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버추얼 해커톤, 코비드-19팬데믹 극복을 위한 새로운 협력의 장
김혜령 미시간 대학 디자인리서처
락다운(LockDown). 3월 초 , 미국의 상황이 갑자기 급변했다. 한국에서 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니다. 음식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고 필자가 연구 일을 하고 있는 미시간대학의 경우, 학생들에게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빨리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곧 여름 방학이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니 굳이 캠퍼스 근처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름 방학 인턴에 합격했던 학생들은 기업으로부터의 취소 통보에 절망했고, 링크드인에는 “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부하 직원들을 어쩔 수 없이 해고 했지만, 정말 유능한 사람들이다” 라며 해고된 자신의 직원들을 홍보해주는 상사들의 글이 올라왔다. 그렇잖아도 리더쉽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던 미국 사회는 정말 패닉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우울, 불안, 무료함 등 복잡한 감정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공간 여기 저기에서 느껴졌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 역시 모든 회의를 온라인으로 바꾸었는데, 필자와 같은 유학생들은 “이렇게라도 온라인으로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라는 농담을 종종 주고 받곤 했다.
'미국땅에서, 이 작은 아파트에 언제까지나 갇혀 있어야 하나?' 심난해하던 어느 날,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MIT 버추얼 해커톤 (Virtual Hackathon) 참가가 모집.
'어떻게 해커톤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
호기심이 발동했고 더군다나 코비드19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아이디어를 탐구한다고 하니 마음이 동했다.
일정을 보니 금요일 오후 부터 일요일까지.
'갇혀서 답답해하지만 말고, 사람들과
Connect 하자!'는 생각으로 바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MIT 코비드19 챌린지 소개하기>
MIT, 처음 시도된 버추얼 해커톤
<MIT 코비드19 챌린지에 참가한 해커들>
MIT 에서는 헬스케어 관련 해커톤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지만 버추얼 해커톤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해커톤은 이번이 최초란다. 3 주라는 짧은 접수 기간에도 불구하고, 4,500명의 지원자 그리고 500명이 멘토로 지원을 해서 운영자들도 그 열기에 정말 놀랐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1,500명의 해커와 200명의 멘토가 참여하여, Covid-19팬데믹이라는 문제를 해킹했다.
1회 MIT 버추얼해커톤은 4월 3일 ~ 4월 5일, 3일 동안 진행되었다. 1일차 (금요일 18:30-
21:00) 에는 오리엔테이션 및 팀 구성이 이루어졌다. 해커톤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 '사회 약자의 보호 (Protecting
Vulnerable Populations)'와 '헬스 시스템 개선(Helping Health Systems)'이었으며, 각 주제별로 5개의 소주제가 있어 총 10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시행 되었는데 소주제 선택은 해커톤 참가 신청서를 접수할 당시 지원자 별로 미리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다.
<MIT 코비드19 챌린지에 참가한 해커들의 연결망>
해커들은 관심 분야에 따라 트랙별로 따로 슬랙 (Slack)에 모였고, 오리엔테이션 및 키노트 스피치가 이어졌다. 이후, 트랙별로 자신만의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있는 참가자가 트랙별로 모인 해커들에게 45초 동안 주제 발표(Problem-pitching)을 했다. (45초간 주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사전에 공지 되었기에, 아이디어가 있는 해커들은 미리 준비 할 수 있었다).
피칭된 아이디어들은 구글 문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등록 되었으며, 해커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별로 슬랙방을 오가며, 최종적으로 어느 팀에 참가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필자는 두개의 팀을 오가며 동시에 소통하다 참여할 팀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슬랙에서 직접 전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팀이 슬랙과 줌(Zoom) 을 동시에 오가며 소통 했고, 온라인에서 이렇게 원할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생각보다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다. 저자가 속한 팀원들 모두는 코비드 19 상황에서 더욱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소외 계층에 관심이 있었고, 사람 간의 연결의 가치에 동의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지치는 기색도 없이 자정이 훌쩍 넘어서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
사회 약자의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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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시스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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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교육 자료 접근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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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 면역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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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언제 테스트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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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의 치료 체계의 새로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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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코비드 19 진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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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간 조정, 분배 및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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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 치료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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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변경 및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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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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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정신 건강, 관리 및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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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토요일 9:00-18:00) 오전의 첫 과제는, 1일차에서 해커톤 참가를 결정한 팀이 MIT 측에 팀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해커톤에 지인과 함께 팀으로 참가한 사람들도 소수 있었지만, 저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해커들은 개인별로 참가했으며, 1일차에서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해커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총 238개 팀이 등록을 마쳤다.
