중심에는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sustainability)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생태와 환경 등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공정 무역, 공정 거래, 사회적 기업 등으로 구체화되는 것 같다. 그리고 삶의 가치를 개인의 성공 신화보다는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자신이 삶 역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윤택하게 하려는 주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들 역시 신자유주의 유연한 경영담론 속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태도를 새로운 기업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적극 이용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들의 공공에 대한 책임을 개별 주체 혹은 단체에 양도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그래서 경영 연구소에서 발표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보고서에서 ‘발전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업가적 사고의 틀을 반영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매우 모순적인 언술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기업은 경영 수치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실현을 통해 그 의미가 사회에 증폭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을 떠올리면서, 디자인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새로운 활동의 발명'이라는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떠올린다면, 디자인 분야에서도 다양한 창조적 행위들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현재 디자인과 공공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다소 어려운 듯 하다. 한국에서 디자인은 아직도 ‘보다 멋진’ 혹은 ‘보다 이쁜’ 디자인 등 새로운 스타일을 공공영역에 대입시키는 정도인 것 같다. 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형태로 간판을 바꾸고, 가로 표지판을 변경하고, 벤치를 새로 설치하며, 공원과 조경을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삶의 쾌적성의 문제를 단순히 스타일의 변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야기되는 공공 디자인 논의와 실천은 도시 개발에 대한 새로운 탐미적 욕망으로 읽혀진다.

 

그림 1 캄보디아의 슈퍼가스 ⓒ Superflex
덴마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 문화 운동 집단인 수퍼플랙스(superflex)는 아프리카에서 엔지니어들과 함께, 아프리카 가정에서 자가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가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근대적 삶을 영위하긴 하지만, 사회 전체가 근대적 시스템으로 개발되지 않은, 혹은 정치 경제적 조건으로 대규모의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아프리카를 포함한 몇몇 극빈 지역에서 이들은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을 기본으로 태양의 도움을 받아 자연 발생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천연가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림 2 큐 드럼 ⓒ Piet Hendrikse
 
‘큐 드럼(Q drum)’은 기존의 물통에 대한 대안적 제안이다. 급수 시설이 가정까지 설치되지 않은 저개발 국가(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매일 생활 급수를 길어 멀리 떨어진 집까지 물통을 이동시키는 일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들의 몫이다. 기존에 이들은 흔히 볼 수 있는 물통이나 드럼에 물을 길어 낑낑대며 어렵게 하루의 생활수를 집으로 날라야 했다. ‘큐 드럼’은 이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큐 드럼'은 도넛 모양의 이 물동이를 이동시키는 모습이 알파벳 ‘큐(Q)’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림 3. (왼쪽) 우간다 북부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인용 생명의 빨대, (오른쪽) 인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족용 생명의 빨대 ⓒ Vestergaard Frandsen
    
‘생명의 빨대(Life straw-person/family)’ 역시 급수와 정화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개발된 휴대용 혹은 간이 정수기이다. 수돗물을 마셔도 다양한 수인성 전염병을 앓게 되는 지역에서 저렴한 경비를 들여 보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이 정수기는 스위스를 근거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인 베스터가르트 프란센(Vestergaard Frandsen)이 디자인한 것이다.
 
19, 20세기 근대 디자이너들의 선구적 태도와 그들의 이상을 다시금 성찰한다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스타일과 형태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또한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예술공예운동을 떠올려 본다면, 이것이 단순히 조형성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안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문화적 실천행위임을 우리는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본래적으로 성찰하는 디자인 회사.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사회적 가치로 환원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 디자인이 유토피아를 향한 새로운 도전의 역사였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태도가 그다지 황당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ag
#사회적 기업 #지속가능성 #공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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