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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스크린, 세상과 호흡하다 _ 최두은

도시 스크린, 세상과 호흡하다
 


그림 1.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경계 하라! (Watch out!)’, 2002년
TTL ZONE 강남, 대학로, 신촌
photo credit: art center nabi

2002년 어느 날, 주로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던 TTL ZONE의 스크린에 갑자기 커다란 눈이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년’이라는 소설 속 빅 브라더(Big Brother)처럼 거리의 군중들을 응시하는 이 거대한 눈을 통해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은 사람들에게 ‘경계 하라! (Watch out!)’ (2002년)고 말한다. 실제로 거리를 지나던 많은 사람들은 이 바깥 세상을 직시하는 눈을 마주하기 위해 잠시간 가던 길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이 눈은 거리에 서 있는 박스 안을 들여다보는 군중들의 눈이 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된 후 다시 이 스크린에 투사된 것이다. 박스 안을 들여다 보았던 사람은 동시에 바깥 세상인 도시를 바라보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미디어로 가득 찬 도시 안에서의 관찰자와 대상 간의 관계에 대해 재조명 한다. 한편, 박스 안에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는?”이라는 작가의 질문이 있다. 문자메시지나 웹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내면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의 답과 함께 박스 안에 쌓여 간다.

스텔락이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진화 가능한 인간의 몸을 제안하고 있다면, 도시도 미디어와 만나 사람들과 다르게 소통하기를 꿈꾸고 있다. 특히, 건물 외벽에 부착된 대형 전광판, 도심에 설치된 미디어 기둥, 지하철 안에 설치된 모니터 등 다양한 도시 스크린(urban screen)의 등장은 대중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들을 자극한다. 하지만 단순한 시각적 자극이 아닌 의미 있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움직이는 그림으로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 그 곳에 있는 혹은 그곳에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빅브라더를 초대했던 TTL ZONE의 스크린은 2003년 ‘모이스트 윈도우(Moist Window)’라는 시리즈 전시를 통해 비디오 아트, 애니메이션, 모션 그래픽 등을 선보이며 아트 채널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2004년 12월 서울 SKT-tower 안팎에 설치된 ‘코모(COMO)’를 통해 예술과 건축이 융합된 독특한 미디어 스크린으로 진화한다. 아트센터 나비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애칭을 뜻하는 ‘코모(COMO)’를 통해 개개인들의 소통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중점을 두며 사회적 울림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도시의 낙서로부터 개인의 역사를 발굴해 공공의 기억으로 공유하고,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달하는 창이 되기도 하고, 인류의 지속을 위한 중대한 문제인 ‘환경’이 머릿속에만 머무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Act on the Earth’를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한여름 더위에 활력을 잃어가는 서울 도심에 부산 해운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영상과 소리를 전송하며 도시민들을 잠시나마 각자의 기억 속 ‘해운대’(변지훈, 2008년)로 초대한다. 그리고, 위성으로 전세계를 연결했던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이 ‘코모’를 포함한 7개 대륙 도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것을 시작으로 ‘스트리밍 뮤지엄(Streaming Museum)’(2008년 1월~)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예술을 통한 공동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림 2. 변지훈, ‘해운대’, 2008년
(왼쪽) COMO 외벽 전경, (오른쪽) COMO 실내 전경
photo credit: art center nabi


그림 3. 스트리밍 뮤지엄(Streaming Museum) -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 백남준, 2008년
COMO에서의 상영 전경 

COMO와 더 프레미스 갤러리(The Premises Gallery), 요하네스버그 시빅 시어터(Johannesburg Civic Theater,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 아르헨티나 사이언티픽 베이스 (Argentine Scientific Base, 아르헨티나 주바니 기지) ;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 호주 멜버른) ; 런던 버크베크대학(Birkbeck University of London, 영국 런던) ; 피바차 두오모(Piazza Duomo, 이탈리아 밀라노) ; 빅토리 파크(Victory Park, 미국 텍사스 달라) ; 시립 메트로 전시관(Centro Municipal de Exposiciones Subte,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 가상예술갤러리 & 뉴미디어센터(Ars Virtua Gallery and New Media Center, 세컨드라이프)에서 상영.
photo credit: art center nabi


