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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접근성을 높이는 인클루시브 디자인 프로세스의 세 가지 방법 : 1편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첫 번째 방법,

기획의 시작을

제약을 경험하는 사용자로부터

 

기획의 시작은 장애인 당사자가 경험하는 제약을 깊이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아가 장애인의 물리적인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품, 서비스,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희가 제작했던 사례와 인터뷰 사례를 중점으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례 01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과 부모님의 의견을 반영하여 디자인한 Play for All 놀이터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열린 Play for All 1차 전시 ©Missionit

 

저희가 2021년 12월에 진행했던 놀이터 디자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서울시사회적경제 지원센터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지원으로 두 차례 열리게 되었는데요. 전시의 기획의도는 아이들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함께 놀 수 있는 통합적인 공간의 모형을 제시하고, 장애아동에게도 평등하게 주어져야할 놀이권을 다큐멘터리 필름과 책자 콘텐츠를 통해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아동을 고려한 놀이공간은 뭔가 특별해야하지 않을까?" 하는게 관찰조사 전 저희의 가설이었지만,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의 놀이방식을 관찰하고 부모님들과 인터뷰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선입관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놀이 공간은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같은 마음과 행동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숨고, 뛰어가고, 올라가고, 좁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행동은 발달장애 아동이나 비장애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Invest Korea Plaza에서 열린 2차 전시 ©Missionit

01 규칙으로부터 자유가 있는 공간
다만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약간의 고려할 점은 세 가지 정도가 있었고, 이것을 컨셉에 반영하고자 하였는데요. 우선 발달장애 아이들 중 상당수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을 어려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미끄럼틀, 시소, 그네 등 놀이기구는 아이들이 많을 경우 규칙을 지켜서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놀이터라는 공간이 규칙을 지킴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습득해야할 규범을 미리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만 때로는 정해진 규칙과 틀이 없이 자유분방함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정형적인 방식과 달리 아이들에게 놀이의 주도권과 자유로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미끄럼틀 탈때 차례차례 내려가고, 시소 탈 때 가만히 기다리고 하는 것들에 대해 어려움이 있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데 제가 너무 힘들었었어요.”

 

02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 공간
또한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하는 발달장애 아동 중에는 중학생 이상 나이의 체격이 큰 아동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놀이터에 보통은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이 있다 보니 10대 중반 후반의 발달장애 아동들이 오게 되면 주변 시선이 쏠리기도 하고, 실제로 놀이 기구가 편안하게 놀기에 작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놀이터를 좋아하지만 저희 아이가 체격이 큰 편이라 놀이기구가 좀 작아요. 점점 체격이 큰 장애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양한 체격, 취향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초기에는 가로 세로 폭으로 넓혀 마치 섬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바깥쪽에는 부모님들이 원형으로 둘러서 보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아이들을 지켜봐주며 안심할 있도록 구상했다. 가장 하단에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중 성인이 손을 뻗어 아이를 잡을 수 없는 곳들은 전부 막아놓아 안전 사고에 대해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사방에서 진입이 가능하고(규칙으로부터 자유)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두어 신체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낮은 곳에서, 조금 큰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신체적 차이에 대한 고려) 놀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Missionit

 

03 장애가 특별한 시선을 끌지 않는 공간
무엇보다도 시선으로부터 자유함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진행한 150명의 장애아동 부모님들 설문조사에서 67.8%의 부모님들이 아동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아이들 간의 마찰에 대한 염려(65.1%) 때문에 함께 외출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하였습니다. 놀이공간의 개선보다도 시선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이하는 과정 중에서 특별한 시선이 쏠리지 않도록 디자인을 고안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를 그네에 태워봤는데 입꼬리가 삐죽거렸어요. 그네가 좋았나 봐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엄청 유심히 쳐다보고 불쌍해하는 눈빛에 제가 참 지치더라고요.”

