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불황이야말로 내 집 마련의 최적기! _ 박성윤

[일본] 불황이야말로 내 집 마련의 최적기!
 

글   박성윤

지금의 세계적인 불경기 여파는 일본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사실 흥청망청 소비했던 버블 시대가 끝나고 10년 이상 침체되었던 일본의 경기가 2005년 이후 2~3년간 반짝 원기를 회복하면서 ‘제2의 버블’이라 할 정도로 호전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미국 서브 프라임의 여파로 물가가 불안정해지고, 자금의 유통은 차단되고, 주가는 바닥을 치고, 부동산은 침체되고, 엔고 현상이 지속되어 수출은 연일 적자고, 경제 성장률도 전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루하루 상황은 악화되기만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불황 가운데 일본의 30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의 붐이 한창이다. 지금 일본의 주택 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일본의 마이 홈 붐의 원인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와 일본의 주거 공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택 구매 시 자산 가치를 우선시 하는 우리와 달리 현재 일본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우선해 집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경우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거나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면 집 자체를 바꾸는 편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살던 집을 수리하거나 리노베이션해가며 평생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 일본에서의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중대사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과 동시에 30~40년 상환의 주택 융자를 이용해 집을 마련하고 평생 융자를 갚아나가면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불경기로 인한 유례없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마이 홈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찬스라고 할 수 있다.

이월 상품 대바겐 세일이라도 하듯 대폭 가격을 내린 아웃렛 맨션이나 단독주택, 토지 등의 부동산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주택 대출 금리가 하향 조정되었으며 주택 관련 감세 정책으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늘어나, 전문가들은 올해만큼 내 집 마련의 적기는 없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신축 단독주택 또는 맨션을 구입하거나 중고주택을 리노베이션하는 경우, 직접 토지를 매입하여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짓는 경우, 혹은 맘맞는 동호인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집합주택인 ‘코퍼러티브 하우스(Cooperative House)’를 짓는 경우 등 일본에는 실로 다채로운 주거 형태가 공존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활용품 브랜드나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들까지 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합리적인 가격대에 디자인 가치가 높은 주거 공간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생활 잡화 브랜드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에서 선보이는 집 만들기(家づくり) 프로젝트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 그리고 무지루시료힌과 부동산 개발 회사 미츠비시지쇼(三菱地所)가 함께 선보이는 집합주택 ‘무지 빌리지(MUJI VILLAGE)’다.

 

그림 1.

생활 잡화 브랜드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에서 선보이는 집 만들기(家づくり) 프로젝트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 중 2004년 선보인
‘나무의 집(木の家)’.

개방되어 있는 일실공간(一室空間)을 거주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편집’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발상의 목조 주택이다.

사진 제공 (주)무지네트(MUJI.net CO., LTD)

 
일종의 단독주택 개념인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은 2004년 처음 ‘나무의 집(木の家)’이라는 모델하우스를 선보인 이래 2008년에는 ‘창의 집(窓の家)’(2007년 발매)으로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에서 수여하는 굿 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2009년에는 ‘아침의 집(朝の家)’을 새롭게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림 2.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 중 2008년 굿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한 ‘창의 집(窓の家)’.

단열을 우선시하는 우리와 달리 통풍을 중시하는 일본의 주거 환경을 고려한 ‘창의 집’에서는 말 그대로 ‘창’이라는 액자를 통해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시선이나 동선을 고려한 창의 위치와 크기, 디자인이 절묘하다는 호평.

사진 제공 (주)무지네트(MUJI.net CO., LTD)

 

그림 3.

2009년 새롭게 선보인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의 ‘아침의 집(朝の家)’.

세월과 함께 성장, 변화하는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유행에 구애 받지 않는 콘셉트의 대가족 중심으로 디자인 된 주택이다.

사진 제공 (주)무지네트(MUJI.net CO., LTD)

 

무지루시료힌의 이 주택들은 2008년 2월, 일본 정부가 일명 ‘200년 주택(200年住宅)’이라는 모토로 법제화 한 장기우량주택 법안을 바탕으로 내진성, 내구성, 가변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우량주택은, 서구 선진국에 비해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 짧은 목조 위주의 일본 주택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장기적으로 주택의 자산 가치를 유지 및 상승시키고, 중고주택 유통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내용인즉슨, 구조체 부분인 스켈리턴(Skeleton)은 200년 정도 견딜 수 있도록 하되, 내장재 부분인 인필(Infill)은 20~30년 단위로 리노베이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원활히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무지시료힌의 집 구조
 

이 200년 주택 정책과 함께 무지루시료힌이 선보이는 집들은 표준화된 모델에 기본 플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자인과 시공 과정이 시스템화되고 각종 내장재 등이 규격화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건축 단가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심플한 디자인과 규격화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무지루시료힌의 생활 잡화들로 인테리어를 구성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무지루시료힌의 집(無印良品の家)’은 기본적으로 토지가 필요한데다 단독주택 형태라 선뜻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예산이 넉넉치 못한 이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아파트와 유사한 집합주택인 ‘무지 빌리지’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도쿄 근교 치바켄(千葉県) 후나바시시(船橋市)에 올해 11월 완공 예정으로 건축 중인 무지 빌리지는 무지루시료힌의 브랜드 밸류에 일본 굴지의 부동산 개발 회사 미츠비시지쇼의 노하우가 더해져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4.
무지루시료힌과 미츠비시지쇼(三菱地所)와 함께 선보이는 집합주택 ‘무지 빌리지(MUJI VILLAGE)’.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 회사 미츠비시지쇼의 부동산•건축 노하우와 무지루시료힌의 규격화된 인테리어 및 디자인 생활 잡화로 구성된 무지 빌리지는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을 강화한 주거 공간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 제공 (주)무지네트(MUJI.net CO., LTD)

 

한편, 무지 빌리지를 비롯한 최근 집합주택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함께 사는 이웃들과의 커뮤니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거주자들이 주체가 되어 공용 시설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의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즉 공동 정원이나 공동 텃밭을 비롯해 대규모의 식재(植栽)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웃과의 소통을 도모하기 위한 카페나 개방된 넓은 로비는 기본이고, 여기에 영화 감상이나 파티 등 각종 이벤트를 위한 공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 룸, 피트니스 룸, 애완견을 위한 도그 런, 온천 시설, 외부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 룸까지 매우 다양한 공용 시설을 마련하고 있는 집합주택도 적지 않다.

이처럼, 쾌적한 주거 공간에 대한 기본 니즈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 또 이웃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거주자의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주거 공간의 출현이 현재 일본의 ‘마이 홈 붐’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불황의 한가운데서 일본의 주택 시장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박성윤_프리랜스 에디터 oz1018@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잡지 <마리끌레르 메종> 에디터로 근무 후, 2004년 도일. 2007년 도쿄 가이드북 <동경오감> 출간

 

 

Tag
#일본 #주택 #무지루시료힌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