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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와 디자인 완전 기초 2편 _ 장진택

트렌드와 디자인 완전 기초 2편


글  장진택

1편에서는 트렌드를 처음 만나는 이들을 위해 ‘트렌드는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려고 했다. 2편에서는 트렌드를 두 번째 만나는 이들을 위해 ‘요즈음 트렌드의 대략적인 흐름’을 풀어봤다. 경제가 어려운 요즈음 점점 과감해지고 있는 미니스커트부터 파고 들어보자.


경제가 어려우면 섹시해 진다

요즈음 같은 초 불황 속에서 여자들이 아찔한 치마를 입는 걸 보면, 불황에는 치마가 짧아지고, 호황에는 치마가 길어진다는 말이 헛소문은 아닌 것 같다. 혹자들은 천이 모자라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지만, 미니스커트가 유행 중인 어떤 나라에서도 천 부족 현상은 없다. 다른 쪽에서는 ‘여성의 유혹’이라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 현상을 설명한다. 먹고 살기 힘든 상황 속에서 남녀 관계도 소원해지고, 그래서 다리를 드러내면서 유혹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돈벌이도 시원찮은 퍽퍽한 일상 속에서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보면 힘이 절로 솟는다. 너무 힘차게 일하다가 경제가 좋아지면 어쩌지?

짧은 스커트와 함께 그녀의 입술도 에로틱하기 그지없다. 요즈음에는 핑크빛 찬란한 립스틱과 함께 입술에 꿀이라도 바른 듯, 촉촉하고 반짝거리는 입술이 유행 중이다. 이것 역시 힘 빠진 남자들에겐 에너지와 같은 존재다. 입술과 함께 극단적으로 눈 주위를 꾸미는 색조 화장품, 다리를 극단적으로 길어 보이게 하는 킬힐(하이힐 보다 높은 하이힐), 킬힐을 좀 더 편안하게 즐기기 위한 발 보정 제품, 다리를 보다 미끈하게 간직하기 위한 제모 제품 등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며 고군분투 중인데, 여성들의 소비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몸 꾸미기에 열을 올린다.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자들의 옷도 여성들의 그것에 맞춰 부쩍 섹시해졌다. 대체로 몸에 착 붙어서 몸매를 강조하는 옷들이 유행 중이다. 특히 수트는 눈에 띄게 슬림해졌다. 몸에 쫙 붙은 수트가 유행이어서 통 넓은 바지, 어깨에 솜을 넣은 자켓 등은 아버지에게도 어색하게 됐다. 이와 함께 남자들의 옷도 여성이 그것만큼이나 자극적인 멋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는 상태다. 결혼식 날이나 매던 보타이의 유행, 광택나는 원단으로 지은 수트, 부분적으로 스티치를 넣은 것이라던가, 버튼에 보석을 박은 셔츠 등이 그것이다.

여자들이 미끈한 다리를 위해 털을 밀고 있는 반면, 남자들은 남자다운 턱을 위해 털을 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매끈한 것이 매력인 여자는 더욱 매끈하게, 털털한 것이 매력인 남자는 더욱 ‘털털’해지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심하면 심할수록 경쟁도 심해지는 법, 그래서 여자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자들은 슬림한 수트에 보타이를 매고 유혹하는 것이다.

사람들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들도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레이벤의 보잉 선글래스처럼 그 브랜드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추억으로 돌아가서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것, 루이비통의 스피드 백처럼 자신의 로고를 여기저기 프린트하는 것을 넘어 예술가들과 함께 새롭게 작업하는 것, 크리스찬루부탱 하이힐처럼 힐의 바닥을 붉게 칠하는 것, 그래도 자신의 매력이 없다면 삼성 노트북처럼 엠블럼이라도 크게 쓰는 것 등이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붉은 하이힐 바닥



브랜드의 자랑을 전면에

전자제품에서는 전반적으로 브랜드 엠블럼의 크기가 커지는 가운데, 각 브랜드의 고집을 더욱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처음부터 좌우로 날이 왔다갔다 하는 면도방식을 썼던 브라운은 지금도 그 방식을 쓰고 있고, 처음부터 빙글빙글 도는 면도 방식을 썼던 필립스는 회전날을 머리에 붙인 면도기를 여전히 팔고 있다. 브라운은 최근 음파 방식이라는 걸 내걸어 더욱 빠르게 왕복운동하는 면도기를 개발했고, 필립스는 세 개의 회전날을 머리에 붙이고 목이 자유롭게 꺾이는 면도기로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신이 잘 만드는 면도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서 양대 산맥을 이끌어 가는 형국이다.



브라운과 필립스의 면도기

꽤 괜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니콘이나 캐논에 번번이 밀렸던 올림푸스 카메라는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방식의 소형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던 30년 전에도 올림푸스는 소형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올림푸스 펜(PEN)

모토로라는 아직도 폴더식 휴대폰을 고집하고 있고 애니콜은 슬라이드 방식이 최고라고 말한다.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매력)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불황 속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다. 앞에서 말한 섹시한 남녀들처럼. 



자신만 할 수 있는 장점을 찾아라

자동차는 브랜드 만의 장점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럽 브랜드가 장인정신을 기본으로 브랜드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미국 포드, 크라이슬러, GM은 원가절감을 모토로 규모의 경제에 집중했었다. 그렇게 2009년이 됐고, 브랜드가 강한 유럽차가 전 세계를 휩쓰는 반면, 1천 년은 끄덕 없을 것 같았던 미국 빅3는 차례대로 넘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크게 대성한 아우디는 커다란 싱글 프레임 그릴을 앞에 붙이고, 더욱 정교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말끔한 디자인으로 홀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주인이 바뀌고 회사 이름까지 바뀔지 모르는 GM은 내세울 것이 덩치 밖에 없다. 그나마 성공한 미국인을 말해줬던 캐딜락의 각진 얼굴이 머리 속에 남을 뿐이다.

일본 브랜드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세심한 것을 잘 만드는 국민성(말하자면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적극 살려서 세심하게 배려한 자동차를 만들어 성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 등이 건설한 전기-전자 기술 인프라를 자동차에 적극 접목하여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엔진-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전 세계에 팔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이제 정리해 보자

불황 속에서 여성의 스커트가 짧아지는 건 무엇이라고? 맞다. 여자들만 할 수 있는 매력을 더욱 자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이해하는 거다. 남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도 남자들만 할 수 있는 남자들의 매력으로 보면 된다. 불황 속에서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장점을 더욱 자극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의 회사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은 무엇인지. 아무런 장점이 없다면 일단 엠블럼이라도 크게 붙이고 보자.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물려줄 당신 회사만의 장점을 차근차근 만들어 보는 거다.



장진택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한 때 기아자동차 디자이너, 한 때 월간 [디자인] 기자, 한 때 [모터트렌드] 기자,  지금 [GQ]기자. 참 많이 옮겨 다녔고, 조만간 회사를 또 옮길 예정이데, 이번엔 정말 오래 다닐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기자라서 디자인 칼럼을 거의 쓰지 않는 가운데 [한겨레] 신문에 '디자인 옆차기'라는 이름으로 다소 삐딱한 디자인 비평 칼럼 비슷한 것을 쓰고 있다.

 

Tag
#불황 #경쟁 #브랜드 #자동차 #면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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