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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기계와의 진정한 공명을 꿈꾸다 _ 최두은

인간, 기계와의 진정한 공명을 꿈꾸다
 
글  최두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문근영이 두 손에 커피를 들고 미끄러지듯 신나게 춤을 추다가 고개 짓 한번으로 전화를 받으며 ‘손 떼고 즐기자’라고 말하던 한 휴대폰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2005년 국내에서 처음 블루투스 헤드셋이 가능한 휴대폰을 선보이며 유명해진 광고이다.

2006년 미디어 아티스트 스텔락(Stelarc)은 새로운 개념의 블루투스 헤드셋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사실 그는 기술 및 문명의 발전과 비교할 때 인간의 몸은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대에 가능한 다양한 보철술(Prosthetics), 로봇공학(Robotics), 생명공학(Biotechnology), 네트워크 기술 등을 활용하여 직접 자신의 몸을 진화시킨다.
 

그림 1. EAR ON ARM 2006, 사진- Nina Sellars
스텔락의 왼팔에 또 하나의 왼쪽 귀가 만들어졌다. 이 ‘제 3의 귀(Extra Ear)’는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을 때 분산형 블루투스 헤드셋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 또 하나의 왼쪽 귀는 단순히 듣는 귀가 아니라 ‘송신(transmit)’하는 귀이다. 이 귀는 현재 진행형이며 2~3년 안에 필요한 기기 및 통신 장치를 이식하는 전자적 완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얼굴부위가 복제되어 외과적 시술에 의해 팔뚝으로 재배치되고 재배열 되는 데까지 진행되었다.

팔뚝에 심어진 피부 확장 틀에 의해 초과 피부가 생성되었다. 피하 튜브로 생리식염수를 주입하여 이후 귀 이식 수술에 부분적으로 사용될 한 주머니의 초과 피부를 형성하면서 콩팥 모양의 실리콘 틀이 피부를 잡아 늘렸다. 이 또 하나의 귀에 통신에 필요한 마이크가 삽입되고 이 마이크는 송신기(transmitter)와 연결될 것이다. 수신기와 스피커는 스텔락의 입 안에 이식될 것이다.
 
누군가 스텔락에게 전화를 하면, 스텔락은 ‘제 3의 귀(Extra Ear)’를 통해 멀리 떨어진 그 사람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는 소리는 스텔락의 입안에서 들린다. 스텔락의 입이 닫혀 있을 때만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텔락이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스피커폰처럼 스텔락의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림 2. EAR ON ARM 2006, 사진- Nina Sellars
 

인간과 기계 혹은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진화 가능한 몸으로 세상과 새롭게 소통하려는 이러한 스텔락의 실험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텔락은 기계 시대의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생활하며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자연적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놓여있으며, 이 환경에 대응 가능한 새로운 몸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더 이상 우리의 몸을 위한 혹은 통제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몸과 기계가 제대로 조화(match)를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 3. (왼쪽) THIRD HAND 1980, 사진 - Simon Hunter,
그림 4. (오른쪽) HANDSWRITING (Writing One Word Simultaneously With Three Hands) 1982, 사진 - Keisuke Oki


1980년 그는 실제 팔과 똑 같은 비례로 생물학적 대응이 가능한 로봇 팔, ‘제 3의 팔(The Third Hand)’ 을 장착한다. 여기서 몸은 호스트(host)가 되어 점차적으로 마비되고 자동화되며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로봇 팔과 실제의 팔은 오직 인간의 무관심에 의해서 생물학적으로 교신할 때에만 그 융합의 가능성을 열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단어를 세 개의 팔- 두 팔과 하나의 로봇 팔-이 동시에 써 내려가는 ‘글씨쓰기(Handswriting)’에서도 인간은 기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다.


그림 5. 분할된 몸(SPLIT BODY) : VOLTAGE-IN / VOLTAGE-OUT 1996, 사진 - Igor Andjelic

이러한 그의 시도는 뇌파, 맥박, 혈액의 흐름 등 생체 신호와 기계 장치가 소통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낸 ‘분할된 몸(SPLIT BODY: VOLTAGE-IN / VOLTAGE-OUT)’, 앞과 뒤로만 보행 가능한 우리 몸의 운동성을 6개의 로봇 다리로 확장하는 ‘외골격(Exoskeleton)’, 하이브리드 인간 기계 시스템 ‘근육-기계(MUSCLE-MACHINE)’ 등을 등장시키며 인간과 기계가 공명하는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림 6. (왼쪽) 외골격 EXOSKELETON1 997, 사진 - Dominik Landwehr
그림 7. (가운데) 외골격 EXOSKELETON 2003, 사진 - Igor Skafar                       
그림 8. (오른쪽) Muscle machine 2003, 사진 -  Mark Bennett


마침내 스텔락은 네트워크 시대를 맞이하여 ‘제 3의 귀’를 통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인간-기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의 작업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 혹은 과거의 두려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나에게 ‘제 3의 귀’를 들어 보이며 너무나도 해 맑게 미소 짓던 그의 눈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관계’를 들여다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스텔락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스텔락 #기계 #인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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