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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에서 답을 얻다

 

생체모방(biomimicry)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과학자, 예술가, 디자이너는 자연에서 혁신적인 해답을 찾곤 했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과 미국 에너지부의 SLAC 연구소가 내놓은 성과 역시 생체모방의 한 가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쿠이(Yi Cui)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8년간 차세대 리튬이온 전지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가장 큰 변화는 전지의 음극부에 기존의 흑연 소재 대신 실리콘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흑연보다10배나 많은 충전량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실리콘을 전지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았다. 실리콘은 충전 과정에서 부풀어 오르는데 그러다 부서져 버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전지의 전해질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점성질을 생성하는데, 결국 음극부가 끈끈하게 덮여버려 전지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석류다. 전지의 내부를 석류 열매와 유사한 구조로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을 만큼 작은 실리콘 나노입자에 탄소 “노른자 껍질(yolk shell)”을 입혔다. 석류 씨앗을 감싼 불그스름한 투명 씨껍질과 비슷하다고 보아도 좋다. 충전 시 팽창하는 실리콘의 성질을 고려하여, 탄소 껍질과 실리콘 입자 사이에는 여유 공간을 두었다.

 

 

2단계로 연구진은 화장품, 페인트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마이크로에멀전 기법을 이용하여 실리콘 나노입자들을 무리지은 후, 그 위로 다시 한 번 탄소 껍질을 입혔다. 석류 씨앗 무리를 나누는 과육질과 비슷한 셈이다. 이 2차 탄소 껍질은 실리콘 입자를 한데 모으는 한편, 전류가 원활히 흐를 수 있는 통로 역할도 한다. 이렇게 무리지은 실리콘 클러스터의 표면적은 개별 입자들의 면적을 모두 더한 것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 전해질에 노출되는 면적이 줄어든 만큼, 점성질 발생량도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SLAC의 석류형 구조 리튬이온 배터리는 1천 회 충전, 방전을 거친 후에도 97%의 충전 용량을 유지한다. “몇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러한 설계 구조 덕분에 우리는 실리콘 음극을 이용한 더 작고 가볍고 강력한 스마트폰, 태블릿,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한층 다가섰다.” 이 쿠이 박사의 설명이다. 생체모방에 바탕을 둔 SLAC의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지난 2월 16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소개되었다.

 

www.slac.stanford.edu

Tag
#생체모방 #리튬이온 전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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