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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넛지와 윤리적 디자인, 디자인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넛지의 기본 원리, 

인간 행동의 부드러운 유도   

 

넛지 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또는 '주위를 환기시키다'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이다. 넛지의 개념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결정과 반응을 연구하는 행동 과학 분야에서 자주 언급된다. 설계자가 만든 어떤 작은 요소가 누군가가 팔꿈치로 우리를 살짝 건드리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의 결정을 부드럽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H.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 저술인 《넛지》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사소하고 작은 요소들이 할지라도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공항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이미지를 붙여 소변이 밖으로 튀는 것을 80% 이상 줄인 사례는 넛지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몰의 자동 결제 시스템 역시 넛지의 한 예다. 고객이 계좌번호를 등록하게 한 뒤 무료체험 기간이 끝나면 자동 결제가 되도록 설정해, 사용자가 실수할 가능성을 은연중에 높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스템 디자인은 쇼핑몰에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또한 스와이프 제스처로 한 번으로 구매가 가능한 결제 시스템은 사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더 쉽게 구매를 결정하도록 만든다.  

 

공공 디자인에서도 좋은 넛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로 바닥의 안내 유도선이 그 중 하나다. 색깔로 구분되어 있는 복잡한 길에서 네비게이션의 “초록색 유도선을 따라 주행하세요.” 같은 안내는 운전을 훨씬 편리하게 만든다. 

 

넛지에서는 사용자가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인 디폴트 옵션 deafalt option이 중요하다. 리처드 탈러는 이런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는 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넛지가 슬러지 혹은 악의적인 넛지가 되어 사람들을 방해하는 행위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넛지를 선한 일에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넛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넛지를 통한 앱 체류 시간 확보,
그리고 나타나게 되는 결과는? 

 

최근 사용하고 있는 앱에서 인상 깊은 넛지를 경험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은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데는 적합하지만 사람들의 건전한 소비 생활 혹은 투자 생활을 고려했을 때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이 없지만 올해부터 개인적으로 자주 쓰고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은 몇개 사놓았다. 가령 나이키나, 핀터레스트, 해외 있었을 때 유용했던 아마존 등. 그리고 구매해놓고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금액의 변동에 집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해당 앱의 홈 화면에 투자 금액이 첫 화면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옆에 시세 변동률이 붙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총 얼마만큼 상승했는지 또는 떨어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가령 어제는 몇 퍼센트였는데 오늘은 반 토막이 났다는 등, 변화 수치를 앱을 켤 때마다 보게 된다. 주식을 투자한 사람이 어제오늘의 증감률 차이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거의 예외가 없이, 해당 탭을 클릭하고 현재의 주식 현황을 쭉 살피고, 주식을 더 사거나 팔지 고민하게 된다. 주식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앱에서 입출금 통장의 금액과, 목록은 가릴 수 있으나 투자 모아보기는 가릴 수도 없고, 변동률을 안보이게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앱을 키고 홈 화면을 보는 순간 저 빨간색 또는 파랑색으로 표시될 퍼센트에 주목하게 되고 머릿속으로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각에 상당한 간섭이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자사의 서비스를 활용하게 하는 발판을 만든 거니까. 그러나 이는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단기적인 초점'을 가지게 만든다. 사용자들이 매일의 주식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관점을 잃게 된다. 결국 이것으로 ‘충동적 거래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단기적 변동에 과도하게 반응해 갑자기 대량으로 어떤 주식을 산다던가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시세 확인은 ‘돈에 대한 집착’ 역시 유발하게 만든다. 내 주식 투자 변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하고 싶지 않은 니즈를 가진 사람들도 집착하게 만든다.  

 

홈 화면에서 투자 금액과 변동률을 보는 것이 디폴트 값으로 되어있더라도 최소한 사용자가 조정 가능하여 투자 금액이나 변동률을 가릴 수 있게 되어있다면, 나는 아마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셋팅을 해봐도 내가 현재 보유한 주식 금액과 변동률은 없앨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당 금액과 변동률은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담사에게 문의를 하였으나 ‘없앨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앱에서는 홈 화면에서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과, 계좌는 숨기게 할 수 있는데 투자 금액과 변동률은 안보이게 할 수 없다니? 앱을 켤때마다 무조건 봐야한다니? 개인적으로 해당 기업은 접근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고, 시각장애인들에게 평판이 좋다. 그러나 이와 같은 디폴트 값은 기업의 이윤을 목표로 하면서 사용자의 건전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좋지 않은 행동 유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해당 금액과 변동률이 디폴트 값으로 되어있더라도 최소한 사용자가 조절하여 투자 모아보기를 보이지 않게 하거나 금액 변동률을 가릴 수 있게 되어있다면, 나는 아마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디자인에도 윤리가 필요합니다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와 제품 철학Design Ethicist & Product Philosopher 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어낸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기술 산업이 인간의 정신과 잠재력을 보다 의식적이고 윤리적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구글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는 어느 순간 지메일 Gmail 알림이 수억 명의 사용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멀쩡하게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많은 이메일 알림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다. 또는 무한 스크롤의 SNS 피드가 수없이 시간을 앉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13세 ~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의 집중력이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 화면이 청소년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에서 청소년 63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모바일 화면 노출 시간이 증가할수록 주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길거리 사고 발생의 상당 원인도 핸드폰에서 왔다. “사용자의 선택이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인간이라는 자체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마치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아담이 뱀에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었던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나은 기술이 당신이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How better tech could protect us from distraction? "가장 깊은 인간의 가치를 그려볼 때, 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그의 질문에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슬롯머신처럼 무한 스크롤에 빠지기 전에 이런 간섭 어구가 한 번 등장한다면? 혹은 스크롤을 내리는 데 한 손가락이 아니라 두 손가락을 쓴다면? 위에 예시들은 웃음을 위해 재밌게 만들어놓은 것들이지만 충분한 생각의 여지를 준다.  

 

수많은 SNS 들이 고객을 이목을 잡아 끌고자 노력한다.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고객에게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도 이런 푸시 메시지는 수신 설정이 가능하다.  

 

'몇 명'이 좋아요. 대신 '여러 명' 인스타그램 이런 결정은 윤리적이다. 사람들이 좋아요 숫자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해방을 주었기 때문이다. 포스팅한 사람의 정신적 간섭을 최대한 줄여준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 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은 두 가지 주요 시스템이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는 자동 시스템이다. 일상적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익숙한 상황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경험과 개인의 편향에 기반한 판단을 내린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숙고 시스템이다. 논리적이며,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포함한다. 신중한 판단과 분석을 기반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따라서 많은 노력과 집중력을 요구하게 된다. 전자로 설명한 자동 시스템은 개인의 편향이나 경험에 의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넛지는 사람들이 숙고 시스템을 통해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강제나 어떤 명령과 달리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넛지의 의도는 사용자가 삶 속에서 더 ‘나은 결정 better decisions’ 혹은 더  ‘바람직한 결정 desirable direction’을 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면 기업의 이윤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돈과 숫자에 집착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삶에서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미션잇 missionit.co

원문기사링크 magazinemsv.com/Letter/?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Tt9&bmode=view&idx=17330316&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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