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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_ 신보슬

난,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 RFID 그리고 ART


글  신보슬

2008년 여름, 부산 해운대의 북적거리는 인파 속, 엄마를 잃어버린 듯 보이는 꼬마 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엄마는 아이의 위치를 찾아내어 한걸음에 달려왔다. 비밀은? 아이의 손목에 있었던 RFID 위치추적 팔찌. 부산의 RFID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7월 7일 부산시의 관광산업활성화 및 유비쿼터스 관광안내서비스 제공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인 “U-투어피아 서비스 구축사업”의 완료보고회가 열렸다. U-tourpia는 무려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해운대, 범어사를 비롯한 부산의 주요 관광지 9 곳에 U-관광안내도, U-투어부스 등의 서비스를 구축한 프로젝트로서 대형 DID, 미디어보드, 키오스크, 전자지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관광정보는 물론 전자방명록, 포토메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U-범어사 프로젝트인데, 범어사 지역에 RFID기반의 단말기를 활용하여 범어사의 창설 설화, 고승, 문화재 등에 대한 정보를 서비스하고, 성보박물관의 주요 전시물에 대한 유물 안내는 물론 불교문화 해설도 해준다고 한다. 콘텐츠 구성이 어떻게 되었을지 슬쩍 회가 동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과연 RFID가 뭔데 새삼 문화콘텐츠나 유비쿼터스 프로젝트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일까. RFID는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의 줄임말로, 전파를 이용해서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바코드가 음영을 통해서 대상을 식별한다면, RFID는 바코드와는 달리 빛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파를 이용하고, 먼 거리에서도 태그를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체를 통과해서 판독할 수도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게다가 RFID 태그는 메모리 집적회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코드보다 다양한 정보를 수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련 번호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바코드를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되고 있다.

사실 다른 많은 테크놀로지들이 그렇듯, RFID 기술 역시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전쟁을 위해 탄생한 불온한(?) 장치인 RFID는 생각보다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하게 침투해 있다. 매일 사용하는 교통카드,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쇠고기 이력 추적제. 심지어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가방과 옷에 태그를 부착했으며, 멕시코의 법무장관은 사무실 직원의 몸에 태그를 이식해서 기밀문서 저장실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RFID를 둘러싼 논쟁은 점차 뜨거워진다.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RFID는 미아를 찾아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도 있지만, 전자여권이나 신분증처럼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는 식의 부정적인 기능도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서 예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디어아트는 그냥 두 손 놓고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림 1. RFID workshop 장면 photo from mediamatic 홈페이지

브뤼셀에 있는 iMAL(Interactive Media Laboratory)이 기획한 ‘New Brave World’의 일환으로 기획된 [RFID 워크숍]은 RFID기술의 한 가운데에서 아티스트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림 2. RFID 워크숍 중, 'Medical Alert (RF)ID Bracelet', photo from 도리아 판 홈페이지  

워크숍 참가자 중 한 명인 도리아 판(Doria Fan)의 ‘Medical Alert (RF)ID Bracelet’은 팔찌에 RFID 태그를 심고, 그 태그 안에 착용자의 의학적 정보를 담아서 응급상황 시에 환자의 위치와 상태를 원거리에서도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일상에서 착용해도 무리가 없는 디자인으로 사실 RFID 기술은 팔찌 안에 숨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시도는 웨어러블 컴퓨팅과도 접목되는 부분으로 기술은 보이지 않게 숨기는 최근 경향과도 닿아 있다.


그림 3. RFID 워크숍 중 'iTea', photo from mediamatic 홈페이지

그런가 하면 블랜디드(Blendid)의 데이비드 코우스메이커(David Kousemaker)는 ‘iTea’라는 찻잔을 활용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iTea’는 컨퍼런스와 같은 단체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참가자 태그를 커피잔에 넣으면, 시스템이 태그 주인공의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여 마치 티백이 서서히 물에 녹아나듯이 참가자의 정보가 테이블 위에 나타나게 하는 작업이다.
 


그림 4. 'Arphield Recordings' 프로젝트 동영상 자료 스틸 컷, image courtesy of Paula Roush

이처럼 대부분의 RFID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태깅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가끔 다양한 퍼포먼스에도 이용된다. 런던 기반의 미디어아티스트인 파울라 로우쉬(Paula Roush)는 RFID의 사운드적 측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로우쉬의 ‘Arphield Recordings’라는 프로젝트는 우리의 T-money처럼 런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Oyster cards’를 사용할 때 나는 스캐닝 소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즉흥 사운드 퍼포먼스였다.

이처럼 워크숍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Zapped!와 같은 그룹처럼 RFID 기술의 함의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지속적으로 워크숍을 꾸려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Zapped!의 다양한 활동은 그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살펴 볼 수 있다. Zapped! 홈페이지 가기

늘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RFID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연구하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은 거의 없다. 2008년 미디어아티스트 서효정은 교통카드를 활용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혼자 부딪히기에는 기술의 장벽이 너무 높았으며, 함께 할 동료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첨단 기술들은 공공을 위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정보들을 마구 수집하고 있다. 그들이 내가 움직인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기에,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티스트와 함께 한다면, 새로운 길 찾기의 과정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신보슬_큐레이터

10년도 넘게 미디어아트라는 녀석과 부대끼며 살았다. 그 사이 많은 전시와 작품을 만나며, 일상에 많은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해왔다. 이제 차곡차곡 쌓인 그 신나고 즐거운 경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미디어아트라는 것이 테크놀로지에 매료된 몇몇 괴짜들의 장난감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 나아가 사람이 더불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성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Tag
#RFID #워크숍 #위치추적 #부산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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