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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관찰의 힘과 디자인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01
좌식 생활을 하고 가진 분과 뇌병변 장애인에게 냉장고는?

 

지금 여러분이 집에 있다면 잠깐 방바닥에 앉아서 현관까지 앉은 상태로 몸을 움직이며 가보자. 정수기 버튼을 어떻게 누를 것이며, 요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또 어떻게 꺼낼 것인가? 대략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이렇게 20여년을 생활한 분이 있다. 이분에게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는 방식은 비장애인과 사뭇 다르다. 겨우 손을 쭉 뻗어 냉장고 중앙에 있는 손잡이를 열고 내부를 보여준다. 참고로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좌측이 냉동실이고 우측이 냉장실이다. 그나마 이런 냉장고라 다행이지 최근 나오는 상냉장 하냉동 구조는 냉장실 이용이 더 힘겨워진다. 이분에게 상단은 보관창고나 다름없고, 하단이 주로 쓰는 구역이다. 김치나 계란 등 본인이 직접 꺼내서 매번 먹는 반찬과 식품들은 아래쪽에 위치한다. 위쪽은 모두 활동지원사가 보조할 때 필요한 것들로 채워져 있거나, 유통기간이 오랜 것들이 차지한다.

 

한편 뇌병변 장애인으로 혼자 거주하시는 분은 반대로 아래쪽은 가끔 꺼내는 것만 놓고, 위쪽은 자주 먹는 것을 놓는다.  코어 근육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쭈그려 앉거나 몸을 숙이는 자세가 불편하다. 그래서 더욱이 아래쪽 칸은 비워두거나 정말 가끔씩 꺼내는 음식일 때만 보관한다.

 

냉장고 윗칸 사용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랫칸에 자주 먹는 물건들을 보관한다. ©미션잇

이 플라스틱 막대가 누군가에게는 별 물건이 아닐 수 있지만, 좌식 생활을 하는 분에게는 방 안의 버튼을 누르고, 빨래를 꺼내는 유용한 삶의 도구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제약 상황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해결방안이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 <이동>

 


 

02
청각장애인 청년이 지하철 탑승 전에 항상 하는 일은?

 

출근길 지하철. 한 청년이 바삐 지하철을 탔다. 열차의 문이 닫힌 뒤 주변의 시선이 갑자기 그에게 쏠린다. 영문을 모르는 청년은 주변의 시선을 느끼자 당황해 한다. 옷매무새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급하게 확인한다. 그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핸드폰을 가리키자 그제서야 빠르게 핸드폰 측면 버튼을 수차례 누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깜빡하고 볼륨을 최대로 켜놓았던 한 청각장애인 청년의 이야기다. 이 청년은 그 날의 에피소드 이후로 외출 시에 습관적으로 핸드폰 측면에 있는 볼륨 버튼을 낮추는 행동을 반복한다. 인터뷰를 해보면 꽤 많은 농인, 난청인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나 골목길 등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타인에게 불편감을 끼치고 싶지 않으니 볼륨 버튼을 습관적으로 줄이게 된다. ©미션잇

 


 

03
저시력 시각장애인 청년이 시계 알람을 음성으로 들리도록 설정한 이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청년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크게 울렸다. “12시". 나는 알람을 귀로 듣는 게 더 빠르고 편해서 그런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를 물어보니 더 깊은 의도가 있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중 상당수는 보이스오버 기능보다 핸드폰의 확대 기능을 활용하여 눈 가까이에 핸드폰을 가져가 글씨를 확인 한다. 그런데 한 번 상상해보자. 만약 여러분이 지인과 대화하고 있는데, 지인이 대화 도중 핸드폰을 꺼내 눈 가까이에 가져간다면 여러분은 지인을 어떻게 생각하게될까? 분명 ‘이 사람 나랑 그만 대화하고 싶은가?’, 혹은 ‘나랑 보내는 시간이 지루한가?’라고 여길 것이다. 지인이 장애인임을 알더라도 이런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게 될지 모른다. 저시력시각장애인 청년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대화 중에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게 매우 우스꽝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통 시계 알람을 소리로 해놓으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시력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물건의 정보를 가까이에 가져가서 확인한다. 정보가 색상으로 명료하게 대비가 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구분하기 쉽다. ©미션잇

 


 

04
청각장애인 사용자와 태블릿 PC 위치의 상관관계

 

한 청각장애인 부부의 가정에 방문했더니 태블릿 PC가 거실에 놓여 있었다. 사실 주목하여 보지는 못했다. 가끔 충전을 위해서나 필요할 때 쓰기위해 거실에 태블릿을 놓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청각장애인 부부에게 태블릿 PC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알고보니 아파트 안내 방송이나, 문 밖에서 나는 소리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소리가 문자로 변환되는 것들을 매번 확인 하기 위해 거실 가운데 놓은 것이었다. 요즘 처럼 폭우로 인해 아파트 지하에 있는 차를 모두 빼야 한다던가, 화재로 긴급 대피 상황이 발생한다던가. 여러 돌발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살면서 부지기수이지만 위험신호는 대부분은 음성정보로 전달된다. 누군가의 외침, 안내 방송 등으로 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태블릿으로 확인하는 정보는 단순한 메시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

©brandon-romanchuk

 

 

#ux리서치 #관찰력 #장애연구 #유니버설디자인 #경험디자인 #소셜임팩트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미션잇 missionit.co

원문기사링크 magazinemsv.com/Lette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853220&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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