그림 4. 스트림라인 뮤지엄(Streaming Museum) : 7 대륙의 공공공간
photo credit: Streaming Museum

한편, ‘코모’는 인터넷, 모바일, 키오스크 등을 연결하여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일상과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으로의 확장을 준비한다. ‘사람들의 초상(Peoples’ Portrait)’(장가, 2006년)은 ‘코모’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호주의 아들레이드, 오스트리아 린츠, 중국 베이징의 대형 스크린과 연결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표정을 공유한다. 전세계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 보내면 다른 곳에서 인터넷으로 전송된 얼굴 사진들과 연결되어 각 지역의 대형 화면 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진다. 나는 서울에 있지만 나의 초상은 전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거리의 시민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계로 확장된 창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초상화를 공유함으로써 전지구적 소통을 경험한다.


그림 5. 장가(Zhang Ga), '사람들의 초상(Peoples’ Portrait)', 2006년
(왼쪽) COMO 외벽 전경, (중앙) COMO 실내 전경, (오른쪽) COMO 영상의 일반 프로젝션 전경
COMO와 타임스퀘어 로이터 북미 본사(미국 뉴욕) ; 첼시 뮤지엄 오브 아트 (첼시) ; 아들레이드 뱅크 아트 페스티벌 (호주 아들레이드), 아들레이드 CBD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오스트리아 린쯔), 미래 미술관 중국 베이징 798 예술지구, 베이징 큐빅 아트센터에서 상영
photo credit: art center nabi

‘코모’는 때로 ‘오늘 기분 어떠세요?’라고 질문하며 개인의 일상이 소외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감성들을 모아 ‘감성적인 도시들(Emotional Cities)’(에릭 키르콜츠, 2008년)과 연계하기도 한다. 스톡홀름, 베를린, 파리, 뉴욕, 동경 등에서 접속한 전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면 ‘코모’에 맵핑되어 도시의 집합적 감성지수로 표출된다. 
 

그림 6. 에릭 키르콜츠(Erik Kircloz), 감성적인 도시들(Emotional Cities), 2008년
(왼쪽) COMO 외벽 전경, (중앙) COMO 실내 전경, (오른쪽) COMO 영상의 일반 프로젝션 전경
photo credit: art center nabi

또한 ‘코모’는 참여자들의 관계 맺기 혹은 감성 공유가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바람 자전거 – 따뜻한 퀼트(wish bike – warm quilt)’(최승준, 2007년)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전송하여 하나의 커다란 영상 퀼트를 만들고, 메시지 전송 시 발생되는 요금을 전액 ‘기부’하며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간다.

이렇듯, ‘코모’는 일방향적인 광고 혹은 정보를 송출했던 기존의 도시 스크린과는 달리, 아티스트들의 상상력과 도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간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찾고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창이 된다. 2009년 8월, ‘코모’는 다시 한번 ‘열린 극장(open theatre)’으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코모’와 인천 송도의 ‘투모로우 시티(Tomorrow City)’의 썬큰 광장을 호주 멜버른의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와 정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이벤트로서의 단절된 경험이 아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미래를 위한 공동의 가치를 생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비쿼터스 도시는 단순히 미디어가 산재해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 미디어를 통해 도시민들이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그런 도시이다. 커다란 스크린이 가져다 주는 외형적 구경거리가 아닌 예술적 직관과 상상력으로부터 발아된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실험이나 예측에만 의존할 수 없는 공공의 장소임을 이해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도시민들의 행동변화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모’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페더레이션 스퀘어’, ‘멜버른 대학(University of Melbourne)’ 등과 함께 진행할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더 나은 미래 도시를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관련 웹사이트 
COMO
Streaming Museum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como #도시 #스크린 #미디어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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