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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없는 음악 02 _ 최두은

악보 없는 음악 02


글  최두은

[악보 없는 음악 01] 에서 계속

허르만이 물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음표 대신 사용했다면, 토시오 이와이(Toshio Iwai)는 전자 플랑크톤을 초대한다. <일렉트로 플랑크톤(Electroplankton)>(2005년)은 스타일러스 펜, 터치스크린, 내장마이크 등을 이용해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아트 게임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토시오 이와이가 만들고 닌텐도 DS를 통해 출시된 이 게임을 통해 일반인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10 종류의 전자 플랑크톤과 상호작용하며 작곡가이자 연주자가 된다. 플레이어가 선을 그으면 삼각형들이 만들어 지고 그 궤적을 따라 소리를 내는 여섯 가지 색깔의 트래이시(Tracy)는 각기 다른 여섯 가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피아노, 비브라폰, 뮤직박스, 첼레스타 등 4 가지의 소리를 가지고 있는 루미나리아(Luminaria)는 화살표를 쫓아다니며, 하넨보우(Hanenbow)는 잎사귀를 튕기고 다니며 화살표와 잎사귀가 튕겨지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낸다. 렉-렉(Rec-Rec)은 마이크로 입력된 소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헤엄쳐 다니며 계속 반복하고, 볼보이스(Volvoice)는 일종의 사운드 변환기로 녹음된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전자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함께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물속 풍경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일렉트로 플랑크톤 (Electroplankton)>, Toshio Iwai & Nintendo DS, 2005, art game
copyright: kandinski on flick (Javier Candeira)


또한, 히로시 마토바(Hiroshi Matoba)의 <오버버그(Overbug)>(2008년~)에는 전자 ‘벌레’가 등장한다. 플레이어들은 빈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위에 점을 찍고 벌레들을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 이 벌레들이 동그란 원을 따라 반복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끊임없이 음악을 연주한다. ‘마치 지구의 움직임과 같아 이 돌고 도는 반복이 더 자연스럽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작품에서는 왼쪽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선형적인 시간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시퀀스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원 안에 양끝을 이어주는 선을 사용하여 8비트, 13비트, 33비트 등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매우 복잡한 폴리리듬(polyrhythm)을 만들 수 있다. 작가가 고안한 이 새로운 ‘반복 인터페이스(loop interface)’를 통해 우리는 리듬과 반복적인 재생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원을 회전시키는 것만으로도 소리의 시간을 조절 할 수 있고 원과 원의 결합을 통해 역동적인 음악 시퀀스들을 구성해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몇 개의 동그라미, 점, 선 그리고 원들을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복합적이고 대조적인 소리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자신 만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오버버그 (Overbug)>, Hiroshi Matoba, 2008~, media art: Audio Visual Performance Tool
copyright: Hiroshi Matoba


한편, 골란 레빈과 재커리 리버만은 <손즉흥연주 (The Manual Input Sessions)>(2004-2006년)에서 오버헤드프로젝션(OHP)이라는 아날로그 장치와 비디오 프로젝터 및 컴퓨터 등의 디지털 장치를 연결한 새로운 악기를 선보인 바 있다. 오버헤드프로젝션 위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듯 손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와 호흡하는 사운드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된다. 이렇게 우리는 소리를 더 이상 듣는 것이 아니라 보기도 하고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기도 하게 되는 공감각적 세계로 초대된다.


<손즉흥연주(The Manual Input Sessions)>, Golan Levin & Zachary Lieberman, 2004~2006, Interactive arts
copyrignt: art center nabi

 

copyright: kandinski on flick (Javier Candeira)
이러한 소리와 그림의 관계를 질문하며 공감각적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토시오 이와이는 야마하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악기인 <테노리 온(TENORI-ON)>(2007년)을 탄생시켰다. 오선지 대신 모눈에 촘촘히 박혀있는 LED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패턴을 만들면 이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연주된다. 또한 물 위에 돌을 던지듯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꾹 누르고 있으면 그 주위로 파장이 생기며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디지털 키보드이면서 동시에 그림판인 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우리는 그림 그리듯 악보를 그리고 연주한다. 
 

<테노리 온(Tenori-ON)>, Toshio Iwai & YAMAHA, 2007, interactive musical instrument
copyright: Foto Pamp on flickr (Alejandro Juárez
)

그 옛날 우리가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흔들리며 소리를 만들어 냈듯이, 디지털 시대의 음악은 동시대의 새로운 상상력과 만나 사람, 자연, 그리고 디지털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진화 중이다.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음악 #악기 #퍼포먼스 #공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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