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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공감의 디자인 : 누구나 양손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가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장애인으로 인생을 살아왔던 건축가 크리스 도우니는 46세에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앞을 완전히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장애인을 고려한 건축 가이드라인을 형식적으로만 지켜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건축가 크리스 도우니는 46세에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앞을 완전히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장애인을 고려한 건축 가이드라인을 형식적으로만 지켜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 Don fogg studios

 

그럼에도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다. 이들 또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아동에게도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권리가 있다. 또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이동권이 있다. 이것이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가진 기본 권리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부모님이 휠체어를 사용하시거나, 혹은 발달장애를 가진 딸을 둔 사람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과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큰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디자인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 없는 부가적인 정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이윤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의 사용성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제품과 공간은 양 손을 가진 성인이나 서 있는 사람의 신체적인 표준 범주를 고려하여 디자인되어왔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야한다.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권리 문제도 있지만, 장애인이 경험하고 있는 생활 속 제약 사항을 해결하는 제품과 공간은 보편적인 대다수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의료적인 측면에서 ‘결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제약 사항'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장애를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언어를 읽지도 듣지도 못하는 남미의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면 우리는 청각과 시각에 제약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운전 중 눈부신 태양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도 시각에 영향을 준다. 

 

운전을 하다보면 햇빛으로 인해 전방에 대한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Darwin Vegher

 

가끔은 이렇게 잔뜩 짐을 들 때도 있다. 상황의 지속성은 낮지만 이런 상황에서 손은 물건을 드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Mick Haupt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구도 손과 팔을 평생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질환이나 사고와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는 전체 장애인구의 약 88%로 집계된다. 이런 사실을 듣게 된다면 “아 나도 언젠가 장애를 가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두려움을 해소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디자인이다. 누군가 다른 방식으로 삶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런 관점으로 첫 번째 주제는 <손>이다. 

 

 

<손>에 관하여
: 누구나 양손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오전 6시 30분.

알람이 울리자 잠결에 핸드폰의 위치를 더듬어 찾고 핸드폰 양 측면에 느껴지는 버튼을 아무렇게나 누른다. 깜빡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5분 뒤 또 울리는 알람에 겨우 몸을 일으켜서 방 밖으로 걸어 나간다. 빠르게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는다. 허겁지겁 문밖으로 나가며 핸드폰 시간을 확인한다. ‘20분 정도 걸렸군. 오늘은 차가 덜 막히겠다.’ 안도와 함께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걸며 출근지로 향한다. 

 

이 평범한 아침, 20분의 일상 중에 손은 몇 번 사용했을까? 아마 손을 사용하지 않은 횟수를 세는 게 빠를 것이다. 핸드폰 알람을 끄고, 샤워기를 잡고, 로션 뚜껑을 열고 로션을 얼굴에 바르는 모든 행위에서 가장 필수적인 도구는 손이다. 물리적으로 정교한 동작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있어 손의 역할은 다른 신체 부분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것도 손가락이고,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도 손이며, 계좌 이체를 위해 앱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손가락이다. 

 

첫번째 주제는 손이다. 손은 정교한 동작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있어 다른 신체 부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하다. ©freestocks

 

세상의 많은 제품이 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들을 전제하에 만들어졌다. 물건을 집고, 누르고, 돌리는 여러 행위가 손을 기본으로 하여 이뤄진다. 그런데 살펴보면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완전하게 동작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 존재한다. 국내에 약 25만 명 정도의 뇌병변 장애인 인구가 있는 데 이들 중 일부는 손을 떨거나 손가락 끝 힘 조절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근육이 감소하는 진행성 근육병 환자의 경우 손과 팔의 힘 조절이 자유롭지 못하다. 근육병을 가지고 있는 한 청년의 경우 손가락 끝을 펼 수 없어 구부러진 상태의 오른 손가락 마디로 앱 버튼을 누른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기 어려운 사용자들은 이렇게 숨겨져 있는 냉장고 핸들에 손을 비집고 넣어 열기가 어렵다. ©미션잇

 

고연령 어르신들의 경우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만 75세 이상의 후기 노인의 경우 점진적인 근육감소로 인해 손의 힘 조절에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사고로 인해 한쪽 손과 팔을 완전히 쓸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절단 사고로 한쪽 손에는 의수를 착용하고, 다른 한 손으로만 살고 있는 한 지인은 매일 한 손으로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한다. 또한 낙상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한 청년은 하체뿐 아니라 손 신경 일부가 상해를 입어 손바닥과 손목은 잘 움직일 수 있으나 손가락 끝에 힘을 주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손바닥을 활용해 요리를 하거나 운동은 어떻게든 수행하지만 엄지와 검지, 또는 검지와 중지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돌리거나 빼는 등의 동작은 불편하다.

 

누군가는 영구적인 장애로 인하여 매일 한 손으로 차를 운전하며 다닌다. ©Cory-bouthillette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의디자인 #배리어프리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미션잇 missionit.co

원문기사링크 magazinemsv.com/Lette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994563&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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