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특집으로 진행하고 있는 세계의 디자인 스튜디오 탐방기의 제2편은 영국 런던의 Ab Rogers였습니다만, 스튜디오 사정으로 인해 인터뷰가 다음 달로 미루어 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번외편으로 제가 속해 있는 RCA의 Design Products Department의 교수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많은 미디어와 디자인 뉴스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계시겠지만, 영국 런던, 사우스 켄징턴에 위치한 RCA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학교 중 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교수진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RCA Design products Tutor가 된다는 것은 학생을 가르친다는 의미 이외에도 스타 디자이너로 가는 발판을 다질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디자인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탐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Tutor들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1주일에 1번씩 학교에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국과는 다소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구요. 학교에 몸 담은지 5-10년 정도가 되면 대부분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 준 체 학교를 떠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 많은 디자이너들이 학교를 떠나면서는 이미 슈퍼스타 디자이너가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Jasper Morrison, Konstantin Grcic, Tom Dixon등이 있겠네요.

   먼저 저희 과의 Head Professor인 Ron Arad입니다. 이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장이 되었죠. 10년째 저희 과를 리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No Discipline 이라는 World Tour전시로 자신의 건제함을 과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필자와 Ron Arad : 다정한 저희 학장님이십니다.

No Discipline : Centre Pompidou, Place Georges Pompidou, Paris, France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Ron Arad의 No Discipline 전시전경

Acrylic Oh Void 2, armchair 2004.
Editor The Gallery Mourmans, Maastricht, Private collection, The Gallery Mourmans.

   Ron Arad의 작품은 너무 많이 소개가 되어 있어, 굳이 설명드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 드네요. 또한, Ron Arad는 후배 디자이너들을 잘 돌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심 없이 객관적으로 각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평가하며, 탤런트가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주죠.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인터뷰에 RCA DP를 언급해 우리를 뿌듯하게 해주기도 해 RCA DP의 확실한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Kenneth Grange를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더블 데코 버스와 함께 런던의 상징 Black Cab을 디자인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디자이너이구요. 두말할 것 없는 영국 최고의 산업디자이너로 꼽히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마스코트 ‘Black cab’ 과 Kenneth Grange의 모습

서울도 이제 곧 오렌지 택시가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의 마스코트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Kenneth의 대표작 : Anglepoise Desk / Table Lamp

Kenneth의 또 하나의 대표작 : Casework Design

   다음은 더치 디자인의 대명사로 꼽히는 Droog Design의 멤버 중 한명인 Jurgen bey입니다.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들며 Conceptual Design의 최전선에 선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르헨 베이와 그의 대표작 Ear Chair

Tree Trunk Bench

   자연 상태의 통나무에 등받이를 설치해 앉을 수 있도록 한 요르겐 베이의 ‘나무줄기벤치’.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절제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The Model-world Maquette, 2007, Installation view Centre d＇Art Contemporain Geneva.

   제네바와 런던의 “좋지 아니한가” 展에서는 경량의 재료를 이용해 자신의 책상을 본뜬 복제 모형과 함께, 로테르담에 위치한 스튜디오의 모형을 제작하였습니다. 산업적 생산 공정의 제약과 속박을 넘어서는 아이디어의 개발에 있어 이러한 모형이 특히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모형의 세계 안에서 작업을 한다면, 우리는 리얼리티의 문제로 지루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모형의 세계란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 가는 데로 사물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기차 여행 같은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요르겐 베이는 이런 의미에서 보다 많은 모형의 세계를 통해 판박이 같은 세계의 모습을 줄여 나가야한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00 Chairs in 100 Days, Courtesy Nilufar Gallery, Milano and Martino Gamper, London.

   100일 동안 100개의 의자라는 작업으로 올해 영국 최고의 디자인상을 받은 젊은 디자이너 Martino Gamper입니다. Jurgen Bey와 함께 Platform 2를 leading하며 실험적이고 Conceptual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RCA DP는 총 6개의 Platform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Platform은 각 Tutor들에 의해 명확한 스타일을 갖습니다. Martino와 Jurgen의 Platform 2가 실험적이고 아티스틱 하다면 다음에 보실 Tutor들은 더욱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좌)Michael Marriott & (우)Luke Pearson

   Tom Lloyd와 함께 Pearson & Lloyd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Luke Pearson 역시 RCA DP의 Tutor Member 중 한명입니다. 절제된 가구 / 제품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어 가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Platfrom 6 Tutor인 Michael Marriott과 그의 작업 입니다.

