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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내려앉은 반짝반짝 작은 별을 기다리며 02 _ 신보슬

건물에 내려앉은 반짝반짝 작은 별을 기다리며
- 미디어파사드/경관미디어에 대한 단상2


글  신보슬




3. 2. 1. 0!

전 세계 미디어아트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센터가 새로 개관했다. 그간 세계 미디어아트를 이끌어오던 다뉴브 강변의 아담한 건물이 그 몫을 다하고, 이제 말 그대로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새로 거듭난 것이다. 이번에 문을 연 새 센터는 우선 이전에 비해 넉넉하고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앞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미디어아트 센터로서 좀 더 좋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는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운 센터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건물의 외관이다. 


 
아르스 일렉트로트카의 새로운 센터 야경, image from http://www.linz.at/

비엔나 출신의 트로이쉬 아키텍쳐(Treusch architure)가 디자인한 새로운 센터는 언뜻 건물의 모든 요소들이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건물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특징을 한껏 도드라지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5,100㎡의 면적을 뒤덮은 미디어 파사드라고 할 수 있다. 이 미디어 파사드는 40,000개의 하이 파워 LED, 1100pcs의 LED 드라이버, 그리고 약 20km의 케이블과 분배기, 콘트롤 박스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0~100%의 색도 변화가 가능한 1100 LED 스트라이프(RGBW, Red, Green, Blue, White의 하이파워 LEDs)를 통해서 단색은 물론 패턴이미지 등 끊임없이 변하는 다양한 외관을 만들어낸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새로운 센터 건물이 미디어 파사드로 그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미디어 파사드가 미디어 아트 분야, 아니 우리의 미래 환경 안에 보다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전경 동영상 보기

이러한 경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주요 도시를 돌면서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를린에서 개최되었던 페스티벌에는 ARUP가 설계한 갤러리아 백화점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디어 파사드들이 거의 모두 소개되어 미디어 파사드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자료를 제공해 줬다. 페스티벌 참여 작품들을 보면, EXPO 08의 아프리카 파빌리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도 영구적인 건축물보다는 일시적인 건축물에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자국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조금은 특징적이다. 이는 아마도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전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유지 보수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 듯하다.


알리안츠 아레나. 헤르조그 앤 드 뮤론(Herzog & de Meuron)가 설계했고, 미디어파사드는 헤르조그 앤 드 뮤론과 사이트코 (Siteco)가 함께 했다. image credit @ Allianz

그런가 하면 LED 패널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거나 첨단 소재를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들도 있다. 2005년에 완공된 독일 뮌헨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 Allianz Arena>는 약 65,000㎡의 면적에 공기가 들어가도록 특수 제작된 다이아몬드형 EFTE(ethylene tetra fluoro ethylene) 쿠션으로 파사드를 만들고, 그 안에 역시 특수 제작된 형광램프(빨간색, 파란색, 흰색)를 사용하여 건물을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미디어 파사드라는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예술형식에 대한 진지한 대안보다는, 그저 준비된 영상을 튼다거나 혹은 건물의 외관 색상을 시시각각 변화시키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링켄 라이트. 건물은 1961년 헤르만 헨셀만(Hermann Henselmann)이 설계했고, 미디어 파사드는 카오스 컴퓨터 클럽(Chaos Computer)이 맡았다. image credit @ blinkenlights

이런 점에서 볼 때 베를린에서 있었던 <블링켄 라이트 Blinkenlights>는 흥미롭다. <블링켄 라이트>는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건물을 활용했다. 베를린의 알렉산더 플라츠에 있는 ‘하우스 오브 레러(Haus des Lehrers)’의 기존 유리창 뒤에 144개의 램프를 장착하고, 이를 컴퓨터를 통해 제어함으로써 건물의 외벽을 하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 장치로 사용하면서, 이미지/애니메이션 디스플레이, 퐁 게임 등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등의 실험성을 자랑하기도 한다.

블링켄 동영상 보기

먼저 소개했듯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고 미디어 파사드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홍보에 유효하기에,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비교적 용이하기에 거대 예산을 들여서라도 미디어 파사드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다뉴브 강변에 화려하게 안착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는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운영하는 팀들이 있고, 깜깜한 밤하늘 아래 유독 반짝이는 건물은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 강변에 화려한 빛을 반사하며 강 저편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센터의 외관을 즐길 수 있는 기본 거리가 확보되어 있다. <블링켄 하우스>에는 미디어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함께 했다. 우리의 미디어 파사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방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고즈넉한 밤을 뒤흔들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경쟁적인 건설이 문제가 아니라, 여유롭게 시선을 앉힐 수 있는 콘텐츠와 지속적인 운영이 관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보슬_큐레이터

10년도 넘게 미디어아트라는 녀석과 부대끼며 살았다. 그 사이 많은 전시와 작품을 만나며, 일상에 많은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해왔다. 이제 차곡차곡 쌓인 그 신나고 즐거운 경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미디어아트라는 것이 테크놀로지에 매료된 몇몇 괴짜들의 장난감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 나아가 사람이 더불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성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Tag
#미디어파사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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