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OUM ! 만화보러 가자..
maison rouge
« 비 오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만화책을 산더미처럼 빌린 후에 부침개를 먹으며 뒹굴 뒹굴 온종일 만화만 봤으면 좋겠다 … » 바쁜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할 때 사람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만화는 어른들에게도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떠날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역할을 한다.
GILLES BARBIER 의 2002년 작 L’HOSPICE
프랑스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전시장 MAISON ROUSE의 이번 시즌 전시는 세계 각국의 만화 주인공들이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를 주었다. 시즌 전시 « VRAOUM ! » 가 그것이다.
뽀빠이의 원본 스케치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월령 공주의 오리지널 필름지까지.. 전시장을 가득 메운 만화 주인공들로 관람객들은 신이났다. 전시장을 찾은 것은 어린이들뿐 아니었다. 이 전시는 향수에 젖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위한 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GILLES BARBIER 의 2002년 작 L’HOSPICE 는 결코 늙지도 아프지도 않을 것 같았던 만화 속 영웅들이 늙고 병들어 한 요양원에 모여 사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이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영웅들의 가련한(?) 미래를 보며 아이처럼 옛 영웅들을 이야기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화의 칸들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벽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로맨틱하고 가슴 찡한 순정만화에 감동하거나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이 나오는 영웅만화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앤디 워홀이 20세기 최고의 화가는 월트 디즈니라고 말했듯이 만화는 9번째 예술이라 불리며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예술로 자리 매김 한 지 오래다.
파리에서는 이미 퐁피두 센터에서 만화 TINTIN의 전시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번 MAISON ROUGE의 « VRAOUM ! » 전시도 많은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희귀만화 원본은 물론 현대 미술작가들의 만화와 관련된 재치 있는 설치 작품들이 잘 어우러져 세계 각국의 만화 주인공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해주었던 즐거운 전시였다.
100년의 만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도 만화 박물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조금 더 다양한 기획전시들을 많이 기대해 본다.