Tacchini Italia＇s POLAR stool table by Luke Pearson 2007


HR Gap Shelving Oak by Luke Pearson 2007


Michael Marriott의 대표작, 옷걸이들

   다음은 요즘 젊은 디자이너 중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Julia Lohmann을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디자인 사조 중 가장 contemporary하다고들 말하는 organic 디자인을 하는 사람 중 가장 실험적인 작업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두 말할 것 없이 작업을 좀 보시죠.

Ruminant Bloom, 2004, Lights made of preserved cow stomachs

소의 위장으로 만들어진 조명

Cow benches, 2005

   Julia의 가장 큰 대표작 2개입니다. RCA Design Products 졸업 작품으로 전시했던 것 이구요. 위의 조명은 소의 위장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유기체의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Organic 디자인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Organic Design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Cow benches역시 소의 가죽과 뼈를 그대로 두고 속에 레진을 채워 넣어 완성한 벤치입니다. Julia는 Artist Dr Gabriel Klasmer와 함께 Platform 8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큐레이터 Daniel Charny와 이탈리아 디자이너 Roberto Feo에 의해 리딩되고 있는 Platform 10입니다. 얼마 전 밀라노 페어에서 Crisis shop을 오픈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스페인, 이탈리아 디자인의 감성과 유머를 가지고 있는 Platform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의 대표작 ‘Micos’와 Roberto Feo


익살스런 Daniel Charny의 모습

   다음은 IDEO 전직 디자이너들로 이루어진 Platform 12입니다. RCA DP중 가장 인더스트리얼 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에 소개해드린 바 있는 Industrial Facility의 Sam Hecht를 Platform Head로 Established & Sons의 디자이너인 Andre Klauser와 Interaction designer인 Durrell Bishop이 나머지 디테일을 채워 주고 있습니다.

Orange Product Design language, design by Sam Hecht, Industrial Facility

Com desenho de Sam Hecht 

 
   올리브를 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보드게임판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Andre Klauser

   마지막으로 제가 속해 있는 Platform 13입니다. 또 하나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는 Platform이구요. 메카닉컬 한 디자인과 인터렉션 / 시스템 디자인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5.1체널로 바꿔주는 Exploded Monologues와

Cloud : A Digital Sculpture For British Airways Terminal
2008년 올해의 영국 디자인 중 하나로 노미네이트 된, Cloud의 작업 과정 사진.  

그리고 또 하나의 컨셉츄얼 디자인의 대명사인 Onkar Kular, The MacGuffin Library

   퍼포먼스에 기초한 설치 작품으로 3D RP 머신(rapid prototyping machine)을 이용해 전시장 안에서 20개의 오브제 디자인 및 제조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카 쿨라(Onkar Kular)와 노암 토런(Noam Toran)의 ‘맥거핀 라이브러리’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창안한 개념 ‘맥거핀’에 기초한 작품으로, 맥거핀이란 오직 영화의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한 목적 하에 설정한 영화적 플롯 장치를 의미하는데, 쿨라와 토런은 20편의 영화 시놉시스를 작성해 그에 따른 맥거핀 컬렉션을 제작 하였습니다.

   영화도 아트도 테크놀로지도 아닌 그 중간에서 에메하게 서 있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더욱 직관적으로 접근하여 보여준 컨셉츄얼 아트의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RCA DP의 스튜디오 전경 

   네덜란드의 Conceptual Design, 미니멀한 가구 디자인, 오가닉 디자인, 이탈리아의 유머러스한 디자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마지막으로 메카니컬/인터렉션 디자인까지 세상의 다른 스타일의 디자이너들은 다 모인 RCA의 DP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실험실처럼 불철주야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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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 / Singapore 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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