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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없는 음악 01 _ 최두은

악보 없는 음악 01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는 4분 33초 동안 침묵하라는 악보로, 연주자는 침묵한 상태로 관객들의 기침 소리, 소근거리는 소리, 숨 소리, 그리고 연주회장 밖에서 나는 소음 등을 끌어 들이며 새로운 음악을 실험했다. 그렇다면 절대 불변의 확정적인 공간이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형과 비선형의 디지털 시대의 음악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매우 불안한 시스템(Very Nervous System)>(1986-90, 데이비드 로커비)은 컴퓨터, 비디오 카메라, 이미지 프로세서, 신디사이져, 사운드 시스템으로 구성된 공간을 통해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며 소리를 만들어낸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악기가 되고 관객들은 직접적으로 몸을 개입시켜 움직임을 통해 음악을 연주한다. 이 경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인터페이스였다면, 이러한 디지털 정보 공간에 또 다른 인터페이스를 결합하기도 한다. <앙상블(ensemble)>(2002, 크리스티나 앤더슨)은 옷과 소품들로 가득 찬 방이다. 이 옷과 소품들에는 컴퓨터와 교신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소리와 목소리를 변형시키며 관객들은 일종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위한 연주자가 된다.  모자를 쓰고 벗거나, 핸드백을 열었다 닫았다, 드레스를 입고 휙 돌아보거나, 멜빵을 당겨보는 일상의 행위들은 앙상블이 된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워크숍 및 퍼포먼스로 구성되는 이 작품은 함께 소리를 내 보고 서로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연습을 통해 복잡하게 뒤섞인 소리들로부터 자신의 소리를 발견하게 한다. 


그림 1.< 앙상블>의 설치 장면, photo credit : art center nabi

<하늘의 씨앗(Heaven Seed)>(2006, 료와타 큐와쿠보)는 사람들이 가지고 놀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라스틱 공이다. 공을 위로 던지면 ‘윙’ 소리를 내고, 잡았을 때는 늘어진 소리가 난다. 얼마 동안 만지지 않고 놔두면 코를 골기 시작한다. 작가는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 차를 가지고 놀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놀이에 푹 빠져들곤 하는데, 이렇게 일상의 다양한 사물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소리를 내게 되면 그러한 순간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 2. <하늘의 씨앗>에서 악기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공, photo credit : 료와타 큐와쿠보

이미 존재하는 일상의 소리, 그 중에서도 디지털이 새롭게 만들어낸 소리 중 하나인 휴대폰 벨소리를 음악의 재료로 가지고 오는 작품도 있다. <다이얼톤즈 DIALTONES(A TELESYMPHONY)>(2001, 골란 레빈, 스콧 깁슨 외)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휴대폰 벨소리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웹 키오스크를 통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컴퓨터 시스템과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의 좌석 번호를 배정 받는다. 동시에 새로운 벨소리가 다운로드 된다. 아주 적은 숫자의 무대 위의 연주자들에 의해서 이 거대한 관객들의 휴대폰이 생명성을 부여 받게 된다. 특별히 고안된 시각적 음악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무대 위 연주자들은 관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들을 하나로 엮으며 연주를 하게 된다. 관객들의 위치와 그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 벨소리를 컴퓨터 시스템이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간에 뿌려지듯 배열되는 멜로디와 코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관객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음의 물결들을 통해 관객들은 촉각적으로 느끼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운드를 경험하게 된다. 약 반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연주는 200개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리며 하나의 커다란 울림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여기서 관람객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 외에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의 연주자는 무대 위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춘 200대의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다.

한편, 캐나다의 허르만 콜겐(Herman Kolgen)은 <물 음악(Water Musik)>을 통해 물과 그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 달팽이, 녹조 등을 연주자로 초대한다. 각종 사운드 센서 및 전자 장치들은 물을 매개로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공명하며 실시간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 [악보 없는 음악 02] 바로가기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디지털 #음악 #휴대폰 #전자 장치 #퍼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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