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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고령화 시대, 도시의 품위있는 축소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고령자만 남겨진 도시


2000년대 초반 일본 도야마시는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동시에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 인구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시 중심의 인구 밀도는 낮아지고, 도시 주변은 산발적으로 개발되는 일명 ‘도시 팽창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가용이 없어 도심으로 나가지 못하는 고령자의 비율이 증가하자 도심 상권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세금을 내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각종 인프라와 시설 유지 비용의 부담도 높아졌다. 도야마시는 이와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계획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도야마시는 인구 고령화와 도시 팽창 현상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도시 팽창 현상Urban Sprawl이란,
도시 외곽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심의 인구 밀도는 낮아지고, 도시 주변은 산발적으로 개발되는 현상을 말한다. ©Unsplash

 


 

도시를 압축하다


2003년, 도야마시는 도시의 주요 기능을 도시 곳곳에 압축한 ‘콤팩트 도시’ 정책을 채택했다. 거주 지역과 상업지구를 밀도있게 축소한 일명 ‘허브’ 지역을 중심으로 텅 빈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서울의 두 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프라와 시설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기보다, 주요 거점에 집중 투자하여 개발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도야마시는 각 허브를 ‘거주 추진 지역’으로 지정하고, 시민들이 이 지역에서 집을 구매하도록 주택 보조금도 제공하였다. 그 결과 2005년 28%였던 도심 거주 인구는 2019년 기준 39%로 증가했다. 최근 몇 년 간 도쿄를 제외한 일본의 도시에 인구가 증가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도야마시의 콤팩트 도시 정책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셈이다. 도야마시의 성공 사례가 ‘도시의 품위있는 축소’라고 불리는 이유다.

 

도야마시는 도시를 주요 허브로 압축하고, 각 허브를 대중교통 노선으로 잇는 일명 ‘만두(허브)와 꼬치(대중교통)’ 구조를 구축했다.
도심의 상권을 되살리고, 운전을 하지 못하는 고령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World Bank

 


 

도심을 향해 달리는 경량철도


콤팩트 도시 정책을 채택할 당시 도야마시는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도시였다. 대중교통 수단은 오래된 시내버스와 단선 전철 뿐이었으며, 전철이 시간당 한 두 대만 다닐 정도로 배차 간격이 길어 운전이 어려운 고령자는 도심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처럼 이동성과 접근성이 낮은 도심은 도시 상권의 쇠퇴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도야마시는 오래된 국철 철로를 경량철도[5]로 전면 개조하고, 각 허브를 대중교통 노선으로 잇는 일명 ‘만두(허브)와 꼬치(대중교통)’ 구조를 구축했다. 인프라 개발 비용은 줄이고, 시민의 접근성은 높여 도시의 활기를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량철도 노선은 오늘날 도야마시를 대표하는 요소가 되었다.

도야마시를 대표하는 요소가 된 경량철도. 경량철도는 철로가 지상에 위치해 승강장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고,
객차의 바닥이 낮아 계단이 없다는 점에서 고령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World Bank

 


 

어르신도 매일
외출하고 싶은 도시


도야마시는 경량철도 역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방해물이 없도록 하고, 65세 이상의 승객에게 경로 할인권을 제공하여 고령자의 필요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경량철도는 철로가 지상에 위치해 승강장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고, 객차의 바닥이 낮아 계단이 없다는 점에서 고령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70대 이상 경량철도 이용자 수는 개통 당시와 비교하여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금도 전체 이용자 중 50대 이상 승객 비율이 가장 높다. 무엇보다 집 안에만 갇혀 지내던 어르신들이 혼자 외출하고 도심에서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이들의 독립적인 생활과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야마시에 따르면 실제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경로 할인권을 꾸준히 사용한 70대 이상 승객은 그렇지 않은 70대 이상 고령자에 비해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낮다.

도심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지은 도야마시 유리 박물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의 작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방문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World Bank

 

폐교된 초등학교를
온천수 수영장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전역에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으며, 도야마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행정 비용이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야마시는 ‘예방 관리와 치료preventive care’를 고령화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2004년에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하여 카도카와 예방의료 센터Kadokawa Preventive Care Center를 세웠다. 이 시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질병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나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의 수를 사전에 줄이는 데 있다. 어르신들은 이곳 온천수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재활 물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도야마시의 초등학교가 잇따라 문을 닫자 기존 인프라의 용도를 유연하게 바꾸고,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소속감을 높여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동시에 증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 위에 세운 카도카와 예방의료 센터Kadokawa Preventive Care Center.
온천수 수영장에서 어르신의 물리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시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질병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나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의 수를 사전에 줄이는 데 있다.
©World Bank Tokyo Development Learning Center

 


 

할머니, 할아버지, 손주를 위한
창의적인 고령화 정책


도야마시는 일본 대도시에 비해 세대 간 유대감이 강한 편에 속하며,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도 많다. 도야마시는 이와 같은 도시의 문화를 도시 정책에 적극 활용하였다. 도야마시는 고령자와 어린이가 모두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과, 이들의 필요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도심에 다목적 커뮤니티 센터를 설립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가 이곳을 함께 방문하기도 하며, 고령자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를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고령자 전용 노인복지관이 아닌, 세대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가족 친화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가 손주, 혹은 증손주와 함께 도야마시 유리 박물관 등 문화 시설을 이용할 경우 입장료가 무료다. 본 사업이 추진된 이후 문화 시설의 이용객 수는 2011년 61만 6529명에서 2018년 64만 2183명으로 약 4.2% 증가했으며, 이 중에 조부모와 손주 이용객은 33227명이었다. 세대 간의 소통을 증진했을 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외출을 장려하고 도심을 활성화 했다는 점에서 고령화 문제를 창의적으로 접근한 사례로 꼽힌다.

도야마시에서 진행하는 세대 융합 정책 포스터. 65세 이상 고령자가 손주, 혹은 증손주와 함께 도야마시 문화 시설을 이용하면 입장료가
무료다. 고령자만을 위한 정책보다, 세대 간의 교류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을 택했다. ©World Bank

 


 

* 참고

[1] UN. . UNDESA.

[2] UN. . 《United News》. 2022. 7. 11.

[3] UN. . UNDESA.

[4] The Economist. . 2018. 1. 11.
[5] 경량철도LRT(Light Rail Transit)는 도시 지역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사용되는 철도 교통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작은 규모의 차량과 궤도를 사용하고 지하철보다 낮은 비용으로 구축 가능하며 자동차나 버스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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