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혹은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진화 가능한 몸으로 세상과 새롭게 소통하려는 이러한 스텔락의 실험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텔락은 기계 시대의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생활하며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자연적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놓여있으며, 이 환경에 대응 가능한 새로운 몸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더 이상 우리의 몸을 위한 혹은 통제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몸과 기계가 제대로 조화(match)를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림 3. (왼쪽) THIRD HAND 1980, 사진 - Simon Hunter, 그림 4. (오른쪽) HANDSWRITING (Writing One Word Simultaneously With Three Hands) 1982, 사진 - Keisuke Oki1980년 그는 실제 팔과 똑 같은 비례로 생물학적 대응이 가능한 로봇 팔, ‘제 3의 팔(The Third Hand)’ 을 장착한다. 여기서 몸은 호스트(host)가 되어 점차적으로 마비되고 자동화되며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로봇 팔과 실제의 팔은 오직 인간의 무관심에 의해서 생물학적으로 교신할 때에만 그 융합의 가능성을 열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단어를 세 개의 팔- 두 팔과 하나의 로봇 팔-이 동시에 써 내려가는 ‘글씨쓰기(Handswriting)’에서도 인간은 기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다.그림 5. 분할된 몸(SPLIT BODY) : VOLTAGE-IN / VOLTAGE-OUT 1996, 사진 - Igor Andjelic이러한 그의 시도는 뇌파, 맥박, 혈액의 흐름 등 생체 신호와 기계 장치가 소통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낸 ‘분할된 몸(SPLIT BODY: VOLTAGE-IN / VOLTAGE-OUT)’, 앞과 뒤로만 보행 가능한 우리 몸의 운동성을 6개의 로봇 다리로 확장하는 ‘외골격(Exoskeleton)’, 하이브리드 인간 기계 시스템 ‘근육-기계(MUSCLE-MACHINE)’ 등을 등장시키며 인간과 기계가 공명하는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림 6. (왼쪽) 외골격 EXOSKELETON1 997, 사진 - Dominik Landwehr그림 7. (가운데) 외골격 EXOSKELETON 2003, 사진 - Igor Skafar 그림 8. (오른쪽) Muscle machine 2003, 사진 - Mark Bennett마침내 스텔락은 네트워크 시대를 맞이하여 ‘제 3의 귀’를 통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인간-기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의 작업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 혹은 과거의 두려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나에게 ‘제 3의 귀’를 들어 보이며 너무나도 해 맑게 미소 짓던 그의 눈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관계’를 들여다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스텔락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