이후, 팀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3일차의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문서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팀마다 해커톤에 멘토로 등록된 전문가들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우리팀은 2명의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으며,이를 반영해 방향을 재논의 하고 다시 아이디어를 구체화 해 나갔다.
3일차 (일요일 8:00- 18:00) 오전에 다시 한번 멘토링 세션이 있었고, 팀별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팀이 함께 모여 최종 발표를 했고, 이 역시 Track 별로 이루어졌다. 각 팀에게 할당된 시간은 총 5분 이었으며, 팀별 발표 시간이 3분, 3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질문과 응답을 하는 시간이 2분이었다.
수상팀 결정 요소는 앰팩트, 혁신, 실행, 프리젠테이션 등 총 4개 항목이었으며, 이후 최종 수상팀 발표가 있었다. 각 트랙당 4개팀이 수상을 하여, 본 MIT 해커톤을 통해 총 40개의 수상 수상팀이 탄생하였으며, 수상 팀에게는 500 달러 상금과 아이디어의 시스템 구축에 사용할 수 있는 AWS Credit 이 수여되었다.
수상 직후 우리 팀은 바로 줌 미팅을 바로 가졌다. 믿을 수 없다는 기쁨의 함성,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말에 이어, 해당 프로젝트를 사업화 하기로 결정했으며, 수상 팀원 모두 아이디어 사업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해커톤 이후, 수상팀에 대한 MIT 의 지속적 지원
수상한 40개 팀에게는 ‘MIT로 부터의 지속적 지원’이라는 또다른 혜택이 주어졌다. 4월 24일에는 AWS 와 함께 빌더톤(Buildathon)이 주최되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의 혁신 마인드셋 키우기’를 주제로 아마존 측에서 직접 ‘AWS culture of innovation & working
backwards’ 에 대해 공유해 주었으며, 이후 질의 응답을 통해 팀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있어서의 기술적인 조언도 직접 받을 수 있었다.
이후 5월 15일 ~ 5월 22일까지 아이디어 및 사업화 진행 현황(Pitch
Session Webinar)라는 또다른 이벤트가 MIT 주최로 이어졌다. 이 웨비나는 해커톤 수상팀 그리고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팀별로 해커톤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팀들이, 각 팀의 아이디어 사업화 진행 현황을 외부 오디언스에게 공유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우리 팀을 비롯 대부분의 팀이 펀딩 혹은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거나,특정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팀원 충원에 대한 니즈가 있었는데, 이러한 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최된 웨비나(웹세미나)였다. 해당 웨비나를 통해 8일동안 매일 오후 5시부터 5-7개 팀이 발표를 했다.
웨비나에 실시간으로 참여한 오디언스도 있었지만, MIT는 영상 편집을 마친 후 이를 모두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웨비나에서 발표하는 다른 팀들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팀이 MVP 런칭을 이미 했거나 곧 런칭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해커톤이 4월 첫주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팀이 두달도 채 안 된 짧은 기간에, 아이디어 실행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쳤다는 것에 놀랐다.
저자가 속한 팀도 마찬가지 였다. 총 7명의 팀원이 미국, 인도, 캐나다, 스페인 등 거주하는 곳은 달랐지만, 왓츠앱으로 매일 대화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줌(Zoom)을 통해 주간 미팅을 하면서 베타버전 서비스를 이미 런칭시켰다.
