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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유연하고 유쾌하게 나이 들기 : 뉴욕 플렉스 리브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나이듦이라는 선물

 

독일 출신 건축가 마티아스 홀위치는 뉴욕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HWKN의 설립자이다. 마흔 살이 되었을 무렵 그는 삶의 절반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가올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삶의 후반기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건강한 나이듦을 연구할수록 그는 우리 사회가 시대에 뒤떨어진 모델을 바탕으로 고령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고령자라고 하면 활력이 떨어지고 자유를 잃어가는 삶, 요양시설에서 목적 없이 보내는 지루한 일상 등만 떠올리기 일쑤였다. 마티아스는 이런 생각들은 “창밖으로 던져 버려야 할 모습”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을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로 바꿔갈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독일 출신 건축가 마티아스 홀위치는 뉴욕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HWKN의 설립자이자,  <뉴 에이징: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현명하게 살기>라는 책의 저자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나이듦을 위해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HKWN

 


 

이 세상에 노인은 없다

 

2016년에는 10년 이상의 연구를 담아 <뉴 에이징: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현명하게 살기>라는 책을 집필했다. 나이듦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9가지 원칙을 담은 일종의 안내서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노인’은 없으며, 단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생각이 모든 원칙을 관통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홀위치에 따르면 ‘은퇴는 우리 사회가 발명한 아이디어 중 최악의 아이디어’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장 나 다운 취향을 유지하며 살 권리가 있으며, 삶의 어느 단계에 와 있든 끊임없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건강한 나이듦의 핵심은 사회적 관계망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규칙을 정해 일주일에 두 번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의 엔진을 유지하고, 은퇴 후 이사 계획이 있다면 동네 사람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 공원, 놀이터 등에서 만나는 이웃과의 "약한 유대관계"가 고령자의 웰빙과 직결되어있다는 연구 결과[2]와도 일치하는 제안이다.

 

홀위치가 디자인한 플렉스 리브FLX Live 공유형 주택 서비스 렌더링. 생애주기에 걸쳐 거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고령자의 하우징 문제와 사회적 소외감을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건축 디자인 컨셉이다. ©HKWN

 


 

유연하고 유쾌한 노후,
플렉스 리브FLX Live

 

이와 같은 신념에 따라 홀위치는 플렉스 리브FLX Live라는 공유형 주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생애주기에 걸쳐 거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고령자의 하우징 문제와 사회적 소외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건축 디자인 컨셉이다. 플렉스라는 이름은 '유연하게' 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flexible'에서 따왔다. 더블 스튜디오라 불리는 공간은 삶의 단계별 필요에 따라 목적을 변경하고, 평생에 거쳐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예를 들어 청년 시기에는 두 개의 스튜디오를 분리해서 룸메이트와 지내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공간을 다시 하나로 합쳐서 사용할 수 있다. 수입이 불안정한 시기가 찾아온다면 스튜디오 중 하나를 에어비앤비 공간으로 대여 가능하다. 은퇴 후 혼자 살게 되었을 때는 월세를 저렴하게 매겨 지인이나 청년에게 스튜디오 하나를 내줄 수도 있다. 생애주기에 따른 경제력이나 거주 인원, 내가 원하는 프라이버시 수준 등에 맞게 공간의 목적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상)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여느 아파트와 다름없이 방 2개짜리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 은퇴 후 혼자 살게 되었을 때는 월세를 저렴하게 매겨 지인이나 청년에게 스튜디오를 내줄 수도 있다. 
(하)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요양시설로 거처를 옮길 필요없이, 스튜디오 중 하나를 간병인 휴게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HKWN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요양시설로 거처를 옮길 필요없이, 스튜디오 중 하나를 간병인 휴게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3], 즉 내가 평생 살아온 집에서 나이 들어가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애에 걸쳐 룸메이트, 여행객, 임차인 등을 만나며 은퇴 후에도 사회적 교류와 새로운 자극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플렉스 리브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공유형 주택 서비스만의 특징이 공동 편의시설인 만큼 고령의 입주민들도 건물 안에서 세탁서비스, 공용 수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그동안 공유형 주택 서비스는 2-30대의 전유물이라 여겨져왔으나, 고령화 시대의 전례없는 위기와 기회에 직면하기 위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인의 대체어는 개척자'라고 믿는 홀위치는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모험자로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사이트 인터뷰

 

마티아스 홀위치와 진행한 인터뷰 일부를 소개합니다.
전문은 MSV 5호 <시니어>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고령자 중 요양시설에 지내는 사람들은 신체적 건강과 무관하게 결핍을 느낀다고 해요. 점점 외로워지고, 타인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시설로 거처를 옮기면서 서로 도우며 살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나를 지탱하던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건강하게 나이가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플렉스 리브에는 공유형 오피스, 공용 실내수영장 등 다양한 편의 서비스가 제공될 거라고 들었어요. 고령의 입주민도 이런 공유형 서비스를 선호할까요?
물론 수영장이나 공유형 오피스 같은 편의 서비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것도 고령자의 시선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용 헬스장이 있어도 어르신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도 있어요. 이 분들도 편안한 마음이 들도록 조명 밝기를 낮춘다 거나, 공용 헬스장 안에 혼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방법도 있죠. 이렇게 작은 디자인 요소만으로도 고령자와 청년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또 나이가 들수록 시력과 청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공용 공간을 디자인할 때 고령자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해요. 소리의 울림이 큰 공간일수록 방음시설은 더 신경 쓰는 거죠. 또 공용 수영장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으면 가까이 가는 게 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구경하고 싶을 수 있잖아요. 나이 많은 분들도 편하게 앉았다 갈 수 있게 가장자리에 좌석을 비치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공간을 다같이 즐길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평생 아파트가 된다면 말 그대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하지만 플렉스 리브를 고령자를 위한 하우징이라고 홍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물론 고령자의 관점에서 디자인했지만,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용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면 아무도 이곳에 살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플렉스 리브를 ‘선구자를 위한 리빙’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곳이니까요. 저는 독일에서 태어났는데 독일과 한국이 가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요즘은 가족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선택한 가족이 되기도 하죠. 가족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서 건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와 상관없이 각양각색의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플렉스 리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참조

[1] 공유형 주택 서비스co-housing service는 임대인이 아파트 내에서 공용 부엌, 수영장, 세탁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주거 공간 서비스이다. 모든 구성원이 부대시설을 공유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인 주거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2] Span.P. <The New Old Age : They May Be Just Acquaintances. They’re Important to You Anyway>. New York Times.

[3]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란, 나이가 들어도 요양시설로 옮기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노년기를 보내는 일을 말한다. 낯선 곳으로 이동할 필요없이 익숙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를 위해 활동보조 서비스, 안전한 거주 환경,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강성혜 미션잇 리서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강성혜는 논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실제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듣고자 미션잇에서 리서처 겸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는 순간들을 꽤나 자주 마주하고 있다.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미션잇 missionit.co

원문기사링크 magazinemsv.com/Lette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064348&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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