 

사진 속에 아이들 절반 이상은 발달장애 아동으로, 놀이 방법에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구분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고, 특별한 시선이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Missionit

 

중학생쯤 된 아이들도 몇몇이 왔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Missionit

 

 

아이들은 좁은 통에 몸을 넣고 나오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Missionit

 

아이들에게는 때로는 많은 자극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장소도 필요했다. ©Missionit

 


 

사례 02
시각장애 아동의 특성을 관찰하여 디자인한
인도의 시각장애인 어린이 학교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어떻게 공간을 이동하게 될까요? 인도 간디나가르Gandhinagar 지역의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설계 프로젝트는 건축가 아난드 소네차가 미국 퍼킨스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5개월간의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반영하여 지어졌습니다.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이동할 때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잡고 2,3명씩 함께 이동을 했다. 저시력 시각장애 아이들을 선두로 안전하게 이동하고자 노력하는 점이 돋보였다.  ©SEAlab

 

그에게 중요한 단서는 청각과 촉각이었습니다. 어떤 특정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손뼉을 쳐서 소리의 크기로 장소를 구분하기도 하였고, 질감의 차이를 손으로 느끼면서 다니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도의 경우 좌, 우 방향의 질감이 달라 촉감으로 방향을 구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손으로 벽을 짚고 다니는 동안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후각을 통해 공간을 탐색하기도 때문에 교실 창문 밖에는 자연스럽게 향이 들어올 수 있는 식물을 심어 후각으로 공간을 느낄 수도 있게 하였습니다. 분명 시각으로 공간을 모두 이해하려고 한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요소들입니다. 

 

공간의 높낮이에 따른 울림의 정도에 따라 공간을 구분할 수 있었고, 벽의 질감과  패턴을 따라 이동하며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다.  ©SEAlab

 

 

캠퍼스 전체에 총 37종, 1000그루 이상의 식물을 심었다. 공간마다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향은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공간을 탐색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SEAlab

 

“관찰해보니 아이들은 다른 감각으로 각 공간의 소리, 질감, 냄새 등을 기억했어요. 눈으로만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요소들이었죠.”

 


 

사례 03
청각장애인의 특성에 기반한
축제 파빌리온과 벤치 

 

청각장애인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서로 대면하는 것입니다. 수어를 쓰는 농인이나, 입모양을 보고 소통하는 구화인 모두 상대방의 얼굴과 제스처를 분명하게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데프스페이스DeafSpace의 ‘공간과 근접성Space and Proximity 원칙’처럼 충분히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학생이 교수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강의실 좌석을 둥글게 배치하거나, 극장처럼 좌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하기도 합니다.

 

여러 명이 모여 앉는 공간이라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수어를 이용해 대화할 수 있도록 말발굽 모양, 혹은 원형 테이블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Missionit

 

 

커피잔을 올려놓기 좋은 높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물건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수어를 할 수 있는 벤치는 누구에게나 유용함을 전달한다. ©Richard Dougherty

 

위 사진에 있는 벤치는 어떤 점이 특별해보이시나요? 얼핏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팔걸이 부분이 굉장히 넓게 되어 있어 마치 테이블과 의자가 합쳐진듯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디자인된 이유는 농인들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위함인데요. 수어는 기본적으로 양손을 쓰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에 커피잔을 들고 있다가 수어를 쓰기 위해 잠시 물건을 내려놓아야 할 때 공간이 마땅치 않았었죠. 이 점에 착안하여 리차드 도허티는 수어를 쓰는 농인들이 언제든지 들고 있는 물건을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도록 팔걸이 부분을 테이블처럼 넓게 디자인하였습니다. 참고로 리처드 도허티는 본인이 청각장애인으로 오랜 기간 위와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벤치는 비장애인들도 대화 시에  물건을 잠시 내려놓고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지역에서 열린 장애 축제의 임시 파빌리온. 원형지붕 안에서 사람들은 원형으로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Richard Dougherty

 

“모두가 핸드폰만 붙잡고 사는 요즘 데프스페이스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고민해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소통해야 하니까요.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되는 거예요.”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미션잇 missionit.co

원문기사링크 magazinemsv.com/Lette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187059&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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