저자가 속한 팀의 서비스명은 MOOSE ( Mind-Opening Other
Skill Exchange)였다. 개인이 보유한 재능이나 기술을 (요리, 영어 레슨, 마스크 만들기, 누군가를 위해서 대신 쇼핑주기 등) 온라인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인데, 시간을 화폐로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내가 1시간동안 누군가에게 나의 재능을 동영상을 통해 기부하면, 나는 1시간의 타임 토큰(Time
Token) 을 부여 받게 되고, 나는 이 타임토큰을 누군가로 부터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배울 때 사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곳에 기부 할 수 도 있다. 조사에 의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으며, 실직을 하게 된 사람들의 경우 자기 개발의 니즈가 더 커지고 있고,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더 증가해 졌다는 결과가 있는데, 이런한 새로운 트렌드들이 사업 모델 개발의 배경이 되었다.
계속 되는 빠른 변화, 디자이너의 역할
해커톤에 참여하고 온라인에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필자가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이 단절(Disconnection) 의 상황을 새로운 연결(Connection)의 기회로 만들어야 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만날 기회는 오히려 더 증가했는데, 이는 버추얼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해커톤 처럼 목적이 명확한 것도 있었지만, Greater Good studio에 있는 어느 디자이너는 링크드인에서 “서로 대화가 하고 싶은 사람끼리 한 번 모여보자.어떤 주제로 할까?” 라는 포스트를 올린 후 소규모 일회성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필자도 참가 했었는데, 마치 까페에서 누군가와 얘기하는 분위기 였다. 이는 ‘디자인’이라는 공통 분모가 서로에게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그 이후, 미국에서는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숨진 것이다. 관련한 시위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디자이너들도 움직이고 있다.
Emergency Design Collective 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긴 커뮤니티에서는 2주마다 모임을 갖고 있는데 , 지난주 미팅에서는 진행자의 제안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줌(Zoom) 회의를 시작했고, 회의 주제도 해당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 디자이너들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논의했다. 며칠 전에는 한 디자이너가 디자인 업계에 아프리칸 어메리칸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문제를 제안하면서 이를 주제로 온라인 토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현재 폭발적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지켜 보면서 생각해 보았던 것이, ‘변화되고 있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역량’에 대한 것이었다.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정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근의 변화를 겪으며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특히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촉매제(Initiate하는) 역량’, 몰입하게 하는 (Engaging하는) 역량’ 그리고 ‘버추얼 커뮤니케이션(Virtual Communication) 역량’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도 최근에 한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때도, 어떤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일단 패닉이 되고 사회는 불안해진다. 이 때 이해관계자들을 재빨리 모아, 어젠다 세팅을 하고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행동(솔루션)이 필요한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촉매제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사람들이 모인 이후, 참가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능력이다. 제2, 제 3의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디자이너는 더이상 참가자들을 한 군데 모아 놓고 스튜디오에서 워크숍을 하면서 여정지도(Journey Map)을 그리거나 예전의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몰입하게 할 것이며, 어떤 변경된 혹은 새로운 디자인 툴을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버추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어피니티맵 (Affinity Map) 등 온라인 협력을 돕는Mural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소통이 용이하지 않다. 상대방의 눈빛을 읽을 수도 없고, 참가자들의 분위기 파악에 도움이 되는 감정 파악 등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급변하고 있는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이해 관계자들와 어떻게 공감하며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기존과는 다른, 또다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라는 트렌트 리포트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디자이너라면, 트렌트 예측 리포트를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그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Initiate), 이해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몰입하게(engaging)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 : 김혜령
hrlynnkim@gmail.com
광고회사 오리콤 및 SK에서 마케팅, 브랜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9년 미시간대학에서 Integrative Design 석사를 졸업 한 후 현재
동 대학에서 디자인, 기술, 헬스케어를 접목한 연구를 하고 있다.
MIT 해커톤 수상 프로젝트 MOOSE의 Co-founder 이다.
www.hyeryoungkim.ddcom
* 이 글은 외부 필자의 기고글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입장과는 관계 없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은 글을 작성한 저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