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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랜드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 이노센트 (innocent)


첫 글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곳 사람들은 언어유희를 즐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중에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많은데, 이를 보다 보면 앞뒤전황을 알고있는 사람만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유머(joke)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때문인지 영국 디자인계에서도 얼마 전부터 언어의 중요성에 특별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카피라이트(copyright)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광고분야에 비해, 디자인계에서는 시각적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의 역할에 주로 주목하고 언어적 아이텐티티(verbal identity)에 대해서는 다소 등한시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인의 한 분야인 회사 브로셔(brochure)와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 디자인에서부터, 패키지 디자인, 웹 디자인을 비롯한 컨텐츠 디자인(contents design)에 이르기까지, 사용되는 언어의 선택과 어감(tone of voice)은 디자인된 결과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영국 디자인산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의 연합인 D&AD(The designers and art directors association)는, 우수한 디자인을 뽑아서 상을 주는 연례행사(D&AD award)에서, 선정분야의 한 부분으로 ‘디자인언어 (Writing for design)’ 분야를 몇 년 전부터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디자인 언어의 역할은, 이야기책에서 사용되는 스토리텔링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제품의 이야기를 소비자(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회사의 이미지(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알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분야는 이를 설명하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 중에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사용한 예가 몇몇 있겠지만,오늘은 디자인 언어를 잘 사용한 영국브랜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손꼽는 브랜드로는 1) 이노센트(innocent) 음료, 2) 한국에도 입점한 러쉬(lush)라는 자연화장품, 3) 샌드위치 체인점으로 선두를 달리는 프렛타망줴(prêt-a-manger)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이노센트(innocent)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진설명 : 이노센트 사의 로고


지금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특히 영국사람들의 음식(food)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몇 년 전의 광우병 파동때문인지, 맛없는 음식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함인지, 무공해 음식(organic food) 등의 몸에 좋은 음식(healthy food)에 관한 관심이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엄청난 것 같다. 특히 다이어트에 관련되어 영국인들의 주식인 빵과 감자대신에, 밀가루, 글루틴, 유제품 등이 포함되지 않은 (wheet free, gluten free, dairy free) 대체식품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래서 그런지 슈퍼마켓에 가면 진열장 앞에 서서 식품 패키지 뒷면에 쓰인 재료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 패키지 뒷면은, 읽기 힘들만큼 작은 글씨로 사용재료와 회사정보 등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정보들로 가득하기 마련인데 몇 달 전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노센트 스무디(smoothie : 물을 섞지않고 과일을 갈아 만든 음료. 밀크셰이크보다 덜 느끼하면서 맛도 좋아 제가 좋아하는 음료랍니다.: ))는 깔끔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깔끔한 디자인, 베이지색 바탕과 내용물과 같은 색 두 가지로 색상을 제한 시킨 그래픽 디자인은, 이노센트 사가 순수(innocednt)함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자연적인 제품을 추구함을 알려주며, 방부제와 향료를 넣지않은 순수 과일로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 사진설명 : 이노센트 스무디와 과일쥬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노센트라는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구별시키는 요소는, 회사 웹사이트에서부터 패키지 디자인의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신중하게 선택된 언어와 그로 이루어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사진설명 : 회사소개책자


회사 웹사이트(www.innocentdrinks.co.uk)에 가도 알 수 있듯이, 이노센트의 설립 이야기는 실화이지만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만큼 재미있다. 각각 세계적인 광고회사와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던 대학시절 친구들인 리차드(Richard), 아담(Adam), 존(Jon)은 어느날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건강과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일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식사는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 했으며, 가족들과의 여행간 기억은 까마득했다. 학창시절부터 언젠가 같이 사업해보자고 얘기해오던 그들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무언가 자연적이며 신선하고 몸에 좋은 제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기로 정하였고, 그 중에서도 기존의 음료와 달리, 향신료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과일음료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1998년 여름, 드디어 이들은 신선한 과일로만 만들어진 스무디(만드는 법을 개발해내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포기하고 새 사업을 시작하기엔 두려움이 앞섰던 이들은, 소비자 반응을 우선 살펴보기로 했다. 500파운드(95만원정도)어치의 과일을 사들이고 런던의 소규모 음악축제가 열리던 곳의 한 켠에 가판대를 만들고 스무디를 팔았다. 가판대 앞에는 ‘저희가 다니던 직장 내팽게치고 스무디 장사를 해도 될 것 같습니까?’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한 쓰레기통에는 ‘Yes’를, 다른 쓰레기통에는 ‘No’라고 붙여놓고는, 다 마신 병을 원하는 곳에 넣도록 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Yes’라고 쓰인 쓰레기통은 꽉 차게 되었고, 그 다음날 바로 그들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법은 회사 웹사이트, 브로셔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제품 패키지 등에서 일관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날짜를 표시할 때, 거의 모든 제품들이 사용하는 단어인 ‘몇일 내에 사용하세요(used by ~)’가 아닌 ‘몇일 까지 즐기세요(enjoy by~)’라고 표현한 점, 용기 뒷면에 적힌 짧은 메모형식의 글들, ©, �, ™ 등의 회사 저작권과 등록상표를 뜻하는 기호를 재미있게 풀이한 글들을 읽고 있다 보면, 이노센트사의 사람들이 얼마나 언어가 가지는 파워를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용기 뒷면의 글들이 매번 바뀌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더더욱 이노센트 스무디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사진설명 : 뚜껑 부분의 유통기한표시




* 사진설명 : 용기뒷면의 다양한 글들..

* 사진설명 : 용기뒷면의 다양한 글들..


* 사진설명 : 회사저작권과 등록상표 기호를 풀이한 글의 예. 이 외에도 ©=chicken free, �=really really nice, ™=tasty mixtures 등의 재미있는 풀이가 있었다.



이노센트사의 본사인 과일탑(Fruit Tower)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에 농담위원회(Bad joke Committee)가 열리며, 여기에서 다음에 쓰여질 글에 관한 논의를 한다. 처음에는 신선한 과일주스를 매일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일간신문처럼 용기 뒷면에 쓰이는 글도 매일 바꾸려고 했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를 종합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바꾸는 것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물론 스무디 종류에 따라 글도 다른데, 두 가지 색상만을 사용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그래픽을 바꾸면서 드는 비용도 저렴하다고 한다.


* 사진설명 : 스타벅스에 진열된 이노센트 과일쥬스



‘순수’함과 ‘스토리’라는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주는 이노센트는 영국의 스토리텔링 브랜드를 대표하는 성공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지면서 평소에 소개하고 싶었던 브랜드였던 터라, 이번 글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이노센트 사의 예찬론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이노센트 사에 대해 더 알고싶으신 분들은 웹사이트(www.innocentdrinks.co.uk)를 방문하셔서 FAQs등을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회사전화인 바나나폰으로 전화를 걸면,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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